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은 왜 필요한가요?

현 선거법은 개정인가 개악인가?

우리 국회는 또다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추한 꼴을 보여주고 말았습니다.선거법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문제이고,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입니다. 그동안 여야 합의를 기반으로 진행해오던 방식과는 달리 이번에는 제1여당을 제외하고 통과를 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막상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제1여당은 찝찝하고, 제1야당은 분노를 표하고 있으며, 나머지 군소정당들도 최종 합의된 안건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이슈의 복잡성을 고려해 두번에 걸쳐 브리프를 순차적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왜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했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는 총 2번 투표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본인 지역을 대표할 국회의원에게 투표를 하고, 다른 하나는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 다수는 본인이 뽑을 국회의원과 소속 정당을 함께 지지할 수 있지만, 꼭 일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 후보를 좋아해서 본인의 지역구에는 갑당의 백두산 의원을 뽑고 평소 정책을 지지한 을당에게 따로 한 표를 줄 수 있습니다. 이게 우리 정치가 구축한 선거 방식의 근간입니다.

  • 국회의원을 뽑을 때는 300명: 253명 지역구 후보 투표 (소선거구제) + 47명 정당 투표 (비례대표제)
  • 광역지방선거 (시장 및 시의원): 90% 지역구 후보 투표 (소선거구제) + 10% 정당 투표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다수 대표제)와 비례대표제

반장 선거 방식?

대한민국 선거는 승자 독식의 방식으로 대부분의 대표를 선출합니다. 전문 용어로는 소선거구제 또는 다수 대표제라고 불리는 선거 방식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특정 지역에서 서로 붙어서 이기는 후보가 그 지역을 대표하고 0.001%의 차이로 진 후보는 결국 패배하고 물러서야 하는 방식이죠. 학창시절 반장 선거부터 우리가 행한 민주 투표의 방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고 이런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표심 왜곡 현상

여기서 ‘사표’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가 아닌 내가 뽑은 후보자가 졌기 때문에 가치가 사라지는 표를 의미합니다. 만약 1,000명이 사는 마을에서 갑당과 을당이 치열하게 경선을 펼치고 결국 갑당 후보가 을당 후보를 50.1% vs 49.9%로 이겼다면 사표가 499개가 발생한다는 의미죠. 잃어버리는 표입니다. 이러한 사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치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죠.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와는 별도로 배정된 의석을 정당의 지지율에 비례해서 의석을 배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국민을 대표할 정당에 마치 인기투표처럼 순위를 매기고 의석수를 결과에 비례해 얻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위에 언급한 소선거구제(승자독식) 방식과 별도로 지정된 비례대표 배정 의석을 투표 결과에 따라 비율대로 나눠 가지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일당 군림?

2018년 서울시의회 지방선거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지지율을 50.92% 확보했습니다. 일반적인 시민의 관점에서는 50% 정도의 지지율을 받았기 때문에 제10대 서울시 의회 110개의 의석 중 55개를 넘는 정도의 의석을 배정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의회 구성을 보면 110개 의석 중 102의 의석을 더불어민주당에서 받았습니다. 이 중 지역구 투표 결과 97명의 의원이 경선을 통해 선출이 되었으며 총 10석의 비례대표 중 5석을 확보해 거의 일당 체제를 떠오르게 하는 의회 비율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이 25%가 넘었지만 실제 경선에서 참패를 당해 선출된 의원 3명과 비례대표로 배정받은 3명을 더해 총 6명의 의원만이 서울의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3위 및 4위를 기록한 바른미래당 및 정의당도 정당 지지율 11%와 9%를 확보했지만 지역구에서는 한 명의 의원도 배출을 못하고 결국 비례 대표 1인을 각각 배정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이 확보한 1표의 가치는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표의 가치보다는 23배 이상 떨어지게 되는 기형적인 선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7대 서울시의회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만 바뀌었지 당시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총 106개의 의석 중 102개의 의석을 차지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57% 정도로 집계되었지만 거의 99% 가깝게 의회를 장악했습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는 어땠나요?

2008년 진행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정당 지지율 37.5% 정도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 결과 대승을 거둬 300석 중 153석을 차지했습니다.

정리

결론적으로 현 제도 아래 선거 방식에는 총 3가지의 큰 문제점이 존재한다.

  • 사표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내 후보가 떨어져서 생기는 표의 가치는 …)
  • 선거 시즌마다 이익을 얻는 정당은 바뀌지만 표심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숫자 및 비율이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 보다 현저히 적다.

         (10~20% 가지고 비례라 하지 마세요..)

오늘은 현재 총선 및 지방선거 선거 방식의 구조 및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시민단체 및 학계 그리고 선관위에서는 선거법 개정을 위한 개혁방안도 이미 2015년에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자료: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방안: 지역주의 극복과 지방 대표성 강화를 중심으로

다음 글은 이번 선거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어떤 방안이 나왔으며 이게 왜 타협이 안 되어 이 지경까지 왔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오늘도 똑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