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외치는 쿠바, 체제 변화 신호탄?

경제난에 "못 살겠다" 호소... 역사적 사건
에디터의 노트

우리에게 약간 생소한 국가인 쿠바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입니다. 과거 체 게바라가 미국에 저항한 혁명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죠. 형형색색 화려한 거리와 건물,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사람들, 야자수와 바다가 있는 예쁜 여행지로도 그려지곤 하는데요. 평소엔 여행자로 꽉 찼던 거리가 코로나19 이후 텅텅 비고 국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한눈에 보기

  • 공산 국가 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 계속된 경제난 때문에 "못 살겠다"는 호소다.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며 국민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 앞으로 쿠바의 상황을 두고 어떤 변화가 이어질지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 왜 중요한가?

  • 공산 국가인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건 드문 일. 27년 만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다.
  • 쿠바는 지구상 몇 안 되는 공산 국가다. 세계 곳곳에서 쿠바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러다 앞으로 공산주의가 종식되는 건 아닐까. 닥칠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큰 그림
청사진

거리로 나온 쿠바인들

수도 아바나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 국민들은 "독재 타도" 등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집결했다. 해당 내용이 SNS를 통해 퍼지며 순식간에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됐다. 정부의 통제 속에 시위는 빠르게 진압됐으나 한번 터진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줄 몰랐다.

정확한 이유가 뭐길래?

경제난과 물자 부족 때문. 쿠바 경제는 그동안 관광 산업에 의존해왔다. 코로나19로 관광 산업이 막히고 외화 수입이 크게 감소하자 생필품 수입이 원활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중화폐제'를 폐지한 게 물가 상승을 낳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는 것과 더불어 전력난 때문에 장시간 이어진 정전도 요인이 됐다.

  • 이중화폐제?: 쿠바에선 25년 넘게 전통 페소화(CUP)와 태환 페소(CUC) 2가지 화폐를 통용해왔다. 태환 페소만 달러와 1대1 비율로 환전이 가능했다. 정부는 복잡한 제도가 비효율적이라며 태환 페소를 폐지했다. 달러 대비 25분의 1 가치에 불과한 전통 페소만 남게 되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했다.

쿠바를 중심으로 분열된 세계

세계 곳곳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20여개 민주주의 국가와 연대해 쿠바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쿠바의 우방국인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좌파 정권이 집권하는 멕시코에선 쿠바에 경제 봉쇄 정책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러시아와 멕시코에선 의료물품과 식량을 지원하기도 했다.

정치적 시험에 든 쿠바 정부

정부는 군경을 투입해 빠르게 시위를 진압했다. 경찰에 체포된 이들이 5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행방조차 알 수 없거나 바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형을 선고받은 이도 있다. 구금 중 폭력에 시달렸단 증언도 나온다.

정부는 인터넷과 SNS를 차단해 소통을 막았다. 여론을 바꾸고자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친정부 시위에 나오기도 했다. 시위에선 미국의 봉쇄를 규탄해야 한다며 미국 타도를 외쳤다. 탄압과 책임 회피를 보이는 쿠바 정부를 두고 인권 단체의 비난이 쏟아지는 등 시위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는 상황. 정부는 국민들을 달랠 방안을 고심 중이다.

  • 이게 다 미국 때문이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책임을 돌린다. 쿠바는 19세기까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가 이후 미 군정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있다. 독립 후에도 한동안 미국의 영향 아래 있다가 1959년 공산 정권이 들어서며 미국과 단교했다. 이후 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선 금융 거래나 여행 제한을 강화하는 등 쿠바를 더욱 옥죘다.
임팩트

체제 변화 신호탄 되려나

국민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가 효과가 없다면 시위는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시위는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라는 국제 사회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경제 살리기가 필수인 상황. 경제 개혁의 속도를 높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예 자본주의 진영으로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함께 마지막 공산주의 보루로 남아있던 북한은 세계적으로 더욱 고립될 전망이다.

  • 자본주의에 문을 열었던 쿠바: 62년간 공산 정권을 지켜오다 올해 이미 큰 변화를 감수했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활동을 127개에서 2000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 것. 일각에선 국가 주도 경제에서 자본주의로 향하는 시작이란 분석이 나왔다.

존재감 더욱 커질 미국

나는 처음부터 이 문제(쿠바를 비롯한 공산주의·권위주의 정권들)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해왔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7월30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목표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 정권에서 벗어나려는 쿠바 국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쿠바 사이 여행 제한 완화를 검토하는 등 쿠바가 처한 경제적 위기를 돕기 위한 지원책을 고심 중이다.

동시에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정부 인사와 기관에 대해선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제재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상황.

  • 글로벌 마그니츠키법? 인권 탄압이나 부패에 연루된 개인 및 단체의 비자를 제한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함과 더불어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쿠바를 비롯한 공산주의 정권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전파해 세계에서 강한 영향력을 내세우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더 많은 제재를 통해 쿠바 정부의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향후 북한 등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압박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탯
2020년, 쿠바 경제의 몰락

코로나19로 인해 쿠바 경제는 큰 위기를 맞았다. 관광 산업이 무너진 데 이어 경제 정책의 실패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정부가 화폐 개혁을 단행하자 달러 대비 쿠바 화폐의 가치는 폭락했고, 전기, 교통 요금, 식품값 등 줄줄이 물가 상승이 이어졌다.

정부는 대응책으로 최저임금을 5배 넘게 인상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활고가 해소되긴커녕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늘었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쿠바 정부: 어떤 반혁명주의자도 용납하지 않겠다. 전력 시스템 안정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소란스럽게 행동하지 말자. 시위도 미국 내 쿠바인들이 SNS를 통해 선동한 거다. 미국이 아니었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다.

쿠바 국민: 늘 잘 될 거라는 말을 달고 살며 상황을 좋게 보려고 했지만 살기 너무 힘들다. 오죽 힘들었으면 대규모 시위를 벌였겠나. 음식을 좀 사려고 해도 오래 줄을 서야 한다. 예민해진 탓에 종종 다툼이 일어난다. 아오, 가뜩이나 짜증 나는데 또 정전이야.

미국: 미뤄둔 쿠바 관련 정책 검토에 얼른 착수해야겠다.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한 체제가 아닌가. 탄압에 시달리는 쿠바 국민들을 위해 실효성 있는 지원을 모색 중이다. 인터넷을 못 쓰니 우리가 열기구를 띄워서라도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건 어떨까.

북한: 엄연한 주권 국가를 두고 미국의 내정 간섭이 너무 심하다. 소란을 피우는 모양새를 보니 이번 시위도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배후에서 조종한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우리 인민들이 괜히 영향을 받아 정권에 도전하는 거 아닌가? 살짝 긴장되는데.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이번 대규모 시위, 어떻게 가능했을까

국민들이 일상에서 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게 된 게 변화의 시작이었다. 원래 쿠바의 인터넷 사용률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이었으나 2018년 처음으로 모바일 네트워크(3G) 서비스가 전면 허용됐다.

쿠바는 공산 국가지만 중국과는 다르게 해외 사이트 접속을 막진 않았다. 트위터, 유튜브 등 전 세계적인 SNS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고, 나중엔 체제에 저항하는 목소리의 통로가 됐다. 정권을 비판한 노래인 '조국 그리고 삶'(Patria y Vida)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국민들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상에서 시위를 조직한 뒤 생중계했다. 원래 정부는 정권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보이면 싹을 잘랐으나 이번엔 속수무책이었다. '#vivacubalibre'(자유 쿠바 만세) '#soscuba' 등의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졌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27년 전, 1994년 대규모 시위

쿠바에서 마지막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건 1994년 8월5일이었다. 경제난으로 지친 수백 명의 국민들이 아바나에서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 진압으로 빠르게 진정됐다. 당시엔 인터넷이 없던 관계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던 많은 이들이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시위가 진정된 후 미국 이민 행렬이 이어졌다. 한 달 사이 3만4000여명의 사람들이 쿠바에서 미국으로 탈출했다. 미국은 저번처럼 이민자가 대거 늘어날까 경계하고 있다. 배를 타고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려는 '보트피플'을 단호히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이해관계에 따른 온도 차, 북한은 🔥
미국의 제재는 반혁명 분자들에게 입김을 불어 넣어 내부 교란을 적극 부추기고 국제적으로 반쿠바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 나가려는 미국의 속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 반정부시위 사태를 배후 조종하고 사촉한 미국이 오히려 이 나라에 대한 새로운 제재 책동을 개시하면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 — 북한 외무성

북한 외무성은 연이어 쿠바 반정부 시위와 관련된 담화를 냈다. "사회주의를 끝까지 수호하기 위한 쿠바 정부와 국민들에겐 지지와 연대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힌 동시에 미국엔 직접적인 비난을 가했다.

일각에선 김정은 정권이 쿠바 국민들의 분노를 독재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긴장했다는 분석이다. 북한도 코로나19로 식량과 의약품 부족 등의 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