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무대로 자라다

고정관념을 깨고 이뤄낸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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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2021
이예지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4년 전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볼까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용도로 말이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귀찮고, 멋진 유튜버들도 워낙 많아 비교될 거란 생각에 금방 포기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하셨던 분 많을 것 같은데요. 남들보다 일찍, 혹은 남들이 고민할 때 얼른 채널을 열어 유튜버로 활동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전업 유튜버로 사는 삶은 어떨지 궁금해 찾아가 물어보기도 했어요.

현상

유튜버 전성시대

예전엔 돈을 번다면 회사에 취직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가 대세로 떠오른 이후 유튜버가 되어 자신만의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구독자 1000만이 넘는 유튜버가 우리나라에만 10명이 넘습니다. 구독자 100만이 넘는 유튜버는 250명이 넘죠. '유튜브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인기 유튜버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내용

인기 유튜버를 통해 느끼는 변화

소위 '떡상'해 인플루언서가 된 유튜버들을 볼 때면 '이 사람이 이렇게 떴다고?' 싶어 놀랐던 적 없었나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을 과감히 깬 이들에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유튜브는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능력을 펼치기 가장 좋은 무대가 아닐까요. 고정관념을 깨고 무럭무럭 자라난 유튜버들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체감해봅시다.

1. 제이플라: 가수라면 자기 노래가 있어야 한다고?

대표 영상: Ed Sheeran - Shape Of You ( cover by J.Fla ) (조회수 3억회)

제이플라는 자신만의 대표곡 없이 승승장구해온 유튜브 가수입니다. 사실 2013년 앨범을 내고 방송에 진출하기도 했으나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음악 활동을 홍보하고자 시작했던 유튜브 활동이 인생을 바꿨죠. 일주일에 하나씩 꾸준히 커버송을 올린 게 어느 순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 인기 포인트

1️⃣ 검증된 음악 선택: 많은 이들이 검색하는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의 'Havana'나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Despacito'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를 선택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독특하게 소화합니다. 인기곡을 자유자재로 커버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을 기른 게 밑바탕이 됐습니다.

2️⃣ 통일된 컨셉: 노래할 때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옆모습만 보여주는 통일된 구도를 유지합니다. 이 스타일은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제이플라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2. 요가소년: 요가 강사는 다 예쁜 거 아니냐고?

대표 영상: 목 · 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요가 (조회수 189만회)

요가소년은 요가를 알려주는 30대 남성입니다. '요가 강사'란 직업을 들으면 늘씬하고 예쁜 여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요. 독특하게도 유튜브에선 대머리 남성 '요가소년'이 국내 요가 강사 중 구독자 수 1위입니다.

👉 인기 포인트

1️⃣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 그는 목소리를 쓰는 일에 관해선 내공이 남다른데요. 이전에 성우 교육을 받았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DJ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중저음의 깊은 음성이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영상에 자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발음과 표현이 정확해 따라하기도 쉽습니다.

2️⃣ 본인 철학에 충실한 컨셉: 요가가 대중화되며 타이트한 옷을 입은 요가 강사들이 체중 감량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요가의 본질은 '심신 수련'입니다. 그는 주로 헐렁한 티에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 매트 위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필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도인 같은 외모와 맞물려 신선한 컨셉으로 다가왔습니다.

3. 박막례 할머니: 70대 할머니가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한다고?

대표 영상: 막 대충 만드는 묵은지 비빔국수 레시피 (조회수 941만회)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에 자신의 즐거운 하루를 기록합니다. 유행하는 제품을 언박싱하거나 주식 수익률을 공개하는 등 다채로운 일상이 고스란히 등장합니다. 할머니가 치매 위험 판정을 받자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기록하고 싶었던 손녀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의 메이크업 영상을 올리자 구독자 수가 이틀 만에 18만명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채널은 쭉 승승장구했죠.

👉 인기 포인트

1️⃣ 값진 경험 이야기: 박막례 할머니는 험난한 삶을 살았습니다. 남편이 집을 나간 뒤 혼자서 세 남매를 키우며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죠. 식당을 운영하며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일만 하는 등 열심히 살았으나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스토리를 가감 없이 공개하며 청춘들에게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할머니가 말해주는 이야기엔 진정성이 있습니다.

2️⃣ 기존의 틀을 깬 컨셉: 기성 미디어에 등장했던 할머니들은 대체로 눈물이 날 정도로 불쌍하거나 인자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일상을 즐기는 할머니의 모습은 잘 나오지 않았죠. 아마 '할머니 메이크업 영상' 같은 걸 방송으로 담자고 제안했다면 기획단계에서 대차게 까였을 겁니다. 그동안 소외됐던 이의 이야기를 마음껏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4. 오마르: 특별한 소재만 인기 콘텐츠가 되는 거 아니냐고?

대표 영상: 세상에는 네 종류의 남자가 있습니다 (조회수 198만회)

오마르는 일상 속 소재를 바탕으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콘텐츠로 만듭니다. 왜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는 사람이 힘든지, 왜 우리 주위엔 잘생긴 남자가 드문지 등 정말 사소한 이야기들입니다. 친구들한테나 가볍게 할법한 저런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면 누가 보냐고요?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이 수두룩합니다.

👉 인기 포인트

1️⃣ 나도 저렇게 생각한 적 있는데: 그의 영상엔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한 티가 납니다. 평범한 경험 속에서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파고드는데요. 스쳐 지나가듯 생각했던 것들을 영상으로 정리해 줘서 공감한다는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2️⃣ 신선하고 특이한 컨셉: 그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던 2016년까지만 해도 토크 유튜버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린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던 때였죠. 예수님 같은 헤어스타일도 독특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키워드

전업 유튜버의 삶

50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오마르는 말합니다. "사실 유튜버는 직업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라고요. 요즘 같은 시대에 성공한 크리에이터만큼 돈 벌기 좋은 직업도 없을 것 같은데 제가 뭔가 잘못 알고 있던 걸까요? 궁금한 마음에 오마르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유튜버는 직업이 아니라고요?

직업이라고 하기엔 보장되는 게 없습니다. 당장 다음 달 수익이 얼마인지 모르는데요.

구독자가 50만명이 넘으시는데 월 1000만원은 기본으로 벌지 않나요?

와... 매달 그 정도 입금되면 엄청 좋겠네요.

요즘엔 성공한 크리에이터를 두고 '온라인 건물주'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영상 조회수가 계속 누적돼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 같습니다.

조회수가 건물처럼 유지가 잘 안 됩니다. 기존에 올린 영상들은 새로 올라오는 영상들에 계속 밀립니다. 또 지금은 채널이 하도 많아서 조회수가 분산됩니다. '포화'라는 표현도 부족한 것 같아요.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죠.

퇴사하고 전업 유튜버로 사는 삶을 꿈꾸는 이들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사를 잘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퇴사를 바라고 유튜브를 하려는 직장인들은 정확한 결실이 따라오길 기대합니다. 저한테 "구독자 10만명 정도면 얼마 벌어?" 같은 질문을 하죠. 그런데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유튜브를 통한 광고 수익은 채널 시청자와 영상 길이, 좋아요 수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흔히 구독자 100만명이 넘으면 월 1000만원은 가볍게 번다고 생각하나 전 아닌 사람도 봤습니다. 구독자 수는 아무것도 담보해 주지 못해요.

성공한 크리에이터 중에선 유튜브가 돈이 되니 얼른 시작하라고 하기도 하던데 오마르 님은 좀 다른 의견이시네요.

유튜버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느낍니다. 돈을 벌고 싶어서 유튜브에 손을 댔다가 좌절감을 맛본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겪지 않아도 될 심적 압박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창작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 겁니다. 본인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 좋아하는 걸 공유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전업 유튜버로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하고 계신 노력이 있을까요.

뗏목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사실 어디로 갈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제가 토크 유튜버로선 이미 다 휘발됐다고 느낍니다. 여태까지 만들었던 콘텐츠를 비슷하게 올리면 조회수는 나오겠으나 그건 사장되는 방향인 것 같아요. 최근 크리에이터로 오래가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콘텐츠 방향을 바꿨어요. 서울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안녕, 서울' 영상 시리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유튜버는 불안해도 유튜브는 계속 주류 플랫폼으로 번창하겠죠?

시장이 계속 커지는 건 맞겠죠. 하지만 다음 주류 미디어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유튜브도 대체되지 않을까요. 한때는 TV를 이길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TV보단 유튜브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요.

전망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4명의 유튜버는 공통적으로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컨셉을 잡아 꾸준히 밀고 나갔습니다. 또 좋아하는 아이템을 찾아 재능을 살린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후자가 아닐까요. 흔히 구독자 수나 채널 수익 같은 '숫자'에 더욱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당시 돈이 되는 아이템이 아니라 즐겁게 파고들 수 있는 아이템을 갖고 놀다 보니 어느새 그 분야의 성공한 유튜버가 된 겁니다.

유튜브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 유튜브 최고 경영자 수잔 워치츠키

누구나 올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긴 건 분명히 좋은 점입니다. 세상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정의하는 '건강한 창작'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면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유튜버 열풍이 식지 않는 요즘, 유튜버는 창작 활동에 대해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는 게 좋을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유튜버 입장에서도, 시청자 입장에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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