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앱테크가 낳은 폰지 사기?

서비스 돌연 축소, 무엇이 문제였나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높은 할인율을 내세웠던 머지포인트가 돌연 판매를 중단했다.
  • 법적 지위를 갖추지 못했던 영업이 단초가 됐다. 포인트 사용처를 줄이며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
  • 제도의 사각지대가 사단을 낳았다. 앱테크의 명과 암을 알아본다.

🔥 왜 중요한가?

사각지대가 낳은 사태

  •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재테크 모델로 꼽혔던 머지포인트가 먹튀 사태로 몸살을 앓는다.
  •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상황. 100만명이 가입한 서비스라 피해 규모도 크다.
  • 법의 사각지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았다.

소비자들 어쩌나

  • 환불이 원활하지 않다. 법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여의치 않다.
  • 대세가 된 앱테크, 폰지 사기 의혹까지 불거졌다.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큰 그림
청사진

앱테크 대세의 몰락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앱테크와 관련된 사태다. 2018년 론칭한 머지포인트는 포인트를 선결제하고 이를 사용처에서 쓸 때 20%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1만원 짜리 물건을 8000원에 살 수 있던 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익을 얻는 모양새라 '앱테크'(앱+재테크)로 불렸다. '쓸수록 중독되는 할인의 맛'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쓸 때마다 할인받으니 사랑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서비스 돌연 축소

잘 나가던 머지포인트는 갑자기 서비스를 축소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의 제휴를 멈추고 '음식점업'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쓸 수 있게 했다. 포인트 신규 판매를 중단하며 사실상의 셧다운에 들어갔다.

적합한 업종으로 영업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전자상품권 격인 머지포인트를 팔려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의 투자 유치 과정서 미등록 사실이 금융당국 레이더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위법사실을 경찰에 알렸고 현재 수사가 시작된 상태다. 본사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등록이 쟁점: 머지포인트처럼 2개 이상의 복수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충전 서비스는 전자금융업의 여러 업태 중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머지포인트는 등록 대상임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특정 카페의 선불카드같이 한 곳에서만 쓰는 결제 수단은 등록 절차가 필요 없다.

"내 돈 돌려줘" 환불 요구 행렬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이어졌다. 원하는 곳에서 쓸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진행은 원활하지 않다. 결제액의 90%를 환불해주기로 했지만 실제 돈을 돌려받은 이들의 숫자와 액수는 확인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지만 온전한 환불은 불투명하다. 새로운 사람의 돈으로 기존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 의혹까지 나왔다.

  • 폰지 사기: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 등을 주는 다단계 금융사기. 알려진 운영사의 자본금으로는 이미 발행된 1000억원이 넘는 포인트 결제를 책임질 수 없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임팩트

소상공인의 눈물

애가 타는 이들이 또 있다. 소상공인들이다. 기존의 제휴처들 가운데 모르고 포인트 결제를 받는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머지포인트 업무는 마비 상태. 정산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손님이 결제하겠다는데 안 받기도 어렵다. 진퇴양난이다. 일단 머지포인트는 정산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지만 돈을 받아봐야 안다. 돈줄이 막혀 정산이 제대로 안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진다.

핀테크에 쏠린 의심의 눈

핀테크, 즉 자산기술 업체에 애먼 불똥이 튈 수 있다. 일부 업체는 머지포인트와 흡사한 할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자 등록이 돼 있는 합법적 업체라도 이번 상황을 본 소비자들이 환불에 나설 수 있다.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기업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토스나 페이코 같은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까지 불똥이 튀었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와 제휴 관계인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

미래 산업에 걸림돌: 핀테크산업협회는 '회색지대'의 영역이라고 일갈했다. 법으로 등록이 된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디지털 금융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사태는 핀테크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나라는 뭐 했나" 책임론, 제도 개선?

상황은 금융감독원의 지적에서 시작됐다. 전자금융업으로 등록을 안 한 게 위법이라며 시정을 권고하니 사용처를 1개 업종(음식점업)으로 줄여 법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겠다는 거다. 금융당국은 이제까지 테두리 밖에 있던 업체를 제대로 스크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태는 역설적으로 제도 개선의 씨앗을 심었다.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점검도 이뤄진다.

법 개정 요구 활활: 법 개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가 미진하다. 그러나 원성이 큰 만큼 개정 논의가 한 발 더 진전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실태 파악을 약속했다.

  • 전금법 개정안: 예탁금 보호 조항을 새로 만들어 사업자가 회사 운영자금과 이용자 예탁금(충전금)을 분리해서 관리·보호하도록 규정한다. 업체는 충전금 전액을, 대금결제업자는 결제액의 50%를 은행 등 외부 관리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탯

선불전자지급 업체가 보유한 충전금 잔액은 증가 추세다. 서비스 제공자들이 늘어서다.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은 충전금을 은행 등의 외부 기관에 맡기고 파산에 대비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어 어겨도 처벌받지 않아 또 다른 피해 우려가 남아있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머지포인트: 환불 요구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돈줄이 말랐다. 법적 이슈를 해결하고 다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난감하다. 포인트를 판 이커머스 업체(11번가)가 환불을 시작하자 본사 차원의 환불을 멈췄다. 밖으로는 중복 환불 우려를 내세웠지만 숨을 돌리는 차원으로 읽힌다.

소비자: 20% 할인 혜택이 달콤했던지라 더 당혹스럽다. 수많은 이가 환불을 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일부는 본사로 쳐들어갔지만 용역업체에 막혔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점에서 써보려고 하지만, 일부는 벌써부터 포인트를 안 받으니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실태 파악은 하겠지만, 미등록업체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미등록이라는 건 금융업체가 아니라는 뜻. 실질적인 소비자 구제 권한이 없다. 현재로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법 개정에 기대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지금 결제하면 사기?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되는 건 포인트 결제를 정산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서다. 사태가 알려지며 포인트 결제의 위험성도 인식된 상황. 그럼 지금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은 사기를 치게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죄가 성립되려면 '기망'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된다. 기망은 남을 속여넘기는 걸 말하는데, 기망을 통해 타인을 착오에 빠뜨리고, 재산상 처분행위가 있어야 한다.

결제가 완전히 막힌 것도 아닌 상황에서 단순 사용만으로는 죄를 묻기 어렵다는 게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결제 가능한 가맹점을 널리 알리거나, 한꺼번에 포인트를 써 선결제를 걸어놓는 건 위험을 알고도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띠앗과 도깨비쿠폰

몇 년 전 서비스를 접은 '띠앗' 사태와 유사하다. 2000년 시작했던 띠앗은 지금의 머지포인트와 비슷했다. 카드사나 기업의 마일리지 또는 현금으로 띠앗포인트를 사면 이를 제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띠앗은 2014년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경영 사정이 표면적인 이유로 전해졌다. 잘나가던 서비스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앞서 '도깨비쿠폰' 사태도 있다. 2011년 나온 도깨비쿠폰은 15%가 넘는 할인율로 소비자를 현혹했지만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용자들로부터 35억원을 받아 챙긴 뒤 잠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을 도운 경찰이 구속되는 촌극까지 있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독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핀테크 회사 와이어카드가 파산했다. 앱이나 인터넷을 통해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2000년대 중반을 거쳐 매출이 폭증했지만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19억유로(한화 약 2조5300억원)대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가 적발됐다. 매출 대부분이 계열사끼리 만들어낸 가공 거래로 인한 게 밝혀져 파산신청을 했고 선불카드 사용이 동결되며 소비자들의 피해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