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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사건…다른 비극 막을 수 있을까

여 부사관 극단적 선택, 성난 여론에 대책 고심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공군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자 부사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불거지며 군의 제식구 감싸기 문화가 지탄받고 있다.
  •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와 정부는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 왜 중요한가?

군대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군대는 국방을 책임지는 중요한 조직이다. 기강이 잡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국방력을 높이는 비결이지만, 이 같은 사건이 계속 불거져 나오면 국방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이 또 그랬어?😞

군대 내 비리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뿌리 뽑히지 않는다. 남성 위주로 짜인 군대 문화에서 여군이 피해를 입었다. 반드시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 해소되지 않는 문제의 구조를 알아보고 해결 가능성을 점쳐본다.

큰 그림
청사진

성추행당한 여 부사관 극단선택

공군에서 복무하던 이모 중사가 장모 중사로부터 지난 3월 초 성추행을 당한 뒤 상사에게 피해를 신고했다.가해자는 같은 달 중순 다른 부대로 파견을 갔고, 이 중사는 5월 중순 다른 복무지로 옮겼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호받지 못한 여군: 군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즉각 분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주간 같은 부대 안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상사들의 회유를 받으며 2차 가해를 당했다. 이들은 이 중사를 상대로 '살면서 한 번 겪을 수 있는 일',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냐'는 등 발언을 하며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고 현재는 구속된 상태다.

심각성 늦게 깨달은 국방부

공군 군사경찰은 피해자 사망 다음날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순사망' 사건으로만 보고했다. 국방부는 성추행이 일어난 지 3달이 가까운 지난달 25일에야 성추행과 사망의 연관성을 파악했다.

도움은 못줄 망정...: 국선변호인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면담을 소홀히 했고 특히 사진과 인적사항을 노출시켜 '얼평'(얼굴평가)까지 이뤄지게 했다는 것. 다만 국선변호인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고개숙인 군, 뿔난 청와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유·은폐 정황과 2차 가해를 포함해 전 분야에서 철저하고 낱낱이 수사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 — 서욱 국방부 장관

군을 책임지는 서욱 국방부 장관은 머리를 숙였다. 국방부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군의 성폭력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한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가동시켰다.

  •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전담 TF: 육·해·공군본부와 해병대사령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비롯해 ▲교육··피해자 보호 ▲부대운영·조직문화 ▲수사·조사 등 3개 분과반으로 구성해 합동 실태조사를 벌인다.
  • 수사심의위원회: 위원회에는 10여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들어가 수사에 자문을 건넨다. 군검찰 차원에서 위원회를 꾸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 ...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근본적인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

국방부가 이렇게 진상 파악과 조치에 힘을 주는 건 문 대통령이 엄정 대응을 주문한 영향이 컸다. 대통령의 한 마디는 말은 부드러워도 사실상 강한 질책성을 담은 지시와 같다. 문 대통령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한 공군참모총장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법으로 재발 막겠다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도 나섰다. 정의당은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도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군사법원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 논의에 나선다.

  • 군사법원법 개정안: 개정안에는 1심 군사재판을 담당하는 군사법원을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하고, 고등군사법원을 없애 민간 법원에서 항소심을 담당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팩트

사기 저하로 국방력에 영향

공군에 한정되지 않고 군 전반의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초급 간부나 병사는 언제든지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병력의 핵심인 이들이 혼란스러우면 자연스럽게 군 전체의 전력도 약화될 수 있다.

불안한 여군: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보통 성추행은 여성이 피해자가 된다. 이번 피해자는 부사관이었는데, 나라를 지키겠다며 자진 입대한 경우도 이처럼 보호해 주지 못하면 여군 지원자가 감소할 공산이 크다. 현재의 군대 시스템에서 여군의 역할이 중대한 만큼 군대의 효율도 떨어진다.

  • 사그라든 여성 징병제 논의: 최근까지만 해도 여성 징병제는 화두였다. 인구감소 속에서 국방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도 남성처럼 의무적으로 입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같은 목소리는 들어간 모습이다. 대신 여군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군대 문화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번에는 기필코...

국민의 시선이 쏠린 사항이라 흐지부지 매듭지을 수 없다. 일단 관련법이 발의된 만큼 입법에는 힘을 받을 수 있다. 시선이 쏠렸는데 뭉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입법으로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면 스스로의 인식 개선이 아닌 시스템으로 잡아낼 수 있어 비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보호관 두자: 대한변호사협회는 군대 안에 군인권보호관을 두도록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호관이 있으면 사실관계 조사나 법률 검토가 원활해질 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군사법원법 급물살?: 발의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입을 열었고 국민의 성난 여론도 등에 업었다. 법이 시행되면 군 판사가 지휘자의 입김을 벗어나 오롯이 법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다.

폐쇄적 군대 문화 개선 계기

전담 TF, 수사심의위원회 등 일단 시스템이 마련된 만큼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채널은 많아졌다.  엄정 대응의 기조 속에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토대가 마련됐다.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한 것도 내부에 경고등을 울리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추진하는 청문회나 특별검사의 수사가 가능해지면 문제의 뿌리를 더욱 깊게 들여다볼 수 있어 적어도 당분간은 성추행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탯
2019년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걱정거리
이해관계

군: 부실 급식 문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성추행이라니. ****매번 터져나오는 문제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개선 의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휘하 부대에서 어떤 사건이 터지면 진급에 막대한 영향이 가는 터라 숨기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국민: 우리를 지켜주는 군의 기강이 무너지니 불안감이 크다.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군대를 보내기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계속 군대에서 일어나는 비리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정부: 이번에야말로 군대 내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여론이 좋지 않은 점도 우리에게는 부담이자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동력이 된다. 반드시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진실의 방
반복되는 성추문과 은폐... 군만의 문제 아니다

군은 기밀 유지를 이유로 폐쇄적인 문화가 상수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문화 속에서 위계에 의한 성추문의 싹이 텄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비단 군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 권력자들이 모인 정치권, 교수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 할 정도로 파워가 막강한 대학 사회도 성추문의 자양분이 있다. 전직 서울시장은 비서를 성희롱한 의혹을 받았다. 전직 도지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해 감옥에 갇혔다. 남성 교수가 여성 조교나 학생을 희롱한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공통점은 모두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높은 지위에 있어 저항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대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성추문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2019년에도 있었다

2년 전 공군에서는 상사에 의한 여군 성추행 사건이 또 있었다. 공군 모 부대 소속 A 대위가 지난 2019년 9월 출장 후 부대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B 대령이 강요해 술자리에 참석했다 대령의 지인에게 택시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A 대위는 이후 성추행 가해자와 B 대령을 '술자리 동석 강요', '성추행 방조' 등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조사를 벌인 공군본부 헌병·감찰·법무실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 대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때 만약 면밀한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으면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피해방지 노력하는 해외 군대

해외 군대에서도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 노력이 우리나라와는 수준이 다른 게 차이점이다.

우리나라 군대 내 성폭력 대응 전문가는 160명가량이다. 3만7000명이 넘는 미국과는 큰 차이가 난다. 군대 규모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0.4%에 불과한 수치는 초라하다. 또한 2014년 프랑스에서 군대 내 여군 대상 성범죄 실태가 드러나자 프랑스 정부는 국방부 내 독립적인 조사기구 ‘테미스’(Themis)를 설립해 차단에 나섰다. 테미스는 법과 형평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속 여신 이름이다. 조사 뿐 아니라 장기적인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까지 이뤄지는 테미스 제도가 시행되자 군대 내 성범죄 수치는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