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첫 '한미 정상회담', 어떤 이야기 오갔나

미사일 주권 회복하고 국군 55만명 백신 확보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국과 미국이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 사정거리에 제한을 건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됐다. 북한을 넘어 동북아 전역을 영향권에 둔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져 국방력 강화의 토대가 갖춰졌다.
  • 미국은 우리나라 국군 장병 55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 정부는 이번 회담에 만족했다는 자찬을 내놨지만 우리나라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해 꽤 많은 걸 내줬다는 평가도 있다.

🔥 왜 중요한가?

첫 만남, 적지 않은 성과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서 미국의 새 정부와 가진 첫 정상회담이다. 미사일 주권 회복과 백신 공급 약속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기술·경제 동맹 공고히

양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기술과 경제 동맹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미국에 44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한미 관계 출발점, 회담에 담긴 정치학

정상회담은 국가의 외교력을 평가받는 자리다.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향후 국정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앞으로 한미 관계의 토대가 된다.

큰 그림
청사진
3시간 가까이 만난 문재인 - 바이든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2시간 51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37분간 단독회담을 했고, 소인수 회담(57분), 확대회담(77분)까지 총 171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 소인수 회담과 확대회담?: 각국 정상이 일대일로 만나는 게 단독회담이라면, 적은 수의 핵심 참모가 함께 배석하는 게 소인수(少人數) 회담이다. 여기에 확대회담은 수행원들까지 배석해 좀더 실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미사일 지침 해제

42년 만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며 우리나라는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 이제까지는 최대 사거리에 제한을 받아 먼 지역의 목표물을 타격할 미사일 개발이 불가능했었다.

  • 한미 미사일 지침: 지난 1979년 처음 체결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은 이전해주기로 했지만,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은 각각 180㎞와 500㎏으로 제한했었다. 이후 4차례 개정을 거쳐 중량 제한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사거리는 800㎞로 족쇄가 걸린 상태였다.

코로나19 백신 선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명에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제공하기로 했다. 일정은 미국과 협의해 결정한다. 모더나 백신도 우리나라에서 위탁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위탁 생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는다. 오는 3분기 대량생산이 시작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노바백스와 개발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국내 생산되는 4번째 백신: 한국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AZ), 노바백스, 스푸트니크 V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제 모더나까지 만들게 돼 우리나라는 총 4종의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미국 현지에 첨단 기술 투자

44조원 미국으로: 한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차세대이동통신(6G) 등 첨단 제조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공장 증설과 인프라 확충을 지원한다. 삼성·현대차·LG·SK 4대 그룹은 미국에 394억달러(한화 약 44조원)를 투자키로 했다.

빠지지 않은 비핵화 협력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 — 한미공동성명

북한 핵 문제도 이야기했다. 한미공동성명에는 2018년 남북 정상이 약속한 판문점 선언과,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 내용을 인정하는 문구를 담았다. 과거 대북정책과 단절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만'과 '쿼드' 언급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또한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 한미공동성명

이례적으로 '대만'이 성명에 언급됐다. 중국은 대만이 국가로 인정받는 걸 반대하는지라, 다른 나라가 대만을 언급하는 점을 내정간섭으로 여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이 언급된 것은 처음으로, 양국이 중국 견제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가 모여 만든 협력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건 일명 '쿼드 플러스'에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똑똑! 국제 협력체 쿼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똑똑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마스크 벗은 양국 정상

양국 정상은 '노마스크'로 이야기를 나눴다. 맨손으로 악수도 했다. 앞서 미국은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내놨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모두 백신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용사 랄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도 참석했다.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임팩트

미사일 주권 되찾아 국방력↑

미사일 지침 해제로 앞으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전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다.

  • 기술 개발 박차: 우리나라 국방력 상승의 기폭제가 된다. 또 우주로켓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 타국 반발은 부담: 북한이 우리나라에 화살을 돌려 도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이 800㎞ 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하면 결국 중국을 겨냥한 꼴이라 대중 갈등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발돋움

국군 장병에 한정되긴 했어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백신 55만명분을 확보한 건 이번 회담의 큰 성과다.

  • 한미 동맹 확인: 주한미군은 이미 백신을 맞고 있지만 국군은 그렇지 못했다. 이번 지원은 '한미 동맹'을 다시 확인시키는 메시지라는 평가다.
  • 백신 허브로 도약: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모더나까지 국내에서 위탁 생산되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
  • 수급난 해소?: 하반기 백신 접종 속도가 더 올라갔을 때 백신 수급난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 나아가 자체 생산의 기반도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백신 생산국의 '명예'를 얻는 것은 덤이다.

첨단기술 파트너 역할 공고히

44조원의 투자를 약속함에 따라 다른 기업들의 미국 투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산업 파트너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자본이 미국에 쏠린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다.

  • 경제 공조 탄탄대로?: 미국은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본토에 생산 '시설'은 부족하다. 협업이 절실한 상황이라 한국 기업의 미국행 러시가 시작될 수 있다. 미국과의 경제 파트너십은 더 단단해진다.
  • 우리 일자리는요: 투자가 미국에 집중되는 건 일자리도 옮겨가는 걸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지을 공장을 미 대륙에 짓는 셈이라 적어도 몇만개는 될 일자리가 미국에 들어간다.
스탯
한미정상회담에 풀어놓은 보따리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한국: 정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며 자찬했다. 특히 미국이 다른 나라를 제치고 한국에 백신을 주기로 했다는 점에서 호평했다. 대기업이 4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기대 효과도 적지 않다.

미국: 실리를 택했다.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다. 55만명분의 백신은 미국 입장에서 그리 많지 않은 수량이다. 한국군은 주한미군과의 공조 측면서도 중요한 자원이다. 미군 보호를 위해서도 백신 접종이 필요했다.

북한: 한국과 미국이 만날 땐 항상 신경이 쓰인다. 지난 트럼프 정부 때는 안보에 초점을 맞췄던 데 비해, 백신이나 기술적 동맹을 내세웠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그래도 미사일 주권을 되찾은 한국이 어떤 신종 로켓을 만들지 촉각이 곤두선다.

중국: 심기가 불편하다. 특히 대만을 언급한 데 불만이 크다. 중국은 "불장난을 하지 말라"며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한국과 미국 손익계산서는?

우리나라는 부족한 백신을 받아오고 미국은 투자를 유치해 얼핏 윈윈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1️⃣ 백신의 경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오는 8월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훈련이 중단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 전략일 수 있다.

2️⃣ 미사일지침 해제는 미국이 중국 견제의 폭탄을 한국에 넘긴 것일지도 모른다. 미사일 방위의 범위를 중국까지 넓히는 이른바 '우회 견제'다. 미국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효과다.

3️⃣ 우리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44조원의 투자 주체는 민간 대기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막대한 크기의 시장은 매력적이다. 여기에 미국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세계 시장 석권까지 노려볼 수 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유

정상회담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북한과 미국은 소득 없이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 먼 길을 날아왔음에도 양국 정상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정상회담은 공동합의문(성명)이 나오는 게 핵심인데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대일 단독 회담을 가졌음에도 결렬이 선언됐다. 이에 따라 합의문 자체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의 핵시설을 놓고 물밑싸움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 알려진 영변 핵시설 외에도 대규모 핵시설이 있는 점을 들어 대북 제재를 풀 수 없다고 한 것이 결렬 이유로 꼽힌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먼저 미국 만난 일본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4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50분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났고 당시에는 두 정상 모두 마스크를 꼈다. 일본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로 한 대신 도쿄 올림픽 개최 의지에 대한 지지와,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방위를 재확인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