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는 국가의 성장을 반영하는가?

GDP의 한계와 그 대안

전 세계가 빈부격차에 대한 토론으로 뜨겁다. 칼 마르크스가 그의 저서 “자본론"에서 자본주의는 파멸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 처럼, 현재 자본주의는 계층간의 싸움으로 신음하고 있다. Occupy Wall street 운동부터 최근 두번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의 급상승 그리고 브렉시트 같은 충격적인 사건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부터 비롯된 사회 현상이다. 토마스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에서 상위 1%가 나머지 99%를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간다고 주장했고, 사람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는 듯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들의 주장이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따라서, 똑똑에서 두 진영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GDP란?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는 일정 기간에 한 국가 안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에 대한 시장 가치의 합을 말한다. GDP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 국가가 더 많은 가치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상품 일 수도 있고, 영화나 음악과 같은 무형 컨텐츠 일 수도 있다) 생산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그 나라의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을 말한다. 많은 경제학자와 정치인은 GDP를 국가의 경제 성장의 척도로 삼고, 이를 기준으로 경제성장을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도 2019년 초, 한국의 GDP가 최초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자축하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DP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GDP가 문제가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GDP는 빈부격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GDP는 말 그대로, 국가 총 생산이기 때문에 어떠한 계층이 얼마나 생산하느냐를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50을 생산하고 중소기업이 50을 생산하는 경우와 대기업이 90을 생산하고 중소기업이 10을 생산하는 경우 모두 국내총생산은 100이 된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부의 편중이 심하지만 빈부 격차는 GDP라는 지표 만으로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작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하지만,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11년만에 최대로 벌어졌고, OECD국가 중 부의 분배 지수는 31위에 해당한.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고소득층의 세금을 줄이고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이득을 줄이는 결과를 내며 GDP가 늘었다면, 대부분 국민의 삶의 질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둘째, 부정적인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는 GDP를 상승시키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킨다. 자원고갈, 환경파괴, 자연재해 등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다. 국가가 이러한 외부효과를 감수하면서 경제 성장 정책에 몰두한다면 GDP를 상승시킬 수 있다. 자원이 고갈 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총생산은 늘어날 것이고,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자연재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GDP는 상승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이 환경을 마음대로 파괴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GDP는 늘어날 것이고, 환경파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여 고용을 해도 GDP는 늘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외부효과는 대부분의 국민들의 삶은 물론 특히 저소득층의 삶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오염은 공기청정기나 비싼 마스크를 살 금전적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의 삶의 질에 상대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범죄가 만연하여 치안에 많은 돈을 쓰는 국가는 높은 GDP를 기록하겠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대체로 범죄는 치안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이 살고있는 지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역시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따라 국민들에게 차등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셋째, 운동과 휴식 같은 여가생활은 GDP는 하락시키지만 삶의 질은 크게 상승시킬 수 있다. 주 6일 근무제가 5일제로 바뀌면, 기업의 생산성은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과 여가 활동은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소비를 하며 여가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집에서 책보기, 멍 때리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 등은 개인의 삶의 질은 향상시키지만 GDP는 상승하지 않는다.

넷째, 가사 노동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무급 노동이기 때문에 GDP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부들이 집에서 하는 가사 활동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키우는 것, 집안 요리를 하며 가족을 먹여살리는 것, 청소, 빨래 등 개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역할들을 주부들은 아무런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않고 수행한다.

따라서 GDP가 경제성장의 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복지나 빈부격차와 같은 사각지대가 있다는 면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대안은?

한국 경제신문 매일경제에 따르면, MEW와 NEW라는 새로운 측정기준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1) 경제후생지표(Measure of Economic Welfare)

경제 후생지표는 경제학자 노드하우스-토빈(Nordhaus-Tobin)이 고안한 지표다. 경제 후생지표는 국가 생산량을 기반으로 하여, 여가 시간의 가치와 주부의 가사 노동 같은 무급 노동의 양을 국가 생산량에 포함시켜 계산한다. 또한 산업 생산과 소비에 의한 환경 피해를 국가 생산량에 제외하여, 삶의 질이 경제지표에 포함이 안된다는 GDP의 단점을 보완한 지표다.

경제후생지표 = GNP + 가정 주부의 서비스 + 여가의 가치 – 공해비용
(2) 순경제후생지표(Net Economic Welfare)

새뮤얼슨(P.A. Samuelson) 교수가 제시한 지표로, 한 나라 순경제적 후생을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NEW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지표는 구체적으로 (GNP - 사회적 비용)이라는 계산방법을 통해 얻어진다. 여기서 사회적 비용은 환경 파괴에서 비롯된 공해와 오염, 그리고 범죄율 등 경제 지표로는 측정이 안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말한다.

순경제후생지표 = GNP - 사회적 비용
(3)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

영국의 신경제재단이 2006년 7월에 도입한 지수다. 행복지수는 국내 총생산과 국민의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지속가능성 등 무형의 기준을 합하여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수치로 표현하는 지표다.  행복지수는 국가의 성취도란 물질적인 생산에 기반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복지수 = 웰빙 * 기대수명 * 부의평등/생태발자국
*생태 발자국: 인간이 자연에 살면서 남긴 영향을 이야기한다. 이는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의,식,주등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생산과 폐기에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것이다. 생태 발자국이 크면 클수록 지구에 악영향을 남긴 것으로 계산된다.

선진국은 후진국에 비해 큰 생태 발자국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의 사람들이 소비를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전세계 인구의 20%가 전세계 자원의 86%를 사용하고 있다. 생태 발자국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어, 생태 발자국이 크면 그만큼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행복지수는, 지속가능성과 불평등을 반영하여 GDP의 문제점을 보완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 코스타리카 2. 멕시코 3. 콜롬비아 4. 바누아투 5. 베트남 6. 파나마 7. 니카라과 8. 방글라데시 9. 태국
  2. 에콰도르 12. 노르웨이 24. 스위스 34. 영국 58. 일본 80. 한국

-2020년 행복지수 순위

(4) 인간 개발 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발표하는 지수다. 이는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가늠하기 위하여, 평균수명, 교육수준, 국민소득 등 모두 206개의 지표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한국은 2018년 22위를 차지하였다.

(5) UN의 행복지수(World Happiness Report)

UN은 소득수준, 건강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복지),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사회의 관용등과 같은 수치를 기준으로 행복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한국은 47위(2015년) → 58위(2016년) → 56위(2017년) → 57위(2018년) → 54위(2019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9년 기대수명(9위), 1인당 국민소득(27위), 관용(40위)등은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사회적 자유(144위), 부정부패(100위), 사회적 지원(91위)등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행복지수의 상위권은 대부분 북유럽국가들이 차지했다.

(6) OECD의 행복지수 (Better Lfe Initiative: BLI)

OECD가 창설 50주년을 맞아 2011년 시작한 이 행복지수(BLI) 또한 GDP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에 주목하여 만들어졌다. 조사대상 영역은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항목으로 각국의 점수는 경제지표 혹은 여론조사 등의 자료에 근거해 측정된다. 또 한 항목 당 10점 만점으로 평가를 진행하며, OECD 회원 34개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총 36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 순위를 발표했다. 2013년 5월에 발표된 BLI 순위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은 국가는 호주였다. 호주는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이래로 3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에 이어 스웨덴, 캐나다, 노르웨이, 스위스,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영국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21위였고 멕시코와 터키가 각기 35위, 36위였으며, 우리나라는 36개국 중 27번째이다. 우리나라는 안전과 교육 영역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삶의 만족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하위권을 차지하며 27위를 기록했다.

분배와 성장

GDP와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논쟁이 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절대적인 부의 증가를 위한 성장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절대적인 부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분배가 우선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단순히 말하면, 1980년대 빈부의 격차가 지금보다 적었던 대한민국에서의 사람들의 삶보다, 국민들의 소득은 많이 높아졌지만 (최하위층의 부도 예전보다 더 증가하였다), 빈부격차가 더 커진 지금 국민들의 삶의 질이 더 높은가 라는 질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정치 민주화와 경제성장 그리고 빈부격차가 다 같이 이루어져 쉽게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도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성격의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성장이 우선시되야 한다:

부의 절대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는 사람들은, 그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최하위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불평등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상대적인 평등은 심리적인 현상일 뿐, 경제적 평등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최고급 랍스타를 먹는 부자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하위계층이 맛있는 삼겹살이나 미국산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 그 사람들의 삶의 질은 향상한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의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적었지만, 각 가정마다 컬러티비가 없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가난했는데, 지금은 불평등이야 크지만, 컬러티비, 김치냉장고 등 전체적인 삶이 더 나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가 전체적으로 성장한다면, 국가는 복지에 쓸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좋은 복지를 사람들이 부여받는다고 한다. 세금이 8%일때, 전체 국가 생산량이 100일경우에는 8정도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 세금이 그 절반인 4%라고 하더라도, 국가 생산량이 250이 된다면, 10정도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한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은 기업이 기업활동을 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낮은 세금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들은 가장 좋은 복지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질 높은 직업이라고 한다. 좋은 직업은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직업을 통해서 개인적인 성취감도 얻게 된다. 성장을 우선시 하는 정책을 통하여 기업들이 성장한다면, 더 질 높은 직업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한다.

부의 상대적인 성장이 중요하다:

성장보다는 분배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부의 성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어느 정도의 성장을 달성한 후에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먼저 이들은 국가의 목적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적은 규제를 통한 성장을 중요시 여기는 경제정책에서 부의 편중은 불가피하다. 부가 편중된다면,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부의 편중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부의 증가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질문한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실험을 통해서 일정한 부 이상을 쌓은 후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절대적 박탈감 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실험 경제학에서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실험이 있다. 이 게임의 실험 대상자는 두 명 ‘가’와 ‘나'가 있다. 연구자는 ‘가’에게 10유로의 돈을 주고 ‘나’와 나누어 가지라고 한다. ‘나’가 ‘가'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에 둘은 10유로를 나누어 가질 수 있지만, ‘나’가 ‘가’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그 누구도 돈을 가지지 못한다. 부의 절대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면, ‘나’는 1유로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이 거래를 허락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가 ‘나’에게 1유로를 나눈다고 했을 경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그냥 돌려주자고 이야기 했고, ‘가'가 ‘나’에게 나누어 주는 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나’가 거래를 받아들이는 확률은 높아진다.

이러한 거래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공정성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 또한 성장이 분배보다 우선시 된다면, 현재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 시키게 되는데, 이 사람들은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되어야 할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이들도 국가의 힘을 나눠 가지는 국민으로서 현재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와 기회를 국가로 부터 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성장을 우선시 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

정리

국가 경제 성장을 평가함에 있어서 숫자와 지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는 감정에 의한 활동이 아니라, 사실에 의거한 정책이어야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경제정책을 팩트가 아니라 감정에 의거하여 실행한다면,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불행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제지표를 가지고 그 나라의 정책 방향을 판단하는지 자체도 상당히 중요한 결정 요소다. 우리는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인 GDP의 한계를 깨닫고, 다양한 지표를 통하여 경제상황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