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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영광, 신음하는 영화관들

길어지는 코로나19, 관객 줄어 타격 커
에디터의 노트

예전엔 <괴물> <도둑들> <기생충> 등 10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했다는 영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죠. '1000만 영화' 타이틀은 큰 흥행을 이뤘다는 주요 지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1000만 영화 소식을 들은 지가 언제였더라... 가물가물한데요.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이젠 1000만 영화가 탄생하기 어렵겠다는 소식입니다. 갑자기 잔뜩 붐볐던 영화관 풍경이 그리워지네요.

👀 한눈에 보기

  • 영화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전국 영화관 81곳이 폐업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한 가운데 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데이트 필수 코스였던 영화관은 이제 잊혀지고 있다.

🔥 왜 중요한가?

눈에 띄는 영상 산업의 변화

과거엔 아무도 TV가 대체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어느새 유튜브가 TV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영화관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영화관을 찾지 않는 관객들

'1000만 관객 영화'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찾는 이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 영화 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 동시에 영화 생태계 변화도 본격화됐다.

큰 그림
청사진

당연한 나들이 코스였던 영화관

영화관은 가족, 친구, 연인들이 함께 찾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2000년대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리며 한국 영화 산업이 부흥했다. 여태까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는 총 19편이다. 특히 2019년은 1000만 영화가 5편이나 나왔던 호황기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잘나가던 영화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쇠락했다.

영화 산업은 왜 흔들렸을까?

1️⃣ 비싼 임대료: CGV는 매달 고정적으로 170~180억원의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관객은 줄었는데 유지 비용은 그대로다. 임대료를 납부하기 어려워 벼랑 끝에 몰렸다.

2️⃣ 영화관 대신 OTT: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면서 OTT(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했다. 이는 OTT 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높은 퀄리티의 자체 제작 영상을 서비스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영화관에서 작품을 1회 감상하는 비용과 OTT 한 달 구독료가 맞먹는 것도 인기 요인이었다. 영화관 대신 OTT에서 개봉하는 작품도 늘어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더욱 줄었다.

  • 공간은 있으나 활용을 못 해: 영화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더 뜸해졌다. 시사회나 기자간담회를 강행할 수 없어 우선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영화관이 행사장으로 활용되지 못하자 영화 팬들의 관심까지 떨어졌다.

사라지는 영화관들

경영 악화로 지난해 문을 닫은 영화관은 총 81곳에 이른다. 올해는 서울극장이 재정난 때문에 다음 달을 끝으로 폐업을 결정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42년간 명맥을 이어온 터라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낳았다.

우린 정부 지원이 시급해

영화관 업계는 힘을 모아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타격을 입은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까다로운 영화발전기금 사용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 저금리 대출 등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금지된 상영관 내 취식을 단계별로라도 허용하게 해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임팩트

사회적 거리두기로 더 힘들어

영화관은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5일까지 수도권 거리두기는 4단계로 시행된다. 영화관은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어 심야영화 상영은 아예 불가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 방역 정책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침 변화가 잦아 상영을 늘리는 등 섣불리 운영 확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영화관은 추억 속으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거라는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안전하게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집 안을 영화관처럼 꾸미는 홈시어터 제품 수요가 커졌다. 자동차 극장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영화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영화관이 늘고 있다.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시도를 하는 영화관이 늘었다. 스크린과 사운드가 갖춰진 상영관의 장점을 살려 영화 외 강연, 스포츠 생중계 등 여러 콘텐츠를 선보인다. 영화 상영 외 목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되는 OTT 시대

안방을 점령한 OTT의 인기는 꺾이지 않을 추세다. 영화관과 동시 개봉하거나 OTT에서 먼저 대중을 만나는 작품이 늘어날 것이다. 아예 OTT용으로 제작돼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형식의 영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OTT 경쟁은 최근 더 치열해졌다. 인기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OTT 업체에서 영화 제작사에 다양한 계약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그동안 영화관 매출에 의존했던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스탯
코로나19로 급격히 줄어든 영화발전기금

영화발전기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관객들이 내는 입장권 부과금이다. 매년 영화 티켓값의 3%를 거둬 부과금을 조성한다. 코로나19 이후 징수액이 눈에 띄게 줄어 영화 산업이 더욱 위태롭다는 얘기가 나왔다.

걱정거리
이해관계

영화 산업 종사자: 촬영하기로 했던 영화가 코로나19로 계속 미뤄지다가 결국 취소됐다. 안 그래도 박봉인 영화판. 예전엔 돈이 없어도 열정과 희망으로 버텼는데 이젠 전망이 어두우니 다른 분야를 기웃거린 지 오래다.

영화관 대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올해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지난해 발전 기금을 완납해야지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낼 돈이 없어서 걱정이다. 격상된 4단계 거리두기에 따라 저녁 6시 이후엔 2명 초과 금지 규정이 적용돼 막막하기도 하다. 영화관은 그때가 핵심 영업시간인데... 올 여름 휴가철도 글렀구나.

영화진흥위원회: 사정이 어려우니 발전기금 납부를 면제해달라는 아우성이 자자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영화 산업을 지원하는 유일한 재원이나 마찬가지라 그 돈이 없으면 여러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여유 자금이 고갈 직전. 그나저나 발전기금은 올해 연말까지만 거둬들이기로 했는데 내년부턴 어디서 돈을 마련해야 하지.

관객: 요즘 영화관에 가는 건 너무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올해 주요 영화관들이 차례로 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하지 않았나. 주말에 1만4000원씩 내고 영화 한 편 보는 건 좀 아깝다. 코로나19로 자연스레 갈 생각을 안 하게 되기도 했다. 가끔 엄청난 대작만 보러 가야지.

진실의 방
코로나19로 급격히 줄어든 영화발전기금

1000만 영화가 다섯 차례나 나왔던 2019년. 두 편은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이었고 세 편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급이었다. 대형 배급사를 등에 업은 영화들이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해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크린을 몰아주다시피 한 작품으로 관객들이 쏠리는 것도 1000만 영화를 탄생시킨 요인이었다.

OTT에선 1000만 뷰를 달성하는 국내 영화가 나오긴 훨씬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OTT인 넷플릭스는 사용자 취향에 맞춘 추천 알고리즘으로 돌아가기에 하나의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이 노출되긴 힘들다. 오히려 너무 많은 콘텐츠가 선택지로 제시돼 무엇을 볼지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선택하는 1000만 영화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추억의 '한국 영화관 1번지' 종로 시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종로 극장가는 영화관 1번지로 통하는 문화 중심지였다. 그때만 해도 한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는 단관 극장이 중심이었다. 대표적으로 종로 3가에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가 있었다.

2000년대에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같은 멀티플렉스가 떠오르며 단관 극장은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멀티플렉스는 여러 상영관에서 다양한 영화를 골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화관뿐만 아니라 쇼핑센터와 식당까지 모두 갖췄기에 약속을 잡기에도 편하다.

이에 매력을 느낀 관객들은 더 이상 단관 극장을 찾지 않았다. 위기를 맞은 단성사는 2005년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했으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8년 폐업했다. 피카디리는 CGV에 흡수돼 현재 ‘CGV 피카디리 1958’이 됐다. 서울극장의 폐업 결정을 끝으로 세 영화관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코로나19엔 할리우드도 장사 없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시장이 우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로 가장 유명한 할리우드도 지난해 코로나19로 극심한 손해를 입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 개봉이 미뤄졌다. 배우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홍보비 등 추가적인 예산이 들어가며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