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어진 남북 '통신연락선'

남북관계 개선? 넘어야 할 고비 산더미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지난해 6월 끊어졌었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
  • 북한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되살아나며 단절됐던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 북한은 과거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은 전례가 있다. 화해 무드를 이어가려면 소통을 계속 유지하는 노력과 더불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 왜 중요한가?

남북 소통 재개

  •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아지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연락선이 끊어지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 북한의 날 선 발언이 계속되며 파국을 향해 치닫던 상황. 소통이 재개된 만큼 오랜만에 화색이 돈 양국 간 분위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세계가 주목한다

  •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핵 위협 감소 등 세계평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 남한과 북한의 사이가 봉합되면 미국과 동아시아 외교 지형에도 순풍이 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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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

대북 '삐라'에 연락 끊은 북한

남조선 당국은 저들의 중대한 책임을 너절한 간판을 들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회피하면서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묵인하여 북남관계를 파국적인 종착점에로 몰아왔다. — 2020년 6월9일 조선중앙통신

2020년 6월9일 북한은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연락선을 끊었다. 남북연락사무소를 비롯해 동·서해지구 군통신선, 남북통신시험선, 청와대와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잇는 직통통신선 등이 단절됐다.

1주일 뒤에는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도 강행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지난 3월에는 동해에 탄도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했다.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관계 회복의 물꼬는 좀처럼 트이지 않았다.

온탕에서 냉탕으로: 남북관계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훈풍이 불었었다. 서울과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열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재개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한국의 역할에 실망한 북한과 우리 관계까지 덩달아 얼어붙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한 불똥이 우리에게까지 튀었다.

  • 통신연락선(연락선): 남한과 북한당국을 잇는 연락 채널이다. 군이나 정부 간 실무 소통 역할을 한다. 육성으로 매일 통화할 수 있어 의사교환이 빨리 이뤄진다.

"따르릉" 다시 울린 전화기

남북 간 소통이 다시는 중단되지 않고, 복원된 통신연락선을 통해 남북 간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사항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통일부

끊어진 연락선은 413일 만에 다시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양국 연락대표 간 통화가 이뤄지며 연락선이 복원됐다. 북한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6·25 정전협정 68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연락선도 다시 뚫렸다. 남북은 예전과 같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통신선 등을 통해 매일 오전과 오후 정기적으로 통화하기로 했다.

친서로 소통한 양국 정상

양국 정상 간 친서 교환이 큰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부터 10여차례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남한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의 소통 라인은 간헐적으로 이어졌었는데 친서는 여기를 통해 교환된 것으로 보인다.

  • 핫라인은 아직: 두 정상이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 복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최고 의사결정자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직접 소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셈.
임팩트
평화프로세스 기대감↑ 회담 개최는 물음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끊겼던 연락이 재개되는 만큼 소통이 원활해진다. 성명이나 담화를 통한 '간접' 소통보다 비교적 오해는 적어지고 의사는 명확히 전달된다. 정기적으로 통화를 나누니 중국의 불법조업이나 기상 상황, 코로나19 방역 등 현안에 대해 궁금증을 전하거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이 과정서 식량 지원이나 의료 협력 등의 논의도 한 발 더 진전된다.

독기 서린 말 '일단정지': 북한의 날 선 발언은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북한은 과거 한미연합훈련에 반대하며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계속 자극만 이어가기에는 연락선 복원이라는 '화해 제스처'와 앞뒤가 맞지 않아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다시 만나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권 막판 마지막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부와 마지막으로 관계를 다질 거란 분석이다.

청와대는 논의가 없었다며 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연락선 복원은 회담을 위한 북한의 밑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적어도 실무진 간 회담 정도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회담까지 연결돼야 비로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다.

여당에 유리?: 회담이 성사되면 국정 동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 현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 성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면, 내년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 나쁜 선례로 남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북한이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멈춰 세웠다. 지금은 비정상이 정상화된 정도다.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다시 마음대로 봉합하는 관행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쏟아지는 환영 메시지

세계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과 유엔(UN), 일본을 비롯해 중국까지 한반도 평화와 밀접한 국제사회의 환영 메시지가 쏟아졌다.

기대만큼 무거워진 어깨: 세계의 시선이 쏠린 상황서 애써 잡은 화해 무드를 놓치면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을 받는다. 실무회담이나 지원, 북미대화 재개 등 진전된 외교 성과가 안 나오면 반대로 우리 외교력에 의심이 쌓인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가교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미훈련 계획대로?: 한미연합훈련은 관계 회복의 '캐스팅보트'다. 올해 훈련도 이번 달 계획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은 1일 "남북관계를 흐리는 전주곡"이라고 압박했다. 만약 훈련을 미루거나 취소하면 반대로 미국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모양새가 된다. 북한과 친해지려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스탯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한국: 충분하진 않아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북한은 함께 가야 할 우리 동포다.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허나 연락 재개 자체로만 기뻐하긴 이르다. 실무진이라도 빨리 나서 얽힌 현안들을 풀어야 할 때다.

미국: 한국이 북한과 긴밀히 소통해 우리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로도 이어졌으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파토'를 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다르다. 문 대통령이 다음 달 UN총회에 직접 올지 모른다고 들었다.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중국: 환영은 환영인데 사실 북한과 가장 친한 친구는 우리 아닌가. 한국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조금 지켜보고 스탠스를 결정할 생각이다. 응? 홍콩 언론 이 기사는 뭐지. '중국은 연락선 복원을 먼저 알고 있었다...' 음, 이건 '노코멘트'.

일본: 도쿄올림픽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꼭 주목해야 할 소식이다. 남북 대화 가능성이 커진 것 같은데 그럼 우리의 아시아 내 영향력은 더 쪼그라든다. 올림픽 폐회가 얼마 안 남았다. 우선 마무리에 집중하고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독설을 뿜어내던 북한이 갑자기 손을 내민 배경에는 식량문제가 깔렸다. 현재 북한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세계적인 국경 봉쇄로 식량이나 비료를 외국에서 들여오기 어렵다. 장마와 폭염에 곡물도 잘 자라지 않는 상황. 코로나19 백신도 탐이 날 테니 외부로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남한 대선을 앞둔 타이밍도 공교롭다. 현 문재인 정권은 북한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띤다. 내년 대선 때 여당이 다시 집권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만큼 임기 막판 '끈'을 이어놓고 싶은 속내가 반영됐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중국과의 교류도 지지부진한 상태라 우리 정부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라는 뜻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폭탄으로 날려버린 소통의 끈

"펑펑! 쾅"

지난해 6월16일 북한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실제로 건물을 폭탄으로 날려버렸다.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우리 정부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 당국은 돌발 상황에 대비했고, 한반도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우리 기업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했다. 폭파 뒤 사라진 공동연락사무소는 지금까지 폭발의 잔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연락소를 짓는 데는 수백억원의 우리 예산이 투입된 터였다.

북한은 이번 연락선 복구를 추진하며 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나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이에 정부가 단순히 환영만 할 게 아니라 북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우리와 달랐던 동독과 서독

남한과 북한은 현재 휴전 상태인 분단국가다. 하지만 과거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있던 독일은 조금 달랐다. 세계 제2차대전 패전 이후 분단된 동서독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념은 달랐지만 교류협력은 활발했다.

1972년 동서독은 기본조약을 체결해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했다. 1976년 우편·통신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소포와 편지를 교환할 수 있었고, 서로 전화도 할 수 있었다. 1986년 5월과 1987년 9월 각각 문화협정과 과학기술협정을 맺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거나 학생 교환 등이 이뤄졌다. 이 교류가 훗날 통일의 밑바탕이 됐다.

우리나라는 2000년 6·16 남북공동선언 이후 개성공단 건설 등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간의 단절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정부 허락 없이 함부로 교류하거나 방문하면 법으로 처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