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레이스, 우리나라 성적표는?

접종 격차 양극화 속 '부스터 샷' 준비하는 선진국들
에디터의 노트

벌써부터 선진국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반 단계를 준비하는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축제를 만끽하는 나라도 있다고요. 부러움도 잠시, 반면 방역 및 접종 모두 처참한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도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도 근래 확진자 수는 좀체 떨어지지 않고 백신 접종은 난항을 겪고 있어 답답한 상태죠. 1/4분기가 지난 시점에 돌아본 백신 접종 레이스, 같이 분석해 볼까요?

👀 한눈에 보기

  • 미국, 영국, 이스라엘,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추가 접종, 이른바 '부스터 샷'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선진국과 저개발국가 간 접종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주요 제약사를 끼고 여유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한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 접종이 지지부진한 우리나라도 백신 수급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추가 백신 계약 체결 등 관련 움직임이 바삐 논의되고 있다.

🔥 왜 중요한가?

부야호🎵 그만큼 넘쳐난다는 거지: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백신정책을 총괄하는 코로나19 대응 수석과학담당자가 부스터 샷 접종 계획을 밝혔다. 주요 백신 공급 회사인 화이자, 모더나도 공급을 준비할 예정이다.

  • 이스라엘, EU도 부스터 샷을 위한 백신 추가계약을 마쳤다. 영국 맷 핸콕 보건장관도 지난 19일 의회 보고에서 연말을 목표로 물량 확보를 마쳤다고 밝혔다.

팬데믹은 공평하지만 백시네이션은 아니란다: 접종에 갈 길이 먼 나라도 많다. 선진국에 백신 물량이 추가로 소모될 경우 백신 확보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팬데믹이라는 글로벌 재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은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괜찮은 거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 부작용 문제로 이미 백신 접종 및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11월 목표로 삼은 집단면역(전 국민 70% 접종) 실현에 우려가 많다.

부스터 샷? 필살기 이름이야?🔥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백신의 면역 효과를 강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맞는 추가 접종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대부분 2번 접종하기에 3차 접종부터 부스터 샷이다.

  • 백신 개발사들은 2차 접종 완료 뒤 6~12개월 안에 부스터 샷을 맞고, 이후 독감 백신처럼 매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큰 그림
청사진
백신 접종 레이스 점검, 한국 성적표는?

영, 미, 유럽 "앞서갑니다"

1등은 이스라엘🥇: 조기에 백신을 확보한 이스라엘의 접종률은 60%를 넘었다.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조치를 해제하는가 하면 5월23일부터 외국인 관광도 허용할 방침이다.

꾸준한 상위권 영국🥈: 가장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의 접종률도 50%에 육박했다. 실외 소규모 모임과 운동을 허용했으며 '금메달리스트' 이스라엘과 상호 여행을 논의하고 있다.

백신 FLEX 미국🥉: 주요 백신 개발사 모더나, 화이자를 갖고 있는 미국은 동네 슈퍼에서 원하는 백신을 골라 맞을 수 있다. 운 좋게 물량이 남으면 대상자가 아니어도 맞겠냐는 '백신헌팅'도 겪는다. '백신관광'까지 내놔 경기부양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따라가는 유럽, 비결은 화이자: 유럽국가들의 접종이 더뎠던 이유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공급 지연과 혈전 우려 문제였다. 유럽연합(EU)은 발 빠르게 미국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아 사태를 해결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순위는요: 현재 백신접종률은 4%가량이다. OECD 37개 회원국 중 35위이며, 세계 100위권 밖이다.

백신 접종, 왜 이렇게 느린 거야?

1️⃣늑장 계약: 애초 백신 계약에 발 빠르게 나서지 않았다. 우선 방역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나라의 접종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태도였으나, 결과적으로 여러 백신을 넉넉히 구입하지 못하는 꼴이 됐다.

2️⃣부족한 백신 다양성: 상반기 접종하는 백신 대부분은 AZ다. AZ 혈전 부작용 논란이 곧장 접종 지연으로 이어졌다. 코백스로부터 받은 백신도 대부분 AZ다.

  • 4월12일 AZ 접종을 재개했지만 30세 미만에는 다른 백신을 맞도록 했다. 사실상 접종이 미뤄진 것.

우려는 있지만 나아지는 모양새

  • 혈전 부작용 문제는 2분기 수급 예정인 얀센에도 있지만, 최근 미국이 접종 재개 권고를 내려 이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
  • 수급 적신호: 5월 예정이던 모더나 도입도 하반기로 늦어졌다. 노바백스도 하반기 도입 예정인데, 안전성에서 아직 국제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하반기에 기댈 수 있는 백신은 모더나뿐인 셈이었다.

화이자 더 들여왔어!💨: 범정부 백신도입 TF가 24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 추가 계약 체결 사실을 밝혔다. 도입 예정 시기는 3분기다. 공급이 원할히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 가까스로 11월 집단면역 계획을 맞출 수 있다는 평가다.

똑똑! AZ 백신의 부작용 vs 이득에 대해 어느 쪽이 클지 궁금하다면 이 기사를 추천해요. 요약하자면 30세 미만에서는 효용을 가늠하기 어렵고 그 이상 연령에는 접종이 이득이라고.

임팩트
백신... 아니 미국 모셔라!

미국님 백신 좀 주세요

미국 백신 천하: 현재로서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뿐이다. 둘 다 미국 백신이며 자국 우선으로 공급하고 있다.

여유 있다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는 6월 말이면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듀크대 글로벌 헬스 이노베이션 센터 소장은 공영 라디오에 출연해 "여름이면 미국에서 백신이 남아돌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권 풀고 좀 나눠맞자: 세계적 접종 격차를 우려한 전 국가 정상, 노벨상 수상자 등 175명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코로나 백신 지식재산권 보호 유예를 요청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 글빨도 정상급: 요지는 코로나 팬데믹과 세계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 결국 미국도 손해라는 지적이다. 미국 덕에 세계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사용하게 됐으며 G7 정상회의를 앞둔 지금이야말로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 지재권 풀긴 어려워: 그러나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제약사 반발이 크고,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팬데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내 사람'이 먼저야

미국이 해외 백신 지원에 관해 입을 연 것은 지난 21일(현지 시각)이다. 이날 바이든은 접종 2억회를 자축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밀당의 귀재 바이든: 백신 해외 지원 관련 질문에 "당장 해외에 보내도 된다고 확신할 만큼 백신이 충분하지 않지만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일단 국내 백신 접종에 집중하겠다는 표현이다.

지원하면 인접국과 쿼드 먼저: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캐나다, 멕시코, 쿼드 국가와 백신 수급을 논의해왔다"며 미국의 입장을 해설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도 SNS를 통해 '다음 단계로 쿼드 회의에서 10억회 분량의 백신을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접종 강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똑똑! 미국, 호주, 일본, 인도로 이뤄진 인도-태평양 국제협력체 '쿼드'에 대해 뉴스로 다룬 적 있어요.

우리나라 대응은?

가장 중요하게 논의된 것은 미국과 외교적 협상을 통해 백신을 지원받는 이른바 '백신 스와프'다. 5월 말에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 밝지 않은 전망: 이미 미국은 인접국 및 쿼드에 대한 백신 지원 우선순위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중국 눈치 때문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부터 있던 쿼드 가입 요청에도 응하지 않아 협상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 반도체-백신 협상 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열을 올리는 미국에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를 카드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탯
10억회 돌파한 백신 접종, 들여다 보면 '양극화'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백신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희비

미국: 방역에서 호된 맛을 봤지만 백시네이션에서 호재를 맞았다. 풍부한 백신 물량을 빠른 일상회복을 넘어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백신 지원을 통해 글로벌 리더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쿼드를 비롯한 '아군 줄세우기'에도 이용할 예정이다.

모더나, 화이자: 글로벌 백신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뤘다. 고가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성에서 뒤처지나 AZ나 얀센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큰 반사이익을 봤다. 미국, 영국과 같이 선진국이 지원하는 점도 든든하다.

우리나라 국민: 코로나로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접종 속도가 아프리카 르완다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으니 열불이 난다. 근거를 알 수 없는 낙관이나 제약사 탓만 보이는 정부여당 행동이 탐탁찮다. '코로나19 대처 미흡'을 이유로 한 국정운영 부정평가도 늘었다.

우리나라 정부: 다소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금도 다른 나라보다 방역에 선방하는 편인데 접종률만으로 르완다와 비교되는 건 억울하다. 날카로워진 국민 정서를 달래고 원만한 백신 접종으로 올해 국정을 잘 꾸려가고 싶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팬데믹 탈출 가로막는 시장 논리

백신에 대한 권리는 이를 개발하는 제약사 측이 지식재산권 형태로 독점한다. 높은 가격 때문에 저소득 국가에서 구입이 어려운 것은 물론, 생산 능력을 갖춘 국가여도 방법을 모르니 생산할 수 없다. 백신 수급이 어려운 이유다.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풀리면 다른 제조사에서 백신이나 복제약을 만들 수 있어 생산량이 늘고 가격도 저렴해진다. 그러나 이는 주요 제약사 본사가 있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 같은 선진국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들 국가는 백신 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지식재산권 보장은 신속한 백신 개발에 강력한 유인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엇갈린 백신 수급 전략, 엇갈리는 접종률
영국, 미국이 도박 걸 때 방역 모범국 한국은 너무 신중했다. — CNN 보도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우리나라. 백신 접종에는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등은 방역엔 '실패국'으로 불렸으나 백신 접종에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백신 수급 단계에서 보인 온도차가 가른 결과다.

봉쇄에 따른 경제 타격과 마스크에 대한 국민 반발로 방역 위기를 초래한 미국과 영국은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었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임상시험도 마치지 않은 AZ와 1억회분 백신 계약을 맺었고, 7월에는 화이자와의 3000만회분을 포함한 9000만회분 백신 추가 계약을 맺었다. 미국 역시 비슷한 시기에 화이자와 6억회분의 백신을 계약했다.

우리나라는 방역에 성공한 입장에서 타국의 백신 접종 추이를 지켜보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지난해 가격 문제로 화이자, 모더나와 계약을 미루다 조기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2월에는 더 구매하라는 화이자 측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 요구가 매우 무리하다"고 발언하며 높은 가격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앞이 캄캄한 인도 상황, 여파는 저개발국가까지

현재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는 인도다.

4월 코로나19 사망자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의 일일 사망자 수는 21일 1600명을 넘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현황: 22일 발생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약 600만명이다. 사망자, 확진자 수 모두 연일 상승하고 있다.

접종: 접종률은 8%대다. 세계 최대 규모 백신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는 인도지만 물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국민 접종을 위해 백신 수출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영향: 이는 아프리카 및 동남아 국가의 백신 수급 차질로 이어졌다. 선진국과 달리 자체적으로 백신을 조달할 능력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들은 코백스에 상당량 수급을 의존한다. 인도의 백신 수출 중단으로 코백스에 들어갈 백신 물량도 줄었다.

  • 미국의 손아귀?: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백신 비축분을 늘리기 위해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료 및 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인도의 백신 수급에 악재가 겹쳤다. 조치가 지속될 경우 수주 내로 대규모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