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뒤에 가려진 것들

살아남느라 지나친 코로나19 보건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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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021
박중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사랑하는 연인보다 더 많은 시간 우리와 얼굴을 부대끼는 마스크. 우리는 마스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정확히 언제부터 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는지, 그럼에도 저기 저 아저씨는 왜 꿋꿋하게 마스크를 안 쓰는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마스크 착용을 과연 모두가 누려왔는지 궁금했던 적 없으신가요? 마스크 쓰느라 급급해 지나친 진실들, 지금부터 톺아봅니다.

똑똑퀴즈: 2020년 10월 코로나 음성 판정 후 '활력이 넘친다, 이 기운을 나눠주고 싶다'라며 노마스크 유세를 재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 심지어 '키스' 언급까지 했던 그는 왜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까?

'코시국'의 동반자 마스크, 어떻게 왜 쓰게 됐을까?

오늘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꼭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그러나 마스크가 일상의 필수품이자 의무사항이 된 지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게 지난해 8월이며, 이후 고위험 시설 확진자 증가와 마스크 착용 거부자로 인한 다툼을 막고자 나라 전체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확대한 것은 불과 10월13일의 일이다. 코로나는 물론 마스크와 기나긴 세월을 보낸 듯 체감 피로도가 높지만, 마스크와 동고동락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중요 방역 수단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초기에는 마스크 사용을 강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너무 많이 쓸 경우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2020년 3월 신천지발 대유행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1인당 공적 마스크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의 자발적 구매 물량이 폭증한 데 따른 정부 개입이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영국 보건당국 등 서구권에서 그랬다. 손씻기에 비해 전염을 막는 근거가 부족하고,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를 맹신해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일반인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정작 의료진의 마스크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주된 논거였다. 마스크를 적극적으로 착용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라고 해서 다른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던 것은 아니다.

마스크 쓰기는 전적으로 개인적이었다. 공기의 질이라는 공공재를 관리하는 공적인 해결책은 논의가 잘 진척되지 않은 대신,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KF80 이상의 '보건용(방역용)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규범이 되었다. ―'불확실성 시대의 마스크 시민권' 김재형, 도서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위 인용에서 저자의 언급은 그간 공기의 질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개인이 자구책 성격으로 마스크 쓰기를 선택했음을 가리킨다.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로 마스크가 이미 대중적인 자기방어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이전 사스(SARS)나 메르스(MERS) 사태의 방역 경험을 떠올려 코로나 팬데믹에도 마스크 쓰기를 적용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자발성'으로 출발한 마스크 쓰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은 '공공성'이라는 점도 재밌다. 코로나 시국을 거쳐가며 지하철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마스크 쓰기의 '이타성'을 강조한 공익광고를 본 기억은 누구든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마스크 쓰기에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를 보호하는 사회적 의미가 깃든 것이다. 강한 어조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거나 미착용 시 벌어질 일의 끔찍함을 예고하는 메시지는 거부감을 유발한 경우가 있던 반면, 이타성에 대한 호소는 공동체주의가 친숙한 한국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마스크 쓰기의 이타성을 드러내는 권고는 미착용에 대한 강한 어조의 제재보다 적은 반발을 부른다. (출처: 질병관리청)

저 아저씨는 왜 마스크 안 써?

이러한 물음에 '귀찮아서' '깜빡해서' 같은 뻔한 대답 말고 그럴 듯한 이유를 내어놓고 싶다면, 아니 실은 '내 말이 그 말이야!'를 격하게 외치고 싶은 당신이라면 다음의 이야기들이 답이 될 수 있다.

비교적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인 서구권에서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CNN은 2020년 5월 임상 심리학자를 취재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분석의 포인트는 주로 서구권 문화가 마스크에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 부정적 이미지는 다시 크게 2가지 맥락으로 나뉜다.

'네가 뭔데?'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다

정확히 말하면 마스크 착용 '요구'가 자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CNN이 취재한 임상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은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기에 그 조치가 자신을 보호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저항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강력한 반대파에겐 일시적 지침도 너무 큰 양보"라고 덧붙인다. 상점 경비원이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 미국 미시간주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벌이는 실랑이의 단골멘트가 "네가 뭔데 쓰라 마라야"인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스크 쓰면 '문제 있는 사람'

여기서 말하는 '문제'에는 꽤 다양한 상태가 포함된다. 우리만큼 마스크 착용이 익숙지 않은 서양에서 마스크는 전문 의료진이 아니면 이미 병에 걸린 환자가 쓰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강도나 총기사건 등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얼굴을 가렸다는 의심도 많다. 뭔가 떳떳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쓴 동양인이 서양에서 눈총을 받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데이비드 에이브럼스 뉴욕대 교수는 마스크가 일부 사람들에게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여겨진다고도 분석한다. "마스크를 쓰는 게 남들에게 '겁을 먹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강함을 보여주려고 거부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똑똑퀴즈 답: 평소 자유를 강조하고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어필한 트럼프에게 노마스크는 정치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입… 입을 보자…
ⓒPhoto by Filip Bunkens on Unsplash

추가로 서양인이 마스크 착용을 꺼려 하는 이유가 문화 차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양인이 주로 눈으로 감정을 교류하는 것과 달리 서양에서는 주로 입을 보고 표정을 읽는다는 것. 그러므로 입을 볼 수 없는 마스크 쓴 상대를 불편하게 여긴다고. 이모티콘 사용에 있어서도 우리는 주로 눈을 강조하는 ^^ ㅠㅠ 등을 쓰는 데 비해 서양에서는 :-) :-( 와 같이 입으로 감정 상태를 표현한다.

쓰느라 지쳐 지나친 것들

범국민적인 마스크 쓰기를 통해 K-방역을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언제쯤 마스크 그만 쓸 수 있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공기가 상쾌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마스크를 깜빡했네'와 같이 마스크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데도 익숙해졌지만, 반대로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구하기 힘든 이도 여전히 많다.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와 노인, 저소득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마스크는 방역을 위한 필수품의 성격을 지녔지만 돈을 주고 사야 하기에 누구나 쓸 순 없다. 공적 마스크 배포 규정에도 사각지대는 있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 장애인에게는 마스크 구입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마스크 기부와 후원의 손길이 그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전국이주인권단체는 3월 7일 공동성명을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 유학생, 사업자등록 없이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미등록 체류자 등 수십만 명이 배제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난민들 역시 마스크 분배에서 배제되었다. ―'불확실성 시대의 마스크 시민권' 김재형, 도서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비단 취약계층뿐만이 아니다. 잠시 시곗바늘을 돌려 2020년 3월 마스크5부제 시행 당시로 돌아가보자. 마스크 물량 부족으로 대란을 겪자 국민들은 이에 대한 분배 책임을 정부에 물었다. 국민으로서 마스크를 받을 권리를 내세웠고,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을 기준으로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다. 눈여겨볼 것은 공급 기준이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할 때 건강보험 가입 여부는 합리적인 기준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배제 대상이 있다. 외국인 유학생, 건강보험 미 가입 이주노동자, 난민과 같은 외국인이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난 4월 말이 되어서야 이들 역시 공적 마스크 구입이 가능해지지만,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팬데믹 방역과 의료 자원 분배에 있어서도 사실상 타자화가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방역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마스크. 그럼에도 그간 의견 불일치는 물론 크고 작은 혼란을 빚어온 것은 이러한 마스크 쓰기가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선택 위에 있는 보건 행위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코로나19에 면역을 부여할 백신을 둘러싼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다음은 백신 및 의료 자원 분배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다룬 '백신을 손에 쥔 사회의 과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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