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극복과 정부의 역할

아파도 먹고는 살아야지: 코로나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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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2021
김남철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유례 없는 바이러스와 함께 유례없는 정부의 개입이 코로나19의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던 각국의 보수당마저도 두 팔 걷고 찬성하고 있지만, 잠깐 숨을 고르고 정부 개입의 장단점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대응방안

코로나19의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코로나19에 정부는 시장의 자정작용에 의지하지 않고 적극적 개입을 통한 해결이라는 뚜렷한 추세를 양산했다.

첫 번째: 사생활, 그거 먹는 건가요?

코로나19는 엄청난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다. 초창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면 전파자를 빠르게 찾고 동선을 파악하여 전파를 막을 수 있을까?'였다. K-방역으로 유명한 한국은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을 해결책으로 삼았다.한국 방역 당국은 사회 곳곳에 설치된 CCTV,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혹은 통화 등을 사용한 핸드폰 위치 추적 그리고 카드 사용 명세서와 같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전파자의 동선을 파악했다. 코로나19는 확진자와의 접촉을 바탕으로 전염되기 때문에, 개인의 이동 경로, 방문 장소, 접촉자를 파악하는 역학조사는 질병 확산 방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정책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정보를 이용한 역학조사는 중국, 싱가포르는 물론 자유의 나라로 불려왔던 미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최근 부양책 패키지는 질병통제센터 통해 '공공 보건 데이터 감시 및 분석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세계 대부분의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제어하는 애플과 구글은 미 연방정부와 협력하여 모바일 장치 감시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기도 하다. 중국은 대중교통과 쇼핑몰을 비롯한 공공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의무적으로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을 측정하는 개인 QR코드를 발급받도록 했다.

물론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감염된 개인의 위치추적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문자로 전송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름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개인의 성별, 나이, 방문 장소, 심지어 직장 위치와 직종을 공개하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을 통해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심지어 확진자 동선 파악에는 질병관리본부뿐만 아니라 경찰청, 카드사, 통신사도 관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발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은 정부 기관과 사기업 사이에 실시간으로 정보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 정보를 수집하고, 경찰청에서 ‘동의’ 버튼을 누르면 즉각 통신사와 카드사가 위치정보를 입력, 지도에 확진자 경로가 표시되도록 설계됐다.

사람들은 '과연 사회 보호를 위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늘어나는 사상자로 사생활은 마치 당장은 희생돼도 되는 가치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사생활과 사회 안전 사이의 균형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될 수 있지만, 사생활 정보의 공개로 인한 2차 피해는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태원 발 감염사례들이 클럽에서 발생했다는 보도로 인해 아우팅*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아우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위축시키고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지어 공개된 개인정보로 인해 특정 개인들은 '불륜을 저질렀다' '성형을 했다' '보험사기를 쳤다' '성매매에 참여했다'는 등 수많은 의혹과 사생활 노출에 시달리기도 했다.

코로나19는 기술이 사회를 재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미 높아진 시기에 왔다. 그리고 이 팬데믹은 디지털 장치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사용해 국가가 질병과 건강을 관찰하기 위한 영구적인 장치를 만들수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산업 시대의 프라이버시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해 생성되고 수집된 데이터에 의해 사라지는 시점까지 침식된 지 오래다. 그러나 지나치게 광범위한 개인 정보 보호 규정은 혁신을 저해할 수 있으며, 미국의 경우와 같은 개인 정보의 끊임없는 상용화는 캠브릿지 아날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를 정치 캠페인에 판매한 것처럼 시민들이 착취와 조작에 취약하게 만든다. 개인 정보 및 데이터 보호에 대한 새로운 규칙 기반 접근 방식은 미국의 상업 미니멀리즘과 유럽의 규제 범위 사이에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우리는 개인 정보 보호와 상업적 관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아우팅(Outing)은 성 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를 말한다.

두 번째: 쏟아지는 돈다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했다. 이에 의회는 이념 차이와 관계없이 매우 빠른 속도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기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기부양책은 위의 5국 국내총생산의 23%인 7조4000억달러(한화 약 8191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경험: 미국 부동산 거품으로 시작된 2008년 경기침체 당시 전 세계는 확고하고 빠른 정부의 개입 정당성을 경험했다. 특히 독일의 요구로 시작돼 그리스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 적용됐던 긴축정책은 명백한 실책임이 드러났다. 이는 그리스에 실업률 25%, GDP 22% 감소, GDP 대비 정부 부채 35% 증가라는 악조건을 선사했고 국민들 또한 고통의 시간으로 인도했다. 이에 국가 재정 상태에는 보수적 입장을 고수했던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연례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주장했던 '긴축정책'(Austerity policy)은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국민의 요구: 국가 재정의 패러다임 전환뿐만 아니라 반 체제기조(anti establishment)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국가 및 경제기관에 대한 불신 또한 크게 작용했다. 국민들의 불신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문재인 대통령에게로의 권력 이양 그리고 브렉시트 같은 굵직한 변화로 나타났다. 이에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따라야 할 필요성을 느낀 우파정치인들 또한 국가의 개입을 어느 정도 찬성하게 됐다. 만약, 실물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우파정치인들이 전통적 입장 즉 국가 개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고수하면 선거에서 패배는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경기침체에 대항하는 정부의 정책은 간단했다. 추경을 통한 정부의 지출을 늘리고, 기준금리 하락을 통해 금융비용을 하락시키는 것이다.

똑똑!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룬 적 있어요.

정부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요구에 알맞은 정책 또한 펼쳤다.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완화하고 소상공인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용유지에 대한 보상금을 뿌렸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의 한 형태로 해석되는 현금 지급 서비스 또한 실행했다. 1차 국가부양책이 발표된 후에도 대부분의 나라는 국가부양책의 규모를 확대했다. 실제로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1조9000억(약 2100조원) 달러 규모의 유례없는 정부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공화당의 반발로 총액수가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미국 정부의 정부 지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정책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대규모 지출에 대한 우려와 환영

대부분의 나라에서 큰 반대 없이 유례없는 정부지출을 단행했지만, 대규모 정부 지출은 큰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정부 지출은 공짜가 아니다. 불어난 정부의 지출은 국가 부채로 남고 국가 부채는 국가 신용도 하락과 이자 비용의 상승을 발생시킨다. 이자가 국가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미래에 연구·개발이나 국가기반 시설에 투자할 자본이 부족해지고 따라서 미래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 지출은 투자 비용을 웃도는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데 현재 국가지출은 선별의 과정이 없기에 부실기업에도 국가 자본이 투입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지는 직업과 산업의 추세 변화 때문에 사라지는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라졌어야 할 직업 또한 보존한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 앞서 8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의 무분별한 지출은 자산의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다. 과도한 자산 인플레이션은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노동자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 자산의 인플레이션은 특히 안전자본 혹은 현금흐름을 만들 곳이 모자란 지금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게 되고 이는 거품을 발생시킨다. 이는 미래에 또 다른 경제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정부지출이 갖는 장점은 명확하다.

첫째, 시민들을 경기침체의 고통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은 사회 취약층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크다. 코로나19에 실직의 고통까지 더해진다면 국민의 삶을 코로나 블루나 소득 감소로 인한 생활고 등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직장 보호와 현금 지급정책은 직업상실의 고통에서 시민들을 구제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에 취약층 인구의 실업 비율은 훨씬 높았지만, 정부의 현금 지급 정책으로 빈곤층의 비율은 되레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위 20%의 수입은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고 한다. 이는 현금 지급정책의 효과성을 입증한 통계다. 문제는 현금 지급 정책을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금 지급정책 이후에 빈곤층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급격한 수요의 하락을 동반한다.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한 봉쇄정책으로 인한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은 수요의 불씨를 꺼뜨린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투자는 위축된다. 일반 소비자 또한 언제 올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소비를 꺼린다. 하지만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손해를 보더라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출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이라는 인위적인 불쏘시개는 경기침체에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정부의 대규모 경제개입은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탈출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의 적절한 대처가 위기를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명확해진다면, 미래의 위기에도 정부의 개입은 사회의 새로운 규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다음 리포트는 코로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노동자에 다룬 '필수노동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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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부키, 2018.07.19

세계적 석학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 만능주의를 타파하고자 쉬운 문체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믿어왔던 통념을 비판합니다. '과연 자유무역은 세계의 번영을 가져왔는가?'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공하죠. 주류 매체에서 평소에 다루지 않았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매우 심오하지만, 장하준 교수가 내용을 풀어가는 방법은 매우 친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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