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와 포퓰리즘

민주주의의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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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22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이즘 스튜디오를 마무리하는 특별편입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민주주의의 대척점 또는 위협요소로 거론되는 권위주의에 대해 알아봅니다. 현재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 국가의 단합을 강조하며 중·러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국가에 대해 경계 발언을 내놓는 것을 뉴스에서 보신 적 있을 텐데요. 권위주의가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현상🖼

민주주의의 후퇴

2021년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민주주의 지수 지도. 초록색은 민주주의, 노란색은 혼합 체제, 붉은색은 권위주의 체제를 가리킨다. 색이 진함이 얼마나 해당 체제와 가까운지 나타낸다.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선 지난 리포트에서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비영리기구 프리덤하우스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지속가능 거버넌스 연구재단 배텔스만 등이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는 것이었는데요.

당시 리포트에선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에 집중하느라 생략했지만, 여기선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뭐가 어쨌길래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진단했을까요?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으로도 볼 수 있는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는 총 10점 만점으로 10점에 가까울수록 진한 초록색, 0점에 가까울수록 진한 붉은색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선거절차 및 다원주의’ ‘시민의 권리’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의 5가지 범주에 대한 지수와 함께 수량화한 것인데요. 민주주의 요소라 할 수 있는 기준을 토대로 점수를 매긴 셈입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후퇴는 말 그대로 민주주의로 구분할 수 있는 국가의 수가 줄어든 데 대한 표현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며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 논문 ‘역사의 종언’을 통해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자유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세계는 빠르든 늦든 자유민주주의 물결이 퍼지는 일만 남은 듯 보였는데요. 그러나 위 조사들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후퇴를 진단했습니다. 대표적 현상은 민주주의로 이행하다 권위주의로 회귀하거나, 선진 민주주의 국가 안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발견되는 겁니다.

개념📌

권위주의

이쯤에서 권위주의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너무 권위주의적이야”라는 표현 들어보셨을 텐데요. 의사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견제받지 않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죠.

정치체제로서 권위주의는 일부 개인 또는 집단이 막대한 힘, 권력을 갖고 정치적 의사결정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체제입니다.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인물의 의지대로 정치권이 움직이죠. 보통 ‘초대통령제’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력자(대통령)가 독재적인 힘을 갖고 국가를 지배하고 통제합니다. 정치적 자유는 제한됩니다.

그러나 대놓고 국가가 무제한의 권력을 갖고 국민의 생활, 신념 등 모든 면을 통제하는 전체주의와는 다릅니다. 전체주의 국가의 예는 과거로는 히틀러의 독일, 현재로는 김정은의 북한입니다.

권위주의는 표면적으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합니다. 의회도 있고 정당도 있고 투표도 있고 선거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명무실합니다. 매스컴 장악은 물론 여론 조작이나 가짜뉴스 전파도 서슴없습니다. 입법부, 사법부가 존재는 하나 삼권분립 또는 상호견제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부에 종속됩니다. 전체주의와 마찬가지로 반민주적이긴 하지만 형태적으로나마 구색은 갖추고 있는 게 권위주의입니다. 정치적 다원성이 표면적으론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론 없는 셈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오늘날 러시아입니다.

이러한 권위주의 정부가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내세우는 것은 국가 위기 상황의 타개입니다. 전쟁이나 외세의 위협, 정치적·경제적 위기 등이죠. ‘위기 상황에 맞설 강한 힘이 필요해!’라는 것이 권위주의 정권이 국민에게 내거는 슬로건입니다. 이 때문에 권위주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표적으로 삼죠. 그중에서도 굶주림이나 가난, 불평등, 외부 세력의 위협 등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면서 일차적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조명👀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득세

포퓰리즘이나 권위주의나 대중을 선동하고 호도해 하고 싶은 대로 하려 한다는 점에선 같습니다. 대중의 일차적 니즈를 공략하거나 기득권 또는 외세와 같이 적대세력을 표적화하는 정치적 전략도 유사하죠.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지난 ‘민주주의의 위기’ 화에서 짚었던 한국리서치 정치만족도 조사를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국가 형태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 기억하시나요? 1위인 직접민주주의와 3위인 대의민주주의 사이에 ‘강한 리더 중심의 통치’가 2위로 자리합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이 식고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이 약해지고 있죠.

왜일까요?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민주주의를 겪으며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심화됐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저소득 백인 노동자 입장에서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는 분노의 대상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대표주자 레이건 정부에서 시작한 미국의 불평등은 민주당 정부에서 심화됐죠. 트럼프의 당선과 포퓰리즘의 득세, 민주주의의 후퇴는 이러한 맥락의 연쇄작용입니다.

포퓰리즘이나 권위주의가 왜 인기를 얻는가 하면 그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약속하는 것은 일차적 생존 위협에 대한 해소이기 때문입니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보여주듯 인간은 일단 생존에 관련한 일차적 욕구가 충족돼야 정치적 성숙이나 관용에 관심 갖습니다. 그러나 포퓰리즘, 권위주의는 끊임없이 일차적 문제를 건드림으로써 불만 어린 대중에 강한 소구력을 갖죠.

이는 단기적으로는 특정 이해관계를 만족하기 쉬울지 모르나 결국 해당하는 좁은 집단, 공동체 또는 국가만을 대변하며 그 밖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배척하게 됩니다. 자국우선주의나 집단이기주의로 변질하기 쉽죠. 그 과정서 저지르는 여론 왜곡이나 조작, 통제, 폭력 등도 무거운 문제고요.

성장이 정체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인구의 대다수가 자아실현의 가치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 대신, 유권자들은 다시 한 번 매슬로가 말하는 하위 계층 욕구에 관심을 돌린다. ... 자신의 안전과 생계유지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은 단순한 경제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우리의 모든 문제에 대해 외부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포퓰리스트들의 호소에 훨씬 더 솔깃해할 수 있다. — <위험한 민주주의>, 야스차 뭉크, 233쪽.

참고한 자료

뉴스

한국일보

대의민주주의,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서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유강은 옮김, 부키, 2019.

<위험한 민주주의>, 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18.

아산정책연구원

민주주의 위기, 국제질서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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