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이 1조 손해봤다는데

승객 감소로 경영난 악화...지하철 환경 바뀔 듯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천문학적 금액의 경영난을 겪으며 구조조정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 더 많은 승객을 태울 때마다 손해가 커지는 구조라 경영난은 예상된 결과였다.
  • 요금 인상이 빠른 해결책이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서 시민들의 반발이 클 전망이다.
  • 별도의 수익 사업을 추진하며 지하철 환경을 바꿀 예정이라 대중교통 문화도 변한다.

🔥 왜 중요한가?

손해 줄여야 하지만 현실은 막막

지금 서울 지하철은 승객이 타면 탈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공사는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손실을 냈다. 서울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만 결국 세금이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고 계획도 미진해 손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바뀌는 서울시민의 생활

역사에 더 많은 광고를 붙이거나 심야운행이 없어지는 등 지하철 환경이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시민들의 생활 풍경도 바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요금 인상이 추진되면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미친다. 시민의 발을 이용하는 데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해 서민물가는 울상 짓는다.

큰 그림
청사진

천문학적 손실 낸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언주~중앙보훈병원) 구간을 운영한다. 민자 운영사 성격인 서울메트로9호선이 운영하는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 노선을 빼고 거의 모든 서울 지하철 노선을 책임진다.

1조1000억원 펑크: 공사는 지난해 1조11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도 5865억원보다 5000억원 이상 펑크가 났다. 코로나19로 지하철 승객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운수수입은 27% 줄었다. 또 65세 이상 어르신 등의 무임승차 제도에 들인 2643억원의 비용도 치명타였다.

  • 요금 받는데 손해 왜?: 지하철은 승객을 받을 때마다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인당 수송원가는 2061원이지만 기본요금은 1250원이라서다. 객차를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정적이라 많이 태울수록 수송원가는 낮아지는데, 지난해는 승객 감소 여파로 2019년(1440원)보다 수송원가도 대폭 올라버렸다.

생존책 고심하지만 아직 물음표

공사는 인원 감축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1000명의 직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만6000여명 중 6% 규모다. 여기에 명예퇴직도 받을 계획이다. 일단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사는 더 세밀한 경영합리화 방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다.

300+500+200+명퇴: 기술과 장비 발달로 수요가 줄어든 개발 인력 300명, 자정부터 오전 1시까지 심야운행을 없애 500명 감축을 검토한다. 또 내년에 7호선 부천~인천 구간을 인천교통공사로 이관하면 200명을 더 감축할 수 있다는 게 공사의 계산이'었'다. 명예퇴직도 옵션으로 뒀다.

서울시 "아직 부족해": 서울시는 인원 감축안이 경영난을 해소하긴 미진하다며 퇴짜를 놨다. 공사는 서울시 산하의 공기업이라 어떤 방안을 추진할 때 시와 협의가 필수다.

  • 올해 1000억원 투입: 시는 본래 지원예산 500억원에 더해 5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해 총 1000억원을 지원한다.

바뀌는 지하철역 풍경

공사는 앞서 문화예술철도 정책을 펼쳐왔다. 상업광고를 최대 30% 줄이고, 낡은 역사를 고쳐 더 편안한 이용을 돕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자금난이 계속되자 지금은 일부 역사 리모델링 계획을 멈춰 세웠다. 대신 비용을 받는 사업을 진행해 손실을 메꿀 생각이다. 일정 금액을 받고 지하철역에 이름을 써주는 역명병기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 또 역사 안에 상업광고도 늘릴 방침이다.

이번엔 무슨 역?: 올 하반기부터 지하철 1~8호선 역사 5곳 이상을 대상으로 역명병기를 추진한다.구로디지털단지역의 '원광디지털대'나 서대문역의 '강북삼성병원'처럼 이름이 같이 써진 26개 역사가 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멈춰있던 상태다.

임팩트
무거워지는 시민의 발

심야운행 멈추면

지금까지 공개된 방안에서 가장 영향이 큰 건 심야운행 중단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심야운행이 중단된 상태지만,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지하철을 세우겠다는 것.

600만명 가까이가 영향권에 든다. 지난해 자정부터 오전 1시 사이 승객 비율은 0.3%다. 총 수송인원 19억7912만명에 대입해보면 593만7360명이다. 적지 않은 수다.

  • 택시와 버스로: 이들이 눈길을 돌릴 곳은 심야버스와 택시다. 이 경우 주머니 사정은 나빠진다. 서울 올빼미 버스의 요금은 2150원. 지하철보다 1000원 정도 비싸다. 택시는 더 비싸다. 만약 강남역에서 신촌으로 간다면 지하철은 1350원(거리할증 포함)이지만 택시는 2만원 안팎의 요금이 든다.

요금 오르면

나비효과가 예상된다. 다른 서민물가가 오를 수 있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하철 요금이 올라가면 전기나 가스 등 생활에 밀접한 요금들의 연쇄 인상 명분을 주게 된다.

  • 수도세보다 훨씬 타격: 이미 수도요금은 9년 만에 인상이 결정됐다. 가정용 수도요금은 1톤당 360원→390원을 받는다. 4인 가족 기준으로는 한 달에 720원 정도를 더 낸다는 추산이다. 허나 지하철 요금 인상은 100원만 올라도 이보다 상승 폭이 훨씬 크다.

정신없어지는 지하철역?

상업광고가 늘어나는 점도 걱정이다. 틈새마다 광고가 붙을 수 있어 미관에 좋지 않다. 자극적인 광고가 난립해 출퇴근길 '광고 공해'로 인한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

  • 리모델링도 미뤄: 공기순환이나 미세먼지 저감, 악취 해소 등 오래된 역사들의 환경개선이 미뤄져 승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낙후된 1호선 역사 이용객들의 고충이 클 전망이다.

'신의 직장' 구조조정 바람?

공사의 구상처럼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공기업에도 칼바람이 치는 시발점이 된다. 공사는 임금 절감이나 복리후생 축소도 논의 중이다.

  • 신의 직장에도 칼바람: 공사는 정년이 보장되고 수당 등을 더하면 임금 수준도 낮지 않아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큰 손실 규모를 이유로 공사에서 명예퇴직을 추진하는 방안이 자리 잡으면 다른 공기업에도 명퇴가 경영난 해소의 대표적인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이대로라면 사태는 계속 악화: 완전히 메스를 대지 않으면 손실의 악순환은 끊기 힘들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는 것은 공사 입장에서 손해를 키우는 요소다. 65세 이상 어르신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표적인 교통복지를 건드리긴 힘든 노릇이라 인원 감축이 대안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스탯
몇 호선 무슨 역 가장 많이 탔나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서울시: 요금을 섣불리 올리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렇다고 계속 손실을 메꾸는 데 세금을 붓는 건 다른 분야에 투자를 줄이는 꼴이라 곤란하다. 내년까지는 일단 인상을 막아보려 한다. 공사가 새로운 방안을 가져온다는데 현실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교통공사: 공기업에 명퇴 바람이라니... 그래도 돈 없이는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정부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할 생각이다. 또 어르신들에게 요금을 안 받는 건 좋은데 이걸 좀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

승객: 밤에는 이제 택시에 몸을 실어야 하나. 가뜩이나 광고가 많던데 더 늘린다고? 어휴, 정신없고 공기 탁한 1호선 역사를 고친다길래 기대했는데... 그래도 요금은 안 올랐으면 좋겠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요금인상 왜 미적미적?
소상공인을 비롯해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이 많은데 상식적으로 판단해봐도 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하기에는 좋은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오세훈 서울시장

지하철 요금 인상은 적자를 해결하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안이다. 하지만 시민의 발에 매기는 요금이라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권한은 시장한테 있다. 임기가 내년까지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년 열리는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요금을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섣불리 올렸다 반발이 커지면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또 시의회 의결 절차도 넘어야 할 산이다. 최종적으로 서울시의회에서 요금 인상안이 가결돼야 하는데 지금 시의회는 여당이 다수다. 시장이 밀어붙이자니 국민의힘, 시의회가 오케이하자니 더불어민주당이 포화를 맞게 된다.

요금 인상보다는 공사 자체의 자구책으로 봉합해볼 거란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계속해서 적자폭이 커지면 들어가는 세금 규모도 커질 터라 오 시장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6년 전 인상 때는?

마지막 인상 시기였던 2015년, 지하철 요금은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올랐다. 시내버스 요금도 1050원에서 1200원으로 함께 올랐다.

진통이 있었다. 인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들은 공공요금을 올리려면 월급도 올라야 한다며 적지 않은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65세 이상 무임승차 대상에 외국인도 포함시키며 반발이 컸다. 이후 계속해서 인상 관련 논의가 나왔지만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6년째 동결 상태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그래도 저렴한 우리 지하철 요금

사실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은 해외보다 저렴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과 촘촘한 노선도 자랑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환승 때마다 추가 요금을 낸다. 공사가 대부분의 노선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운영회사가 각기 달라서다. 서울처럼 수도인 도쿄의 경우, 다른 회사 노선으로 갈아타게 되면 적게는 300엔(한화 약 3000원)가량의 요금이 추가된다.

기본요금이 비싼 나라는 영국이다. 런던은 교통카드 성격인 오이스터 카드를 써도 2.5파운드(약 4000원)정도다. 현금으로 내면 이보다 더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