코로나로 놓친 기회, 마른 의욕, 잃은 사람

코로나 살아내기: 노동, 상실, 그리고 연대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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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2021
이재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무엇을 잃었을까요? 본격적인 백신 접종계획이 공표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담론이 쏟아지는 지금 던져봐야 할 질문입니다. 기록 없이 잃어버린 것들에는 애도의 기회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이사하면서 버리거나 남겨둘 짐을 정리하며 마음 한켠에 얽히고 쌓인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것처럼, 코로나 시국 타개의 계획을 세우면서 잊혀가는 것들에 대한 성찰 또한 필요합니다. 코로나로 상실한 집중력, 학교생활, 활기, 그리고 의지를 조명합니다.

상실의 시대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 셀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사망한 이들은 국내에만 1700명이 넘는다. 어떤 노동자들에겐 일자리와 임금이 줄었고, 다른 이들은 쏟아지는 일감 탓에 일상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특히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잃었고 구직을 단념한 이들은 300만명에 달했다. 코로나로 인한 상실은 많은 면에서 사회 구조의 불평등을 반영했다. 해외에선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인들이 차별당하는 사례가 있었고, 서비스직이나 필수노동자로 일하는 비중이 큰 유색인종 저소득층의 감염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무엇을 잃었는지 알아야 반성하고 애도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조직할 수 있다. 묘비도 없이 어두운 곳에서 사라져간 많은 것들은 기억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 상징적인 예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사망 24시간 이내에 화장됐다. 빈소도 차리지 못하고 통상적인 애도 절차를 밟지 못한 유가족에게는 비통함이 남겨졌다.

잃어버린 것과 보낸 이들을 반추하고 기록하며 애도하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도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하다. 작게는 우리 사회가 일상에서 잃어버린 대면 교육의 기회에서부터, 크게는 활력과 삶의 의지까지 그 '상실의 역사'를 되돌아보려 한다.

집중력: '줌비'의 탄생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늘고 화상회의나 수업이 보편화되며 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은 집중력을 잃었다. 왠지 모르게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이 피로하다고 호소하는 이가 늘었다. 장난스레 좀비에 빗댄 말 '줌비'(Zoombie)를 제안해본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자신과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생기 없는 눈으로 노려보며 게걸스럽게 카카오톡이나 구글캘린더를 확인하다가 커피를 들이켜는 모습이 마치 좀비와 같지 않은가.

줌 회의가 피로한 이유는 크게 1️⃣비언어적 단서 부족, 2️⃣주시하는 카메라, 그리고 3️⃣집에서 회의를 진행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째, 화상회의나 수업에서는 비언어적 소통 요소를 인식하기 힘들다. 표정, 목소리의 톤, 그리고 손짓과 같은 단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게다가 간헐적인 인터넷 연결상태 문제 등으로 화면이 지직거릴 수 있고 잡음이 심하거나 소통에 약간의 지연이 있는 점도 불편하다. 전화나 화상회의에서 단 1~2초의 지연으로도 참가자가 상대를 덜 친근하거나 충분히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는 대면 대화와 달리 화상 대화에서는 눈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자신은 카메라에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마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감시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건축 구조의 감옥 '파놉티콘'처럼 누가 자신의 화면을 응시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운동복 바지를 입고 수면 양말을 신었더라도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카메라나 마이크가 켜진 것을 잊은 사람들의 다양한 해프닝에 대한 얘기도 들린다.

셋째, 맥락과 환경도 중요하다. 재택근무자의 경우 회의를 잡기가 더 편해 회의가 잦아지는 경우도 많고, 출장이나 약속 등을 이유로 빠지거나 미룰 수도 없다. 또 화상회의는 자연스레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집에서 근무하는 동안 생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업무 공간과 개인의 공간, 그리고 가족의 공간을 완전히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다양한 방해요소가 발생한다.

한편 줌의 높은 피로도 때문인지 아날로그 라디오에 대한 추억 때문인지 해외에서는 클럽하우스라는 오디오 SNS 애플리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방을 만들어 지인을 초대해 단체 통화를 할 수 있는 앱으로, 사실 이 기능은 카카오톡이나 줌에도 구현돼 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들과 대화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똑똑! 클럽하우스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에 대해 자세히 다룬 적 있어요!

똑똑! 줌 회의, 힘드시죠? 피로를 최소화하는 방법에는  1️⃣ 멀티태스킹을 최소화하거나, 2️⃣ 쉬는 시간을 최대한 자주 가지는 것, 그리고 3️⃣ 회의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가능하면 서면으로 소통하는 것 등이 있어요.

학교 생활: 학습 격차를 넘어

재택근무와 원격회의로 인한 줌 사용이 집중력 감소의 원인이었다면,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원격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 성과에 격차가 생겼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사실상 등교일이 평소의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원격교육이 늘어난 교육 현실로 다양한 형태의 학습 격차가 나타났다.

먼저 학생들 간의 학습 격차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커졌다는 인식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상당히 공유되고 있었다. 서울시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설문에 답한 교사 중 84%는 학습격차가 더 커졌다고 응답했다. 전국 규모로 실시된 다른 설문에서는 비대면 원격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학습격차 심화가 집계된 것은 물론 그 원인 1위가 가정환경 차이(72.3%)로 꼽혔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는지 여부, 학부모가 얼마만큼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 학생이 사교육을 받는지 여부 등의 요소가 학습 결과의 차이가 벌어지는 데 작용했으며 이 요소들은 가정 소득과도 연관이 깊다.

가정환경의 차이는 일반학교와 비일반학교(자율형사립고 등)의 차이와도 관련이 있다. 전체 원격 수업 중 쌍방향 수업이 5.8%에 불과했던 일반 초중고등학교보다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및 영재학교의 경우는 22.7%로 거의 4배에 달했다. 수업 중 학생의 집중도를 장담하기 어려우며 학습 성과도 떨어지기 쉬운 강의식 수업과 달리 쌍방향 수업은 준비하고 실시하는 교사의 디지털 역량과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학비가 상대적으로 더 비싼 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 등에서는 쌍방향 수업 전환이 가능했지만, 일반학교의 경우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공립고등학교에선 학교가 단순히 교육받는 장소이기 이전에 일종의 도피처인 아이들이 있어요. 집에서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거길 탈출해서 잠시 학교라는 공간에 몸을 맡기고 다른 친구들처럼 보통의 삶을 지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는 거죠. — 서울 한 고등학교의 교사

그러나 코로나19로 잃은 학교생활의 영향이 단순히 학습 성과의 차이로만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생활, 건강, 관계, 정서 등 종합적인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등교해서 일정에 맞춰 생활하고 친구 및 선생님과 교류할 수 있었던 환경이 급작스럽게 변화하면서 늦잠을 자거나 식사를 거르기 쉽고 사람도 만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학생이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나는 대인관계에 실패한 사람"이라며 우울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장애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업이 어렵고 불편하다. 친구를 만날 수 없어 사회성이 떨어지게 되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에 복지라는 질문이 던져진 셈이다. 일각에서 단순히 교육을 위한 학습체계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생활, 건강, 관계, 정서 등의 폭넓은 복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많은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더욱더 익숙해진 원격교육이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면, 복지라는 질문을 공동체가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워졌다.

활기: '코로나 청·적·흑'

교육 영역에서 상실한 것이 학습의 기회, 그리고 학교가 제공하는 다면적인 돌봄 및 사회적인 복지 기능이었다면, 많은 일반 시민들의 마음에 코로나는 우울증을 안겼다. 코로나19로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우울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는 이제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는 단어가 됐다. 전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0%가 넘는 이들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50% 이상이, 그리고 남성의 34% 이상이 우울감을 겪었다고 답했다.

'코로나 블루'가 우울감에 해당한다면, '코로나 레드'는 분노에, 그리고 '코로나 블랙'은 암담함과 답답함에 해당한다. 취약계층의 경우 코로나19로 가정불화가 심화되고 10대 청소년 관련 사고는 높게는 10배까지 증가했다. 돌봄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과 노인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간 이어질수록 분노가 파도처럼 밀려왔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스스로를 짓눌렀다. —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디자이너 박씨

우울, 분노, 그리고 절망의 이유 중 가장 큰 요소는 경제적 타격이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매출액은 25% 이상 줄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78.5%가 "만성피로·피곤함·우울감이 늘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외부활동이나 운동, 취미 등을 추천한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5년간 2조원을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조언이나 장기적인 심리 상담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목전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구성원 누구나 돌봄 제공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과 규범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똑똑! 혹시나 마음이 울적하고 힘드시다면 중앙일보에서 제공하는 우울증 테스트를 해보셔도 좋아요. 꼭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 놓아 보아요. 명상을 강력히 추천해요! 똑똑이 응원할게요!

의지: '조용한 학살'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 고전을 읽을 때 행간을 잘 살펴 읽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지만,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상실한 삶의 의지와 그 배경을 살피기 위해서는, 정말 침묵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어둠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끊은 이가 늘었다. 그런데 이 중에 특히 젊은 여성의 비중이 높았다.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20대 여성이 32.1%로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2019년 상반기와 2020년 상반기 연령대 여성의 자살자 수를 비교했을 때 20대 여성의 수는 43% 늘었다. 거의 동일했던 30, 40, 50대 여성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20대 남성과 자살률을 비교해도 2016년 19.9%에서 21.6%로 소폭 증가한 20대 남성과는 달리 20대 여성의 경우 같은 기간 12.5%에서 16.6%로 증가 폭이 두 배가 넘었다. 분석에 따르면 20대 여성은 "우울, 강박,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 경험 비율이 굉장히" 높으며 현재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공부를 미루게 되고, 일을 하다 보면 공부를 놓게 되고, 그럼 안정적 일자리를 위한 공부는 못하게 되고..., 그럼 또 아무 일이나 하게 되고, 그럼 몸이 상하고, 그럼 병원에 가고, 병원에 가려면 일을 해서 생활비(병원비)를 벌어야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이 되고 있어요. — 91년생 A씨
경제적 기회를 이들에게 줬으면 달랐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은 몇 안되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놓고 같은 20대 여성들끼리 경쟁하고 있거든요. — 97년생 B씨

이 의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린 이들은 '조용한 학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왜 '조용한 학살'이었을까. 특정 집단이 우울과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그것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조용하게 떠나는 이들을 방치하는 사회라면, 이들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은 구조의 불평등이라는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특히 젠더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의 성역할에 대한 기대치와 연관이 깊다. 많은 2030 여성들이 감정노동의 특징을 띠는 서비스 직군에서 일하고 있다.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고 배려해야 하는 업종이 남성성보다는 여성성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경향이다. 대면 업무가 많은 서비스업종이 코로나19의 타격을 맞아 직업 안정성을 잃은 많은 여성이 우울을 호소하는 한편 그중 일부는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 저임금이며 불안정한 일자리에 의존해 "한 달 벌어서 한 달 사는 20대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 나아지기 힘든 고용 상황을 유리천장과 차별로 느끼기 때문에 비관하는 여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로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2030 여성의 자살 대책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20·30대 위기 여성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꾸려 이미 존재하는 청년 여성들을 위한 취업 지원, 1인 가구를 위한 사회관계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특히 여성들이 비관하는 이유 중 하나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여성혐오를 개선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똑똑! 밀레니얼 젠더 미디어 슬랩의 영상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를 추천해요.

나가며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잃은 것을 모두 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집중력, 학교생활, 활기, 그리고 삶의 의지를 살펴보면 모두 불평등의 구조 문제와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줌 피로의 경우 개인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하며 앞으로 기술개선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 격차로 인한 원격 교육 참여 불균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학습 격차를 넘어선 교육 복지의 문제, 우울증뿐만 아니라 분노와 절망의 심리 상태, 그리고 특정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 상실은 모두 공동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다음은 팬데믹의 극한 상황에서도 이어지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대한 시민들의 이야기 '만질 수 없지만 닿아있는'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사회평론, 2019.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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