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레몬 마켓' 법률 플랫폼 갈등

로톡과 변협의 줄다리기... "문턱 낮춰" vs "경쟁 부추긴다"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대한변호사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 수임료 경쟁이 심해진다는 게 변협의 주장. 로톡은 변호사 조력을 받을 국민 권리를 제한한다며 반박한다.
  • 변협이 로톡에 광고하는 변호사를 징계키로 하자 로톡은 이 행위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신고했다.
  • 정보 비대칭 시장을 뜻하는 '레몬 마켓'을 두고 플랫폼과 수용자들의 충돌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 왜 중요한가?

시장 선도하던 플랫폼에 제동

변호사 시장은 천차만별인 수임료로 인해 대표적인 '레몬 마켓'으로 꼽힌다. 로톡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의뢰인과 변호사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법률 서비스를 달콤한 '피치 마켓'으로 탈바꿈시키려던 이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 레몬 마켓: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어려운 시장. 싼값에만 사려다가 시고 맛없는 레몬처럼 불량품만 마주치는 걸 빗댄 표현이다. 반대말은 달콤한 복숭아처럼 우수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의 '피치 마켓'이다.

선택권이냐 기존 시장 유지냐

고객의 선택권을 늘리려는 플랫폼과, 기존 시장을 유지하려는 이들이 정면충돌했다. 변협은 겉으론 공정한 시장 유지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몽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사업모델인 플랫폼 시장에 위기감이 감지된다. 로톡과 변협의 다툼 향방에 따라 소비자들이 접할 플랫폼 서비스 모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큰 그림
청사진

불붙은 로톡-변협 갈등

변호사는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협조하지 않는다. —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안 中

애플리케이션으로 의뢰인과 변호사를 이어주는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단체 대한변호사협회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포문은 변협이 열었다. 지난달 윤리장전을 개정해 법률 플랫폼에 광고를 내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변호사 징계가 가능하게 했다. 사실상 로톡을 겨냥했다.

앞서서는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규정을 고쳐 로톡을 사용하는 데 허들을 뒀다. 새로운 금지 조항은 다음과 같다.

  •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위
  • 변호사가 아닌 기업명 등을 표기하고 변호사를 연결하거나 광고·홍보하는 행위
  • 변호사가 아닌데 판결 등의 결과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통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외면하는 시대착오적인 것. 헌법 소원을 통해 개정된 변호사 광고 규정의 위헌성을 확인받고 로톡 이용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로톡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들은 변협의 광고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와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또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8일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 공정거래위는 왜 갔어?: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공동으로 하자고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표시광고법은 '사업자단체가 그 단체에 가입한 사업자에 대해 표시·광고를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법률 플랫폼만의 문제 아냐

플랫폼 사업자와 해당 직종 종사자들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의료·미용 플랫폼 강남언니는 의료광고 문제를 겪고 있다. 이제까지 이들은 의료광고 심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의료계는 불법광고가 우려된다며 심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How is 의료광고?: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광고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자율심의기구 심의를 받아야 한다. 과대나 허위 광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매체를 심의대상으로 뒀지만 강남언니는 이용자가 그보다 못 미쳐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정부 "소비자 선택인데 왜 문제?"

정부가 적극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이러한 사업을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점에 대해선 상당히 가슴 아프고 동의하기 어렵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법무부는 로톡을 공정한 플랫폼 사업자로 보고 있다. 변협은 법무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총회 결의 내용을 취소하는 권한도 법무부 장관이 갖는다. 합법적 서비스라는 입장인 만큼 법무부가 향후 변협의 광고 규정과 윤리장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 변호사법 제86조: 법무부 장관은 대한변협 총회 결의가 법령이나 회칙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임팩트

플랫폼 스타트업 명운은

로톡뿐 아니라 이미 수의사나 웹디자이너 등 전문인력을 소개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많다. 헌법소원 결과와 공정거래위 판단은 다른 스타트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용되는 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해당 직종 종사자와 플랫폼 간 갈등에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로톡 이기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나오면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도 한숨을 돌린다. 해당 직종 협회나 이익 단체가 회원들의 자유로운 가입을 막는 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 신고 결과도 로톡에 유리하게 나오면 플랫폼들은 광고를 꺼리던 직종 종사자들을 더 편하게 유치할 수 있다.

변협 손 들어주면?: 플랫폼과 해당 직종 종사자 간의 힘겨루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 혹여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서비스가 출시되도 변협처럼 규정을 고쳐버리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핵심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다.

"참 좋은 서비스인데"... 소비자들 울상

일단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지금 법률 플랫폼은 사실상 로톡이 1등이다. 접근하기 힘든 법률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호응이 컸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논란 자체만으로 소비자들은 불안해진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윤리장전이 시행되는 8월부터 로톡에 가입하는 변호사는 징계를 받는다. 처분 결과에 따라 혹여 정직을 받으면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다. 변호사들의 신규 가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처분 신청을 걸어놓은 만큼 처분 결과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 강남언니는?: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지적에 발맞춰 의료 플랫폼도 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시행령개정을 준비 중이다. 의협 측은 소비자 후기와 시술가격 기재도 불법이라는 입장이라, 사업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스탯
국민 10명 중 8명 법률시장에 IT 기술 도입해야
걱정거리
이해관계

소비자: 플랫폼을 통해 과거보다 편리한 삶을 살고 있다. 꽉 막힌 정보가 조금이나마 오픈된 것 아닌가. 중고차도 그렇고 미용도 그렇고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 편리한 시대다. '법’ 하면 무서운 생각부터 든다. 그래서 로톡이 참 고마웠는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로톡: 법률 서비스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도 우리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의뢰인을 만나고 있으니 윈윈 아닌가. 변협의 행동은 무척 무리한 처사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분명하다.

변호사: 분명 더 많은 의뢰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젊은 변호사들은 로톡의 도움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가격 경쟁이 이보다 더 심해지면 어떡할 것인가. 법률 서비스는 '질'이 중요하다. 젊은 변호사들이 무턱대고 "좀 더 저렴하게"만 외쳐서는 안 된다.

플랫폼 스타트업: 남의 일이 아니다. 먼저 업계 종사자들이 우리 플랫폼에 가입해야 유저들이 따라 늘어난다.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우리에게도 일어나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진실의 방
법무부-변협, 불편한 관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로톡은 합법이라는 견해를 밝힌 건 단순히 플랫폼 사업 자체에 대한 시각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 변협과 박 장관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 앞서 변협 회장은 박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한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이에 견제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미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로톡은 두 차례 고발당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된 바 있다. '누구든지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주장이 먹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광고 규정을 고쳐 로톡 서비스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였지만 생각지 못했던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논란

지금의 갈등은 과거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승합차 승차공유 서비스였던 타다는 급성장했지만,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승객을 뺏기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때는 국회가 택시들의 편을 들었다. 지금 사태에 빗대면 변협의 손을 든 셈이다.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는 운전자 알선이 허용되는 조항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회는 승합차를 빌릴 때는 관광 목적 6시간 이상,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때만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쳤다. 결국 법에 무릎을 꿇고 타다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미국, 독일보다 변호사 적은 우리나라

논란의 근본적 원인은 법률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시작한다. 한국의 변호사 수는 약 3만명. 로스쿨 제도 도입과 맞물려 증가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아는 변호사 있어?"라는 물음에 바로 YES를 외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변호사 수가 부족해서다. 지난해 미국은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가 41.28명이었고, 독일은 20.11명이다. 5.39명인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크다. 일본은 3.3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