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부동산 정책의 전말

개발제한구역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

대한민국은 부동산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까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 세력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부동산에 민심에 놀란 더불어민주당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에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정치적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그린벨트는 해제하지 않고 보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린벨트에 대해 오늘은 똑똑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린벨트란?

그린벨트는 우리말로 하면 개발제한구역으로, 도시 주변 녹지 공간의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193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린벨트 구역 안에서는 건축물의 신 증축, 용도 변경, 토지의 형질 변경, 토지 분할 등의 행위를 제한한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한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는 국민 생활의 편익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로 허가권자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을 경우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사실상 그린벨트로 지정된 지역은 개발할 수가 없다.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시 면적의 25%에 해당하는 면적이 그린벨트로 묶여있다.

그린벨트는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캐나다(오타와, 토론토, 밴쿠버 등),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영국 그리고 미국(오레곤, 워싱턴 테네시, 샌프란시스코 등)등에서 그린벨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린벨트의 해제는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될까?

첫째로, 서울 인근에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택지가 늘어나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아파트의 가격 일부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이 되므로, 공급의 증가는 서울 아파트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런던 남동 지역에 지금보다 더 많은 주택이 공급 되었다면, 지금보다 주택가격이 25% 정도 저렴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아파트 가격에 있어서 공급 측면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여준다. 물론, 서울에 아파트를 새로 공급하는 방법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 재개발 또한 아파트 공급량을 늘릴 수 있지만, 재건축 재개발은 멸실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재건축 재개발은 주로 현재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인데, 일시적이긴 하지만 공급 부족이 일어나 주변 주택에 전세난과 함께 가격상승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공급은 멸실이 발생 하지 않아 단기적 문제없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둘째, 그린벨트가 보호하고 있는 땅의 대부분이 환경평가 결과 보존 가치가 낮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그린벨트 중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3~5등급 지역이 20% 가량이며, 그 지역 중 강남구 수서역 일대, 서초구 내곡동과 우면산 일대, 강서구 김포공항 일대 등 주택공급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들이 포진되어 있다. 물론 그린벨트가 환경보호 등의 이유로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보존 가치가 낮은 지역은 높은 집값으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외면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문재인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상승 시켜 문재인 정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먼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시공사 선정을 하고 아파트를 짓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 연구원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1만여 가구 정도의 공급만 가능하고 실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1만여 가구로는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는 그 지역에 새 인프라와 인구의 유입을 의미하기에 해제 예상 지역의 아파트 가격상승은 예상된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 관련 소문이 돌자 몇 일 사이에 세곡 및 내곡동의 땅값이 2억~3억 올랐다고 한다.

둘째, 그린벨트에 서식하는 나무와 식물들은 도시에서 생산되는 각종 환경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은 지역 균형 발전을 막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발전이 집중되어 인구 밀집, 수도권 정치 기반의 과대화, 부동산 투기 과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린벨트가 없다면, 서울의 확장을 막을 방법이 없고 이는 지역 균형 개발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해도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을 수 없다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리

그린벨트는 확실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하자는 의견과 그린벨트를 지켜 후세에 자연을 물려주자는 의견이 철저하게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그린벨트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정세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