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당신, 멀지만 가까웠던 당신

아파도 먹고는 살아야지: 코로나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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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021
김남철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코로나19는 이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세계 무역에 '막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 무역의 혜택을 받으며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한 세계가 다시 한번 뒤돌아볼 계기가 된것같다. 현세대의 발전을 이끌었던 세계 무역이 미래에도 지속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경제 체제로 편입이 될까?'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은 우리를 현시대의 '노멀'(Normal)에서 벗어나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로 인도한다. 코로나19라는 충격은 우리에게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 공공장소에서의 거리두기 그리고 줌(Zoom)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장치를 통한 의사소통과 같은 뉴노멀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었다. 코로나19 뉴노멀의 기운은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산주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큰 형님이었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가입 이후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 발전의 화두이자 노멀이었다. 각국은 사상 그리고 발전 정도와 관계없이, 자유무역의 아버지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비교우위를 살리기 위해 앞다퉈 자유무역 협정을 맺기 시작했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시작해 WTO가 창설되었고, NAFTA, 한미무역협정 등 많은 국가간 자유무역 협정도 만들어졌다. 자유무역이 우리를 번영과 꿀이 떨어지는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경제 시스템보다 자유의 땅으로 더욱 더 가깝게 우리를 인도했다.

개발도상국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발전을 도모했고,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이 내려준 낮은 물가와 풍족한 소비생활이라는 꿀물을 쭉쭉 빨아댔다. 물론 선진국에서의 실업 문제, 다국적 기업의 착취, 그리고 지구온난화 악화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았지만, 자유무역이 세계 경제의 노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보호무역주의와 단절이라는 뉴노멀의 한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와 자유무역

<브레이브 하트=""> 윌리엄 월레스의 "프리덤":</브레이브> 물자와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과 거리에 상관없이 생산수단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무역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현시대는 자유무역 협정과 통신 이동수단의 발달을 통해 자유무역의 효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러한 믿음에 의심을 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전염성 때문에 많은 나라는 타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인력과 물자 이동을 차단했다. 뉴질랜드와 싱가포르는 코로나의 발생지인 중국인의 유입을 막았고, 효과를 목격한 조지아 같은 나라들이 이를 뒤따랐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코로나19가 만연한 국가에서 생산된 물건이나 그 국가 국민의 국내 유입을 허락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에 가깝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국경을 막았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발생은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인해 공장은 멈춰서게 됐고 이는 '어느 나라에 있는 생산수단도 통제할 수 있다'라는 다국적기업의 자만심을 산산조각 냈다.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공급망은 톱니바퀴 같이 돌아갈 때 효율적이다. 한 단계라도 어긋나게 된다면 생산수단이 누리던 비용 절감은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이 코로나와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수단을 간결화하고 가까운 거리로 가져올 수 있는 리쇼어링(reshoring)을 화두로 삼고 있다.

생필품은 우리 집 마당에서: 코로나 초기에 한국은 마스크 부족 현상에 떨어야만 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는 물론 여러 가지 산소호흡기와 같은 필수 의약용품과 외품 또한 충분치 않았다. 이상한 현상이었다. '이렇게 풍족한 시기에, 필수 의약용품과 외품이 모자라다니?' 원인은 자유무역에 있었다. 자유무역이 주장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나라가 필수 의약용품과 외품을 노동력이 저렴한 중국 등의 나라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많은 나라가 위급상황에 필수용품의 수출을 금지했다. "역시 사람은 상황이 안 좋을 때 알 수 있다고 했던가?" 필수 의약품 수출금지 조치는 많은 국가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이들은 타국은 역시 믿을 것이 못 되며, 이러한 용품의 생산은 자국에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영국은 필수용품의 중국 의존을 줄이는 프로젝트 디펜드 정책을 발표했다. 의약용품이 필수라면, 식량 또한 필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그 누구도 어디까지 필수품으로 규정할지 확신할 수 없다.

어김없이 따라오는 자국 우선주의의 그림자: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의존도를 줄이는 자국 우선주의는 자유무역의 적이다. 자유무역은 국내에서 경제력을 잃은 직업을 박살 낸다. 성난 민중은 자신의 분노를 거리에서 혹은 투표용지로 정치인을 압박한다. 민중의 분노는 정치인들에게는 기회이다. 자신의 이득에 부합할 만한 분노가 쌓이면 정치인들은 행동한다. 경기가 좋을 때, 자유무역 피해자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이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불경기는 수요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수요의 급격한 하락은 전체적인 직업 안정성을 파괴한다. 예전이라면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는 불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우리를 봐줘' '우리도 중요해'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성난 파도처럼 정치권을 집어삼킨다. 정치인들은 이때, 자국 우선주의의 기조 아래 많은 정책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이는 자유무역을 공동의 적으로 삼고 파괴한다. 세계화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가 1차 세계대전, 스페인 독감 그리고 1930년 대공황의 영향으로 무너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는 비슷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코로나 봉쇄정책과 그에 따르는 그에 따르는 수요에 대한 심각한 타격은 불경기를 양산했다. 새로운 불경기의 개운찮은 기운은 '자유무역'이라는 새로운 희생양을 타깃으로 삼았다.

자유무역은 우리의 구세주인가?

코로나가 우리를 이끌어 갈 뉴노멀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노멀에 관해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똑똑! 자유무역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다룬 적 있어요.

백신 생산의 문제점, 위협은 개발도상국, 혜택은 선진국: 현재 전 세계는 백신 개발이 한창이다. 완벽한 백신이 개발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상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백신의 개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똑똑! 백신의 개발과정에 대해서는 다룬 적 있어요.

백신은 사람의 몸에 균을 넣고, 우리 몸이 미래에 똑같은 균이 침범했을 때 싸워 이길 힘을 주는 일종의 면역력 훈련 장치다. 따라서, 백신 개발은 매우 어렵다. 균이 너무 강하다면 트레이닝 되기 전에 병에 걸릴 것이고 균이 너무 약하면 트레이닝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근육을 단련하는 데 있어서 점진적 과부하의 원리를 이용해야 하지만, 과부하가 너무 강하거나 과부하가 되지 않는 정도의 무게를 사용한다면 부상 혹은 멸치로 남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임상실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임상실험은 위험을 동반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임상실험의 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당장 병에 걸려 죽기 직전의 환자가 아니라면 임상실험에 임할 사람은 많이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제약사의 실수가 발견된다면 제약사는 소송에 시달릴 것이고 이는 큰 손해가 될 것이다. 이에 많은 코로나 제약사들이 선진국에서 위험상의 이유로 허락되지 않거나 문제가 될 만한 임상실험은 해외에서 진행한다. 존슨 앤드 존슨의 백신 실험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개발된 백신은 미국, 영국,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 판매될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사는 시민들은 마치 실험실의 쥐처럼 쓰이고 버려질 위기에 처해있다. 개발도상국에도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세계 보건기구는 코백스(Covax)라는 백신 나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이 기구가 제대로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공급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백신 실험 참가자들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 투약이 중단되었다.

선진국 시민을 위해 희생되는 개발도상국 시민들: 이는 자유무역의 전형적인 공식이다.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바닥 경쟁(Race to the bottom)은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권을 착취한다. 이는 선진국에 값싼 물건을 제공하기 위한 희생이다. 우리는 쓰레기 숲에서 쓰레기를 줍는 소년부터 방글라데시 자라공장 사태로부터 이를 목격했다. 이는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무역의 운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자유무역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줄어들었던 세계 무역의 총량과 해외투자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고, 정부의 정책과는 별개로 많은 사기업들은 온쇼어링을 멈추고, 다시 공급망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세계 무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룬 '코로나가 일으킨 국내 경제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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