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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문방구, 학교 앞 ‘사랑방’의 위기

줄어든 문구점... 준비물 무상 지원도 영향

👀 한눈에 보기

에디터의 노트

수업이 모두 끝난 하굣길.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는 참새처럼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부려놓은 별천지 같았던 곳. 또 다른 친구였던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 잠깐만 있어도 남부러울 것 없었던 학교 앞 사랑방 ‘문방구’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문구를 사지 않는 것은 아닐 텐데... 속사정은 무엇일까요.

왜 중요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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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그때 참 괜찮았지

어린 시절의 추억은 평생 머릿속에 필름처럼 박힌다. 친구들의 얼굴이나 선생님의 무서운 불호령. 공부는 뒤로하고 몰래 놀거리를 찾던 그 아찔함까지... 영화처럼 펼쳐졌던 과거는 돌아가지 못해 더 아름답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꼭 들려야 하는 곳. 들르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던 곳이 있다. 문구점이라는 용어보다 더 친근하게 들렸던 그곳 ‘문방구’다. 공책이나 볼펜 같은 학용품은 당연하고, 달짝지근한 달고나나 어디서 발랐을지 모를 양념이 묻은 쥐포. 라이센스 따위는 무시한 건담 프라모델에 특별 이벤트처럼 찾아오던 미니카 대회까지... 우리 추억은 문방구에서 밑그림이 그려졌다.

등교를 몇 분 앞둔 시간은 전쟁터이기도 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학생들의 주문을 찰떡같이 알아듣던 주인장들은 마치 “잔돈은 이렇게 주는 것”이라는 듯 놀라운 암산 실력을 뽐냈다. 다음날 준비물은 미리미리 사놓으라든가 네 준비물은 그게 아니라고 짚어주는 멀티태스킹의 달인도 있었다.

주말에는 먹거리 마트로 변했다. 힘껏 공을 차 넣던 축구 모임이 끝나면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가 문방구 안 냉장고에서 기다렸다. 바람 빠진 공에 숨을 불어 넣는 공기 펌프는 문방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처럼 문방구는 언제나 학생일 것 같던 내 모습처럼 같은 장소에서 항상 날 기다렸다.

지금은...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다.

카운터펀치는 2010년대 초 도입된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다. 교육청이 지원한 예산으로 학교가 준비물을 미리 대량구매하는 제도다. 색종이나 두꺼운 도화지, 풀 같은 필수적인 준비물을 따로 살 필요가 없다. 학교가 입찰을 통해 준비물을 쟁여두고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학교 가는 길에 동전 몇개를 내고 준비물을 사던 풍경은 이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고객을 잃은 문방구들은 뽑기나 미니 게임기 같은 이벤트로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지만, 과거 발 디딜 틈 없던 때에 비하면 초라하다. 통계청의 최근 서비스업 조사를 보면 문방구가 속한 문구용품 소매업 사업체 수는 2019년 9468곳이었다. 앞서 3년 전 2016년의 1만963곳과 비교해도 10%가량 줄었다. 그보다 10년 전인 2006년 2만583곳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문방구의 자리는 대형 마트와 생활용품 판매점이 채웠다. 문구류는 인터넷이나 균일가 상품점을 찾는 게 당연해졌고, 불량식품의 자리는 빡빡해진 위생 점검이나, 그보다 더 깔끔한 간식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마트에 빼앗겼다.

지금 대학교에 갓 들어간 학생들만 해도 삼삼오오 문방구에 모여 준비물을 사고, 쫀디기나 달고나를 사 먹는 추억이 흐릿하다. 그래도 기성세대에게 문방구는 그 어떤 곳보다 뜨끈한 기억의 장소다.

체크 포인트

산업 측면에서 다양한 업종이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사행성이나 불법 사업이 아닌 이상 독과점을 피하고 산업 모델의 입체성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주전부리와 문구, 완구류를 한 곳에서 팔던 문방구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라는 점에서 지금 풍경이 더욱 아쉽다.

2019년 문방구 9400여곳 가운데 종업원이 5명이 되지 않는 곳이 8900여곳이었다. 업주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다. 이미 준비물 지원 제도에 짓눌려 있는 데 더해 원격수업 같은 코로나19의 직격탄까지 맞았다. 갈수록 돌파구가 안 보이는 게 지금 모습. 규모가 작아 학교가 진행하는 준비물 전자입찰 참여도 힘들다. 결국 알*문구나 오피스@@ 같은 기업형 문구점이나 중대형 도매업체가 반사이익을 얻는다.

준비물 지원 제도의 그림자도 들춰봐야 한다. 낮은 입찰가격에 납품업체가 정해지는 탓에 저급한 제품이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점은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낮아진 출산율에 아이들이 적어지는 것도 문방구를 사양산업으로 만들고 있다.

추억은 방울방울

마냥 추억으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무인 결제 키오스크가 주인을 대신하고, 주먹구구식 가격 책정 대신 정찰제가 자리 잡고 있다. 레트로 문화도 반갑다. 추억의 장난감이 문방구 구석에 숨겨져 있어 보물찾기처럼 작은 점포를 찾는가 하면, 키덜트 열풍에 어른들의 놀이터로 테마파크에 따로 마련해 놓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모든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폐업세일을 반가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우리 학교 앞의 ‘문화’로 여기고 되돌아보려는 노력이 아닐지.

다음은 대학 문화의 상징이었던 OO의 주소를 되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