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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시작된 최저임금 전쟁

1만800원 vs 동결, 노동계와 경영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에디터의 노트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2017년 대선에서부터 나왔습니다. 논란이 분분하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과제죠. 단순히 생각하면 내 월급도 오를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따져보면 반드시 좋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풍경도 다른 법인데요.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 한눈에 보기

  • 노동계에서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800원을 요구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보다 24%가량 인상한 금액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25만원 정도다.
  • 경영계에선 인상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에 나섰다. 임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서 늦어도 이달 중순엔 심의를 마칠 예정이다.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 왜 중요한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월급을 결정하는 토대가 된다. 따라서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매번 인건비를 지출하는 기업 입장서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사업장은 더 큰 위기에 놓인다.

국가 차원의 중대한 과제기도 하다. 최저임금을 통해 최소한의 삶의 질이 보장되지 못하면 근로자의 소비를 위축 시켜 국가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인상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려 마찬가지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큰 그림
청사진

2017년은 문재인 정부 첫해였다. 이듬해 최저임금은 6470원에서 16.4% 인상해 7530원이 됐다. 2019년에도 10.9%가 오르는 등 큰 인상 폭을 보였으나 2019년 심의부턴 정체기를 보였다. 지난해엔 2.9%, 올해는 1.5%가 인상됐다. 급격한 인상이라 속도를 조절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게 원인이었다. 지난해 2021년 최저임금 심의에선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경영계의 요구를 반영했다.

2022년 최저임금 얼마가 적당한가

노동계는 1만800원: 최초 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23.9% 인상한 금액으로 월 환산액은 225만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혼자 사는 비혼 근로자의 평균 생계비는 208만원이며 최저임금 근로자의 평균 가구원 수는 2.97인이다. 노동계는 이를 고려해 책정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최근 2년치 인상폭이 낮은 것도 반영됐다.

경영계는 "올릴 필요 없어": 내년도 8720원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으니 그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보고서에서 나타난 비혼 근로자 생계비 중위값은 약 186만원이다. 평균은 고소득자까지 포함한 것이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적합지 않으며 중간값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의 본격화, 여전히 난항

법정 심의 기한은 6월29일이었으나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다. 8월5일 안으로는 고시해야 해서 늦어도 이달 중순엔 심의를 마칠 예정이다. 양측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표결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은 어땠지: 최저임금 1만원은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화상회의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한 바 있다. 임기 내 공약을 지키려면 올해가 마지막이다. 노동계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달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 업종별 차등적용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경영계는 올해 숙박업 등 코로나19로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며 맹렬히 반대했다. 표결 결과 반대가 더 많아 무산됐다.

임팩트
최저임금 만원대로 바뀌면 닥칠 변화들

예상되는 긍정적인 변화

숨통 트일 근로자들: 혼자 사는 비혼 근로자 생계비 중위값은 186만원. 현 최저임금 기준 월 환산액인 182만원과 비슷하나 저축까지 고려한다면 무척 빠듯한 금액이다. 월 소득이 늘어나 지출 또는 저축이 늘어나면 근로자들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도 일하는 시간이나 대출을 줄여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

더 나은 집으로: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월세로 수도권 반지하에 사는 이들의 월평균 소득이 182만원이다. 현 최저임금으로는 곰팡이나 냄새 등 열악함을 감수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단 것. 전월세로 반지하가 아닌 빌라나 아파트에 사는 이의 월평균 소득은 262만원 이상이다. 격차가 줄면 더 나은 주거 형태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부정적인 변화는 없을까

사업하기 부담이야: 영세 자영업자에겐 부담스럽다. 현 수준도 감당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늘었던 상황. 지금보다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지급 능력이 떨어져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수 경제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경기가 침체될 거라는 전망이다.

근로자, 구직자에게 독이 될 수도: 한국경제연구원에선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최대 3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 분석했다. 신규 채용도 줄어들어 얼어붙은 한국의 일자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낙담해서 취업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더 늘어날까 우려가 나온다.

스탯
더 이상 허리띠 졸라매기 힘들어

최저임금에 대해 소상공인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5월 최저임금과 관련해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수준도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70%가 넘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을 올리려면 정부가 지원금 확대 등 부담을 덜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걱정거리
이해관계

경영계: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으로 가뜩이나 기업이 어렵다. 국회에선 대체공휴일 확대, 채용 불합격 사유 통지 등 경영하는 입장서 부담되는 법안이 자꾸 나온다. 거기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까지... 점점 기업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최저임금 동결은 기업 부담을 덜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다.

노동계: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소상공인의 부담은 높은 임대료나 정부지원 제도가 부족한 게 원인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고용 시장이 악화된다는 것도 팩트 체크가 어렵다.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근로자 수는 계속 늘어났는데?

영세 사업자: 최저임금이 1만원대로 오르면 알바를 쓰는 대신 내가 일하고 말지.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알바를 쓰기가 너무 부담스럽다.

아르바이트생: 지금도 주휴수당은 언감생심이다. 수습 기간 등을 구실로 임금을 깎기도 한다. 월급 오르는 건 좋지만 과연 회사에서 법대로 순순히 주려고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알바 구하기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

진실의 방
최저임금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로 각각 9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각자 최초 제시안을 제시한 뒤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표결에 부쳐 많은 표를 얻은 쪽으로 결정한다. 즉 더 많은 공익위원을 설득한 측이 이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최저임금이 언제부터 있었지?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 안정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1988년에 첫 시행됐다. 당시 고임금 업종엔 시급 487.5원, 저임금 업종엔 시급 462.5원으로 정해져 각각 달리 적용됐다. 이후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은 경영계에서 꾸준히 나왔으나 노동계에서 워낙 반발이 커 무산되기 일쑤다.

똑똑! 최저임금은 있는 게 좋을까요, 없는 게 좋을까요? 똑똑 토론에서 정리한 적 있어요.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최저임금이 없는 나라도 있나?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지 않는 북유럽 국가도 많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아 굳이 시행할 필요가 없는 게 그 배경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산업 부문별로 2년마다 단체 교섭을 해서 최저임금, 연간 노동시간, 휴가·보너스 등을 결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임금을 책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