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미래

유튜브와의 동행, 남아있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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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2021
박중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페이팔 마피아 3인의 손에서 탄생한 작은 재생 버튼 유튜브. 편의성과 개방성으로 무장한 혁신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은 기술의 발전과 대중의 요구,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물려 현대사회의 부분이자 또 다른 장이 됐습니다. 매체의 전유물이던 방송과 미디어에는 개인 크리에이터가 진출했고, 무수한 기호와 의견은 콘텐츠를 넘어 트렌드를 주무릅니다. 유튜브와 함께하며 마주할 미디어 생태계의 앞날과 과제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현상

유튜브와 함께하는 미래

소셜 미디어 통계 분석 사이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개인채널의 수는 약 2430만개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광고수익을 거두는 채널로 좁혀보면 지난해 말 기준 9만7934개입니다. 구글로부터 수익을 나눠받을 수 있는 기준인 구독자 1000명, 연간 누적 재생시간 4000시간을 만족하는 채널인데요. 이를 산술적으로 풀면 우리나라 인구 약 500명당 1명이 유튜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유튜버에 대한 사회적 열망

유튜버에 대한 직업적 인식과 선호도 사회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튜버를 비롯한 개인 영상 창작자를 가리키는 크리에이터는 2018년 1월 한국 표준 직업분류에 정식 인정됐는데요. 그해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서 크리에이터는 5위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에는 3위, 지난해에는 4위에 올랐죠.

유튜버가 되기 위한 교육을 시행하는 학과도 생겨났습니다. 수원여대, 목포과학대, 한양사이버대, 세종사이버대 등입니다. 기존 미디어 관련 커리큘럼에 크리에이터를 포함하는가 하면 세종사이버대나 목포과학대는 아예 '유튜버' '유튜브 크레이이터'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정부지원 교육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18년부터 전국 50대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50+유튜버스쿨'을 운영하고 있죠.

기업과 셀럽까지 뛰어든 콘텐츠 각축장

유튜버 되려고 전문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유튜브는 창립자 자웨드 카림이 코끼리는 코가 길어서 멋지다는 영상이나 덜렁 올리던 때와는 달라졌죠. 유튜브에 소위 '프로'들이 들어오는 지경입니다.

주류 플랫폼이 된 유튜브에서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기업이 뛰어든 것은 물론 연예인들까지 대거 진출했습니다. TV와 같은 기성 미디어를 벗어나 활동영역을 넓히거나 팬과 소통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입니다. 스타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기업으로부터 브랜디드 콘텐츠 형태로 광고를 받기도 하죠.

기존 방송 제작'꾼'들인 방송사도 유튜브 맞춤 콘텐츠를 내놓습니다. JTBC 계열 룰루랄라 스튜디오의 인기 콘텐츠 '와썹맨' '워크맨' 등이 그 예죠. TV에 내놓는 예능이나 가요 프로그램 등도 유튜브를 위한 클립이나 별도 포맷을 기획제작하는 일이 일상입니다.

볼거리는 풍성해졌습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콘텐츠 전쟁터가 됐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과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도를 넘은 자극적 영상을 업로드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내용

바람직한 동행을 위한 과제와 사회적 해결

게이트 키퍼 없이 자유로운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신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케 하는 장점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제재가 필요한 영상에 대한 관리의 그물망도 성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되는 유튜브 영상의 사회적 홍역에 대해선 우리 모두 이미 익숙합니다.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가짜뉴스를 유포해 특정 진영이나 개인, 상인에 피해를 주는가 하면 혐오나 성희롱적 내용을 퍼뜨리기도 하죠. 범죄행위를 벌이거나 그 현장을 중계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현행 방송법상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개인방송에 별다른 규제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방송사업자가 아닙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 사업자에 해당하죠.

지상파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 등 현 방송사업자의 방송 프로그램은 공익성과 공정성 기준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습니다. 유튜브는 그런 게 없습니다.

물론 자체 심의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가이드가 있습니다. 유튜브는 이를 어길 시 영상을 삭제합니다. 범죄 악용이 우려되거나, 아동 안전에 해가 되거나,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 등이 해당합니다. 우려 수준이라면 소위 '노란딱지'로 불리는 경고표시를 붙여 수익을 제한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삭제된 영상은 약 108만건입니다.

문제는 그 어마어마한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가해지는 규제가 미미하다는 데 있습니다. 어찌저찌 기소해 형사처벌이 이뤄져도 이미 영상이 퍼진 뒤 수습하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합니다. 유튜브 가이드라인 역시 결국 구글 입맛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죠.

자유는 법의 울타리에서

'뉴미디어' 유튜브가 불러온 홍역, 해결책은 없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실마리는 '올드미디어'인 기존 방송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방송을 관리해온 방식입니다. 법의 테두리에 유튜브를 포함하는 거죠. 그러나 뉴미디어를 단순히 기존 방송 아래 편입 시켜 성장성을 제한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될 텐데요.

이러한 문제의식과 고민을 담은 법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바로 올해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주요 업무계획으로 밝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입니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케이블TV, 인터넷(IP)TV, 위성방송 등 전통 미디어와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시청각미디어'로 망라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이 이미 2018년에 도입해 유튜브와 OTT 등을 규제하는 근거로 삼고 있죠.

우리나라 현행 방송법의 가장 최근 개정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입니다. 낡아도 너무 낡았죠. '방송'의 정의부터 제대로 담지 못해 기존 방송의 혁신은 가로막고 뉴미디어 관리는 방치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습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모든 '시청각미디어'를 아우르되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체계를 나눠 관리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르면 유튜브를 비롯한 OTT는 앞으로 온라인시청각미디어로 분류됩니다. 산업 초기인 점을 고려해 규제는 최소화할 방침이죠.

아울러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를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간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떨어졌던 미디어에 대한 관리 및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 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요. 흩어져 정리되지 않았던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 구조도 쇄신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법과 규제로 해결될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 국회를 통과해 잘 자리 잡는다면 유튜브를 둘러싼 홍역은 사라질까요? 절반의 해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 영상에 대한 규제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보지 않으면 영향력도 없죠. 한없이 자유로운 콘텐츠의 바다 유튜브에서 시청자가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되거나 편향된 가치판단으로 콘텐츠를 탐닉하는 일도 문제입니다. 친절하게도 우리의 친구 알고리즘은 계속 내 '취향'의 콘텐츠를 물어다 주니 헤어나오기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핵심

유튜브 보는 세상, 유튜브로 보는 세상

오늘날 유튜브는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동영상 및 미디어 플랫폼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과거 기성 미디어에서 보기 힘든 신선함이 대안 미디어로서 유튜브를 주목케 했지만 이젠 거꾸로 주류 미디어 자리를 꿰찼죠. 유튜브를 보고, 유튜브로 얘기하고, 유튜브로 세상을 봅니다. 그렇다면 유튜브가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한한 네트워크를 지닌 인터넷이 모든 이와 연결될 수 있지만 모든 이와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유튜브에도 수많은 영상이 올라오지만 내가 보는 것은 일부입니다. 알고리즘이 내가 선택할 만한 내 취향의 영상만을 물어오니까요.

알고리즘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없이 편향적이죠. 내 마음에 쏙 들도록 정보는 선별됩니다. 분명 자유롭게 선택한 것 같은데 쓰면 쓸수록 선택의 자율성은 줄어듭니다. 머신러닝으로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똘똘하게도 점점 더 '맞춤' 영상을 보여줍니다. 정보는 여과됩니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거품 낀 필터입니다. 이를 이해하고 단지 콘텐츠를 즐기는 데 그치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 경험이 누적되고 사회를 해석하는 틀로까지 기능하면 문제가 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기에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확증편향을 불러오죠. 이를테면 특정 성향의 이슈를 주로 소비하는 시청자에게는 같은 성향의 콘텐츠만 추천됩니다. 이 시청자에게 최소한 유튜브를 통해 자신과 다른 성향의 정보나 의견이 흘러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오히려 걸러지죠.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본래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학습했을 뿐입니다. 실제 세상이라기보다 유튜브를 통해 이해한 세상이며 이 둘 사이에는 버블이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유튜브의 막대한 영향력 아래 사회 단위로 발생한 이 경험은 비슷한 견해와 정보만 신뢰하는 집단의 분열을 낳을 수 있죠. 같은 이야기만 맴도는 그룹을 형성하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나 같은 신념만 허용하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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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새로운 미디어 사회, 새로운 소비 양식

방송이 아닌 역무를 방송처럼 규제할 방법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방송을 대신할 새로운 개념, 예컨대 ‘시청각매체’ 등과 같은 포괄적 개념을 도입해서 매체 규제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2019년 <방송문화> 가을호)

유튜브는 미디어의 기준을 바꿔 놨습니다. 개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시작해 기성 미디어의 위계를 전복한 오늘날 위상에 대한 비유기도 하지만, 실제 방송에 대한 법과 정의를 수정하게 만든 데 대한 직접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런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소비자이자 참여자인 우리의 수용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두되는 개념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입니다. '리터러시'란 문자에 대한 해석능력, 문해력을 가리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해석 및 올바른 활용 능력을 가리키죠.

가짜뉴스 판별이나 올바른 정보 해석 능력에 대한 필요는 물론 어릴 때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그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한 미디어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으며, 일부 학교에선 이미 수업에 포함하고 있죠. 전통적인 게이트 키핑이 점차 사라지는 앞으로 미디어 생태계는 잘못된 정보에 대한 지적 면역력 또한 스스로 갖추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 다음은 포스트 유튜브를 꿈꾸는 숏폼 플랫폼의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기다려! 우리가 간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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