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인상, 물가 상승 신호탄?

가격에 담긴 속내... 장바구니 물가 오를까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오뚜기가 13년 만에 라면 가격을 약 12% 인상하기로 했다.
  •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상을 강행했고, 다른 기업들도 따라 라면값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 생활필수품 성격의 라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된다.

🔥 왜 중요한가?

서민 물가 대표하는 상품

  • 대표적인 서민 음식 라면은 물가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지표다.
  • 라면 가격이 오른다는 건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원재료 담은 음식

  • 라면에는 밀가루를 비롯해 면을 튀기기 위한 기름, 건채소 등 다양한 원재료가 들어간다.
  • 재료 원가가 올라 인상을 결정했다는 게 업체의 설명. 비슷한 재료를 쓰는 다른 식품들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큰 그림
청사진
최근 밀가루, 팜유와 같은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 — 오뚜기

총대 멘 오뚜기

오뚜기는 오는 8월1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리기로 했다. 오뚜기가 라면값을 올린 건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밀가루와 팜유 등 원재료 값이 올라 불가피했다는 게 오뚜기의 설명이다.

뭐가 얼마나 오르나: 대표 상품인 진라면은 684원에서 770원(12.6%↑)으로, 스낵면은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올린다. 컵라면 육개장 가격은 838원에서 8.7% 올려 911원에 팔기로 했다.

올해 초에는: 오뚜기는 올해 초 9.5% 인상을 예고했다가 철회했었다. 여론의 반발이 컸다. 섣불리 올렸다가 되레 판매가 줄어들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 이번 결정은 반발에 부딪히더라도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계산이 반영됐다.

금가루 된 밀가루

라면의 주원료는 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맥분(밀가루)과 이를 튀기는 팜유다. 라면시장 동향을 분석한 대신증권 보고서를 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소맥과 팜유 평균가격은 각각 전년 같은 달보다 27%, 71% 상승했다.

건더기를 잊지 마: 라면에 꼭 들어가는 건더기 스프 영향도 있다. 파, 당근, 버섯 등이 말린 형태로 들어가는 터라 채소 작황에 따라 원가가 널뛴다. 이번 여름은 세계적으로 역대급 폭염이라 채소값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 소맥분과 팜유: 밀을 한문으로 소맥(小麥)이라고 한다. 소맥분은 뜻풀이 그대로 밀을 빻아 만든 가루다. 팜유(Palm Oil)는 야자나무 열매를 찐 다음 압축해 뽑아낸다. 특히 튀김에 적합해 라면을 튀기는 데 쓰인다. 옥수수유나 콩기름 등은 가열하면 불포화지방산이 산화돼 냄새가 나거나 빛깔이 변하는 '산패'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라면은 생필품... 반발↑

라면은 서민의 한 끼 식사로 사용되는 생활필수품이다. 서민의 대표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번 가격 인상을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비자단체가 오뚜기의 인상안을 저격했다. 원재료 가격을 내세운 가격 인상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재료가격이 쌀 때는 라면값을 내리지 않다가 평년보다 상승하는 때를 틈타 가격을 올려버렸다는 것.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소맥분의 kg당 가격은 326.3원이다. 2012년에 비해 18% 하락했다. 팜유 역시 2020년 평균가격은 813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는 26.8% 상승했지만 2012년보다는 30.1% 낮아졌다.

임팩트

물가 상승 신호탄

서민 물가를 대표하는 상품이 바로 라면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세계 1위. 안 먹는 사람이 드문 국민음식이다.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도 가중치를 줄 정도다. 이미 계란, 우유, 파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른 상황. 대표적 가공식품인 라면값이 오르며 가격 인상 릴레이가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될 수 있다.

라면만 오를까?: 밀가루와 팜유 원가가 올랐으니 이를 쓰는 다른 음식 가격 또한 오를 수 있다. 밀가루에 양념을 입혀 튀기는 과자, 조류독감 영향으로 오른 닭값에 더해 튀김가루와 기름이 들어가는 치킨 등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가격이 상승 곡선을 띨 수 있다.

  • 물가지수 가중치: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가중치'를 넣는다. 가중치가 높을수록 오르는 정도가 물가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라면의 가중치는 식료품·음료 분야 133개 가운데 11번째로 높다. 그만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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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도 눈치게임

오뚜기가 먼저 인상을 결정하니 농심과 삼양 등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농심이 마지막으로 라면값을 올린건 2016년 12월이다. 삼양식품은 2017년 5월 가격을 올렸다. 농심과 삼양 두 회사 모두 당장은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원가 부담은 오뚜기와 마찬가지다. 오뚜기가 총대를 멘 만큼 이들 회사도 가격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주가는 올랐지만...

소비자의 눈총을 받아도 확실히 기업 입장에서 효과는 있다. 오뚜기의 주가가 올랐다. 덩달아 농심과 삼양의 주가도 상승세다. 주가가 오른다는 건 수익성이 담보된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을지언정 지속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라면 이외에도 빵이나 간편식(HMR) 등으로 소비자의 눈이 쏠릴 수 있다.

계속 눈길 잡으려면: 매출을 늘리려다 판매량 자체가 줄면 가격 인상의 효과가 없다. 이에 신제품을 통해 맛과 품질로 소비자를 잡아두려는 전략도 생각해봄 직하다. 가격을 올린 뒤에도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늘어난 매출액 일부를 새로운 라면 연구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스탯
전 세계 라면 얼마나 먹나

지난해 기준 라면 총소비량 1위는 463억개가량의 중국이다. 인구만큼이나 많은 라면이 소비된다. 우리나라는 총소비량은 8번째지만 1인당 소비량은 첫 번째다. 한 사람이 1년에 79.7개를 먹는다. 적어도 닷새에 한 번은 라면을 끓이는 셈이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라면업계: 더 이상 버티긴 힘들었다. 소비자들의 마음은 알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더 좋은 상품으로 보답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주가가 오르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다. 매출이 오르면 새로운 라면 개발과 원재료 확보에 더욱 힘을 쓸 계획이다.

소비자: 밤참으로 먹는 라면만큼 맛있는 게 없다. 일주일에 한 번 넘게 먹는 라면값이 오른다니 슬프다. 월급은 안 오르는 데 라면값만 오른다. 올해 폭염이라 다른 먹거리 물가도 오른다던데... 속상한 날들이다.

유통가: 라면은 언제나 효자상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와 겹쳐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라면 매출액은 더 늘어났다. 허나 가격이 올라도 대체재가 많아 사재기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진행하는 판촉행사를 마무리 짓고, 인상된 가격의 라면을 들여놓는 건 8월 중순이 될 것 같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맛있는 라면 뒤에는 환경파괴가

야자 열매에서 뽑아내는 팜유. 나무에서 열매를 따내야 기름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때가 되면 열리는 열매를 쓰니 괜찮은 걸까? 대답은 'NO'. 팜유를 만들기 위해 파괴되는 환경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팜유는 주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다. 팜유가 많이 소비되자 이 지역 농부들은 기존의 숲을 없애고 야자나무를 심었다. 수천년을 이어온 열대우림은 파괴되고 온실가스가 나왔다. 오랑우탄이나 원숭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물도 오염됐다. 팜유 농장은 지하수와 강물을 끌어와 야자나무를 기른다. 나무가 잘 자라도록 제초제와 살충제를 뿌린다. 이는 다시 강으로 흘러 들어가 물을 흐리게 만든다. 강물은 마실 수 없는 물이 됐고, 지하수도 메말라 간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한국인 '영혼의 음식' 라면 이모저모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울푸드' 라면. 한국의 라면 역사는 약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출시된 삼양라면이 국산 라면의 시초. 인스턴트 라면 자체는 일본 오사카에서 발명됐지만, 라면에 대한 애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뜨겁다.

처음부터 사랑받은 건 아니었다. 일본 레시피를 참고했던 삼양라면은 닭국물 맛이 강하고 매운맛이 약했다. 이에 당시 후발주자였던 농심은 매운맛으로 승부를 봤다. 1986년 신라면이 출시되자 시장 판도는 농심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 우지(牛脂) 파동은 농심이 업계 우위를 차지하는 데 쐐기를 박았다. 삼양라면은 미국산 공업용 우지를 썼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우지는 소 내장 기름을 말한다. 미국은 내장을 먹지 않으니 공업용으로 분류돼 있었던 것. 공장용 기름을 라면을 튀기는 데 쓴 모양새가 됐다. 인체에 유해한 건 아니라서 법적 공방에서 삼양은 무죄를 받았지만 시장 점유율은 이미 뒤처진 후였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한국의 매운맛, 미국에도 통한다?

한 사람이 1년에 라면 80개를 먹는 우리나라. 비단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서일까? 세계인의 한국 라면 사랑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라면 수출액은 3억1968만달러(한화 약 369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은 우리처럼 라면을 많이 먹진 않지만, 일단 먹으면 한국 라면을 제일 많이 찾는다. 미국의 면류 수입 동향을 보면 한국산 수입액이 가장 크다. 2019년 7939만달러(약 916억원) 어치를 수입했다. 이는 전체의 30.7% 수준이다. 2위인 중국(14.7%)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 제품에서도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 1위와 3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