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다시 강타한 '대지진'

규모 7.2 지진 대재난, 구호 손길에도 갈 길 막막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규모 7.2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 사망자가 2000명이 넘을 정도로 피해가 큰 와중에 복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최빈국인 아이티에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다.
  •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우리나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왜 중요한가?

다시 덮친 재앙

  • 아이티는 수십만명이 사망한 2010년 대지진 이후 11년 만에 다시 큰 재난과 맞닥뜨렸다.
  • 피해가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서 치명타를 입었다. 혼란스러운 정치 환경 속 국가 존립까지 위기를 맞았다.

안전지대 아닌 우리나라

  • 우리나라도 갈수록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공포에서 예외일 수 없다.
  • 높은 인구밀도로 한번 지진이 일어나면 타격이 크다. 기존과 다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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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강진, 2000명 넘은 사망자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아이티에서 지난 14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320㎞ 떨어진 자메이카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큰 규모였다. 22일 기준으로 사망자는 최소 2207명이다.

아이티는 11년 전에도 참사가 일어났었다. 규모 7.0의 지진이 덮쳤다. 사망자는 최대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아직도 피해가 모두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티는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지진은 당초 남쪽 캐리비안 판과 북쪽 북아메리카 판 사이에 자리한 '엔리키요 플랜틴 가든 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지진의 원인도 엔리키요 단층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번에는 주변의 여러 단층이 복합적으로 부딪히며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 지각 충돌: 지구는 액체 상태의 맨틀 위에 땅덩어리인 지각이 서로 맞붙은 구조다. 지진은 외부의 힘으로 이 지각이 끊어진 '단층'(斷層) 때문에 일어난다. 지각은 평소 경계부위끼리 힘을 받다가 갑자기 약한 곳이 끊어지며 단층이 생긴다. 이때 에너지가 발생되며 생기는 진동으로 일어나는 게  지진이다.

혼란한 정국에 엎친 데 덮친 격

아이티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아이티 국민 1인당 GDP는 1000달러가 되지 않는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도 안 된다. 인구 1100만여명의 60% 이상이 하루에 2달러를 벌지 못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국정 안정은 언감생심이었다. 지난달 대통령이 숨을 거뒀다. 이어 대지진이 덮쳤다. 국가수반이 없는 상황에서 재난을 맞으니 혼란은 더 크다.

대통령 암살: 지난달 7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괴한들에 의해 피살됐다. 암살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국에 불안이 찾아왔다. 콘트롤 타워가 없는데 찾아온 지진은 그래서 더 혼란이 크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한 달간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제대로 어루만지지 못한 구호 손길

미국을 비롯해 도미니카공화국과 아르헨티나, 칠레 정부 등 인근 국가에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UN도 재난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100만달러를 지원했다.

도움은 이뤄져도 현지 상황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피해가 워낙 큰 데다 시스템도 미흡하다. 도로가 끊어지고 불안정한 치안으로 갱단까지 판친다. 병원이나 주택 같은 기반 시설이 무너진 탓에 부상 치료는 물론이거니와 이재민 수용 자체가 난항이다.

무심한 하늘: 땅이 흔들린 데 이어 하늘까지 말썽이었다. 17일 열대성 태풍 그레이스가 비를 쏟아냈다. 일부 지역에 홍수가 일어나고 구조 작업이 늦어졌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천막이 무너지거나 지진 잔해가 쓸려 내려가 수습에 어려움이 크다.

임팩트

정치에 이용되는 재난, 국가 존폐 기로

자칫하면 국가 존폐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2010년 대지진의 상처도 아물지 않은 상태다. 회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이티 국민들의 수입은 해외 근로자들이 보내주는 돈을 빼고는 커피 원두 수확이나 벌목으로 얻는 돈이 대부분이다. 나무가 쓰러져 나가니 베어낼 목재나 커피도 온데간데없다. 당장 먹을 물도 부족하고 질병까지 돈다. 국가 유지에 필요한 경제 활동이 마비된다. 당분간은 원조로 버틸 수 있지만 이후 상황은 막막하다. 굶주림에 지친 이들이 나라를 탈출하기 시작하면 난민 문제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

11년 전보다 더 좋지 않은 신호는 정치 공백이다. 대통령의 공백이 혼란을 부채질한다. 차기 대선은 본래 9월에 열리기로 했지만 11월로 밀렸다. 지진으로 인해 이 또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선후보의 호의? 생색?: 재난이 홍보 수단이 됐다. 임시 캠프에 배달된 음식 그릇에 특정 정치인의 호의라는 메시지가 적혔다. 재난이 선거운동의 장으로 변질된다. 지친 국민들은 정책이나 역량보다는 잠깐의 호의에 현혹된다. 재난이 오판을 낳고 혼란이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구호가 낳은 혼란

세계 각국에서 모이는 구호의 손길이 되레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풍족함이 약탈이나 강도 행위를 부추긴다. 구호 물자는 식수와 먹을거리, 텐트 등 이재민에게 꼭 필요한 물품들이다. 반드시 필요한 곳에 들어가야 한다. 워낙 물자가 부족한 국가라 서로 빼앗으려 들며 혼란이 생긴다. 치안 공백 탓에 강도나 살인도 늘어날 수 있다.

질병까지 겹쳐: 그나마 남아있는 병원에는 부상자들이 넘친다. 부상자들이 몰려든 만큼 기존의 의료체계는 마비된다. 폭우가 겹쳐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환이 창궐할 수 있다. 2010년 대지진 이후 콜레라로 수천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다. 지난달에 겨우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차질을 빚는다.

내진 성능 강화 박차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반도 내륙에서도 지진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있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지만 이 통설도 깨지고 있다.

아이티 지진이 역설적으로 우리 위기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정부는 2025년까지 70% 정도에 불과했던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번 아이티 지진으로 경각심이 커진 만큼 빌라나 아파트 등 민간건축물의 내진 성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서울 건물 85%가 흔들린다: 서울 안에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한 민간건축물은 52만동. 전체 건물 62만동의 85%다. 공공시설물은 내진 성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집주인의 협조와 비용 부담이 필요한 민간건축물은 예외다. 서울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탓에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스탯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아이티: 거의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태풍까지 와 설상가상이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사상 최악의 참사가 될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정국에 국민들의 시름이 크다.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는 자력으로 일어서기 쉽지 않다.

한국: 교민 100여명이 살고 있지만 아직 알려진 피해는 없다. 정부와 종교단체, 민간 복지단체가 성금과 지원금을 보냈다. 얼마 전 도쿄올림픽 중계에서 한 방송사가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며 아이티를 소개해 결례를 범한 사례가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피해지원으로 보답해야 한다.

미국·중국: 아이티가 붕괴되면 외교 지형에도 변화가 생긴다. 미국은 병력을 즉각 지원했고 책임자도 고위 관료로 임명했다. 중남미 국가 껴안기 성격이다. 반대로 아이티와 관계가 각별했던 대만과의 사이에 중국이 끼어들 가능성도 있다. 혼란을 틈타 코로나19 백신 등을 지원하면서 대만과 멀어지게 한다는 것.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섬나라만의 일? 우린 괜찮을까

'불의 고리'라는 개념이 있다. 섬나라의 지진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도 이들의 위치와 불의 고리가 겹쳐서다. 이에 보통 지진은 단층끼리 만나는 위치에 있거나 불의 고리와 가까운 섬나라에서 빈번하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불의 고리에 속하지 않은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다.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으로 한반도 지각은 좌우로 3㎝가량 늘어났다. 식빵을 좌우로 늘린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땅의 조직이 찢어지고 그 결과로 지진이 일어나는 식이다.

실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에선 2014년 충남 태안 서해 먼바다와 2016년 울산 앞바다, 경주에서는 규모 5점대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7년에는 포항에 5.4의 지진이 일어나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됐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11년 전 악몽은 현재진행형

이번 아이티 지진이 뼈아픈 이유는 11년 전 악몽이 고스란히 떠올라서다. 2010년 1월12일 오전에 진도 7.0의 지진이 일어났다. 흔들린 건 30초가량, 진원이 더 멀고 규모도 올해보다 작았지만 피해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집을 잃은 건 약 150만명. 이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 난민촌에 산다.

당시 이재민들을 위해 모여든 성금과 지원 물품을 아이티 정부가 제대로 나눠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었다. 행정력 마비와 맞물려 적재적소에 도움이 닿지 않았다. 이번에도 인정의 손길이 모여든 건 당연지사. 이제는 그때와 달라야 한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대지진 이후 일본은 어떻게?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열도를 거칠게 할퀴었다. 쓰나미까지 몰려온 탓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까지 낳았지만 사후 대응이 좀 색다르다. 지진이 잦은 국가라는 오명을 역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인근의 해안마을 아라하마 지구는 쓰나미로 200명 가까운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과 아픔이 컸지만 기억은 지우지 않고 고스란히 남겨놨다. 방재(防災) 관광을 활성화했다. 한 초등학교를 고쳐 일종의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쓰나미로 바닷물이 들어찼던 위치나 당시 대피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방재 관광은 볼거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다. 폐허가 된 마을에 생기가 돌 수 있는 건 관광객의 역할이 크다. 함께 대처 노하우를 나누겠다는 의도도 숨었다. 단순히 "이렇게 대처하라"는 매뉴얼보다 훨씬 살아있는 배움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