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체임버(Echo Chamber)

소셜 미디어는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나?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소통한 결과 다른 사람의 정보와 견해는 불신하고 본인 이야기만 증폭돼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는 정보 환경을 말한다.

에코 체임버는 본래 방송이나 녹음 시 잔향감을 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방을 말하는데,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서로 동의하는 의견이 메아리처럼 반복해 울리면서 점점 더 그 의견이 고착화되고 급진화되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지 그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정치·시사·문화에 대한 시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소통하게 된다. 본인은 '광장'에서 생각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울림방’안에 있는 것이다. 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일종의 집단적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확증편향: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취하는 성향. 반대로,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에는 신경을 쓰지 않거나 외면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여론 및 정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비롯한 정보를 접하는 시대인 만큼,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이러한 양극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에 의해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편집되고 선별된 정보를 섭렵하고, 또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이 공유하는 편향된 정보를 접하는 결과 다양한 이슈에 대한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에코 체임버를 만드는 인터넷 환경

밀레니얼 세대의 약 61 %가 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과 같이 비전통적 매체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으로 전통적인 뉴스의 편집자가 하는 정보 선별을 대체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언론사의 편집자와 달리, 이 알고리즘들은 미디어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수익을 최대한 창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미디어 사용자는 자신의 견해와 들어맞는 정보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개인의 성향과 맞지 않는 정보는 종종 정확성과 균형을 희생하면서 제거된다.

이렇게 웹사이트 알고리즘이 위치, 검색·클릭 기록을 비롯한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보고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추측할 때, 개인화 된 검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적 고립 상태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필터 버블이 위험한 이유는 인터넷 상에서는 전문가 의견 및 공신력 있는 뉴스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 및 의견과 구분없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는 사람들도 주로 사용자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에코 체임버에 처음 들어 선 사람이 자신의 신념에 그다지 확신이 있지 않다고 하여도 동일한 성향의 사람들이 말하고 주장하는 것을 보며 점점 더 자신감을 갖고 과감한 언행을 하게된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는 검증된 정보보다 소위 말하는 '가짜 뉴스'가 훨씬 빠른 속도로 퍼지기 때문에, 편향된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정보 환경이 정치 성향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에코 체임버가 정말로 존재할까?

다른 한편으로는 소셜 미디어와 에코 체임버의 위협이 과장 되었으며, 정치 양극화가 주로 다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인터넷은 소셜 미디어 뿐만 아니라 인쇄 매체의 온라인 버전을 비롯해 텔레비전, 라디오 및 전문 온라인 미디어를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하며 복잡한 매체 환경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만 본다면 정치 양극화의 패턴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복잡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온라인 뉴스 소비의 대부분은 (소셜 미디어를 거쳐도) 주류 뉴스 매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의 에코 체임버 효과가 반감된다. 그리고 온라인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설문 했을 때, 뉴스를 접하는데 있어서는 소셜 미디어의 신뢰도가 가장 아래에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에서 마주하는 정보에 대한 분별력이 어느정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한국의 여론이 진보와 보수 반으로 갈라져 있다는 ‘여론 양극화’ 현상은 신기루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는 좌·우 편향적인 사람은 소수고, 한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중도 성향이라는 분석이다. 양극단에 있는 소수 의견이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뉴스로 인해 다수 생각으로 증폭돼 보일 뿐이란 것이다.

공동 연구를 진행한 이창근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여론과 정치가 매우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념 성향 분포가 실제로 양극화됐다기보다는 극단적 이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활발한 여론 형성 활동과 정치 참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리

건강한 사회, 그리고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은 모든 시민 및 유권자가 수월하게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례적인 수준의 정보력을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정보의 호수가 홍수가 되어버려 극히 선택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현재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환경에 처해 있는걸까?

에코 체임버는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며 헤쳐 나가려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좁힐 뿐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은 온라인에서 마주치는 정보에 대한 분별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더 어려운 과제는 자신의 신념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법, 입증되지 않은 생각이 아무리 위로가 되더라도 명확한 증거에 의한 모순이 발견되면 기꺼이 버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