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시작과 지금: 새로운 세상

코로나, 어디에서 찾아와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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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021
이진호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2019년 12월31일. 우리 삶이 바뀐 날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라는 생소한 바이러스는 1년 남짓한 시간 우리를 힘껏 흔들었다.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라는 파도는 우리가 쌓은 방파제를 계속 위협한다.

잠시라고 생각한 파도가 해일로

'열, 권태감, 기침, 호흡곤란 및 폐렴 등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 그 외 가래, 인후통, 두통, 객혈과 오심, 설사 등도 나타남.'

정부가 설명하는 코로나19 감염 증상이다. 비말, 즉 '침방울'에 의해 감염되는 이 바이러스는 1년 남짓 동안 말 그대로 대유행했다. 평소 같으면 신경 쓰지도 않을 두통이나 기침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는 '큰일'이 됐다.

코로나19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19년 12월31일.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듬해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1월21일에는 미국까지 마수가 뻗쳤다. 미국은 중국 전역에 북한과 동일한 수준의 경보인 여행금지령을 발령했다.

WHO가 이 생소한 바이러스에 'COVID-19'라는 명칭을 붙인 건 2020년 2월11일이었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약 한 달 반만이었다. 'CO'는 코로나, 'VI'는 바이러스, 'D'는 질병을 뜻한다. '19'는 발생연도인 2019년을 말한다.

WHO는 중국의 최초 보고 후 2달이 조금 넘은 3월11일,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전까지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건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사례 등 두 번뿐이다. 코로나19는 공포로 휩싸인 바이러스의 또 다른 대명사가 됐다.

1월까지만 해도 중국발 해외유입 확진자가 주를 이뤘던 우리나라는 2~3월 대구 신천지 교회 신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져 1차 유행이 발생했다. 이때 처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그 효과였을까. 4월에는 확진자가 한 자릿 수로 줄어들며 사태는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했다. 서울시는 "통제 범위 안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사태를 낙관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부도 확산세를 잡아내고 있다며 'K-방역'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 이른 축포였다. 서울 이태원 클럽, 부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다. 8월부터 11월까지는 일부 교회 신도와 광복절 집회 참가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히 늘었다. 교회와 집회 관련 확진자가 늘어난 이 8월을 2차 대유행 시기로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안심하고 풀었던 고삐가 다시 조여졌다. 사람들은 잠잠해졌다가 다시 찾아온 대유행을 겪으며 장기화를 직감했다. 여기서 3개월 후인 11월 중순부터는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가 현재는 다소 잠잠한 상황. 하지만 정부는 4차 대유행 가능성을 언급해 언제 다시 감염의 해일이 올지 모르는 상태다.

2021년 2월24일 기준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는 8만8120명. 우리나라 인구는 내외국인을 모두 합쳐 5178만명이다. 600명에 한 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이렇게 보면 쉽다. 지하철 1량의 정원은 160명 안팎. 10량짜리 지하철 1대에는 1600명이 탄다. 오늘 아침 이용한 지하철에 2명은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TV를 틀어보자. 내가 좋아한, 혹은 내가 알고 있는 연예인이 확진자가 됐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들린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1억1225만명이다. 지구인 70명 중 1명이 감염됐다. 지난해 4월3일 100만명을 넘은 뒤 달력이 채 한 바퀴가 돌지 않은 지금 100배가 됐다. 미국은 51만명이 코로나19로 숨을 거뒀다. 전 지구가 코로나에 휩싸였다.

청정국가는 푸른 산림이나 맑은 공기가 아닌 코로나 확진자가 없는 나라를 뜻하게 됐고, 당연했던 일들이 이제는 이례적인 일이 됐다. 직장인이 맘 편히 회사에 가고, 학교에서 옹기종기 친구들을 만나는 일상은 이상(理想)으로 바뀌었다. 밀물과 썰물을 오가는 파도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도 확산세가 오락가락했지만, 파고는 확실히 높아졌다.

확진의 공포는 현재진행형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전 지구를 휩쓴 팬데믹 속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는 현실로 옮겨왔다. 전 세계가 각자의 방법으로 코로나 정복을 위한 해답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새까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듯 낯선 질병 앞에서는 막막함이 주는 공포가 먼저다. 코에 들어온 면봉이 뇌까지 찌르는 것 같았다는 말, 감염의 공포 속에서 눈물지었다는 간호사의 증언, 혹시나 확진자가 될까 검사를 피하는 이들까지...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 속에서 두려움이 엄습했다.

정복해야 할 적은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이 공포를 키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10명 중 7명은 확진 자체보다 확진자가 됐다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단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확진이란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 입을 것이 두렵다'는 응답이 67.8%에 달했다.

어떤 이는 "나 자신이 바이러스로 여겨질까 두려운 심정"이라고 했다. 자기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주위의 손가락질, 직장에서 받는 눈초리. 가족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확진됐을 때 가족, 친구, 회사 동료에까지 미칠 나비효과를 상상하게 된다. 검사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하루라는 시간이 1년처럼 느껴진다. 식당이나 편의점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한 가게'로 찍힌다. 내 잘못도 아닌데 당장 먹고살 문제가 막막해진다. 확진은 이렇게 당사자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여기서 나왔다. 낙인을 두려워해 검사 자체를 피하는 이들이 생겼다. 가장 정확도가 높은 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PCR) 검사법은 면봉으로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깊숙이 들어온 면봉이 뇌에 닿는 것 같다는 검사에 아이들은 울먹였고 노인들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확진의 공포뿐 아니라 검사 과정이 주는 공포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터부시했던 '침'이 구세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는 타액을 활용한 검사법을 도입했다. 뱉은 침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결과가 빨리 나오는 신속항원검사라는 이름의 검사법도 도입됐다.

다채로워진 검사 방식만큼이나 검사를 받는 장소도 진화했다. 검사자와 의료진이 벽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워크 스루, 기차역 앞이나 운동장에 세워진 임시선별검사소는 이미 익숙한 광경이 됐다. 좀 더 많은 이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처다. 잽싸게 전파되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우리는 새롭고 다양한 방법으로 방파제를 쌓았다.

그러나 방파제가 있다고 파도가 멈추지는 않는다. 더 촘촘해진 그물망에 잡힌 확진자들은 여전히 자책한다. 무증상이란 그림자는 모두를 잠재적 확진자로 만든다. 그 사이 코로나19는 계속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발전한 방역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확진의 공포를 한 발 더 가까이 가져다 놓았다. 가벼운 기침 소리도 저승사자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꿈틀대는 바이러스

자연에 도전하는 우리를 꼭 이기고 싶은 걸까. 공포 속에서도 열심히 답을 찾는 사이 코로나19라는 녀석은 가만있지 않았다.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2020년 9월 영국에 이어 그다음 달 남아공에서 변이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1월에는 브라질에서 바뀐 바이러스가 나왔다. 백신 개발로 잡힐 듯했던 코로나19의 꼬리는 빠른 발걸음으로 사람들을 약 올렸다. 잘 쌓은 줄 알았던 방파제가 새로운 파도의 도전을 맞닥뜨렸다.

바이러스도 생물이다. 생물이 변이하는 건 진화를 위해서다. 근데 그 진화가 인간에게는 치명타로 다가온다.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훨씬 강한 데다 예방 효과가 미지수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1.7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3000만명을 넘는데는 9개월이 걸렸지만, 영국발 변이가 처음 나온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무렵만에 전세계 확진자가 1억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정부는 2월 초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4차 대유행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변이 바이러스는 세계 90개 이상 나라에 퍼졌다. 열리는 듯했던 세계의 빗장은 다시 잠기고 있다. 프랑스는 EU 회원국을 뺀 다른 나라에 국경을 닫았다. 독일도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영국과 남아공, 브라질에서의 입국을 금지했다.

희망으로 꼽혔던 백신도 변이 바이러스 앞에서 만능열쇠는 되지 못한다. 백신 개발사들은 예상치 못한 변화구를 던지는 바이러스가 당혹스럽다. 원형에 맞춰 개발된 백신은 더 진화한 상대가 돼버린 바이러스를 상대하기 버겁다. '변이 바이러스'를 검색창에 쳐볼까. 어떤 백신은 50%, 또 다른 백신은 60%. 또 어떤 백신은 80%.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숫자가 널뛴다. 그물망을 쏙쏙 빠져나가는 바이러스에 개발사들은 임상실험 계획을 바꾸는 등 혼란을 맞았다.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팔을 내미는 이들의 표정에는 걱정보다 희망이 먼저 비친다. 하지만 꺼질 듯했던 불씨가 늘 다시 피어올랐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에는 여러차례의 대유행이 찾아왔고, 대유행이 잠잠해지는 듯 하자 바이러스가 모습을 바꿨다. 백신 개발 소식이 알려지며 긴 터널에 서광이 비친 것 같았지만 자연은 승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행보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언제' 끝나냐는 푸념은 사치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태 초반에는 오해와 오판이 발목을 잡았다. 가짜 뉴스가 판쳤고, 유언비어가 쏟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지하지 않았다. 삶의 그림을 바꿔 이겨내고 있다. 거리를 둔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공습을 합심해 막아내고 있다.

💡다음은 사태 초반의 혼란과 이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삶의 그림이 바뀐 사회, 일상이 됐다'로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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