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단주의 테러와 이슬람 혐오에 맞서다

프랑스의 잇따른 테러 공격과 이슬라모포비아의 민낯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21세기에 참수라고?: 최근 한 달 사이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의 크고 작은 테러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생일이기도 한 29일에는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칼부림으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리옹에선 긴 칼로 무장한 테러 위험인물이 트램에 올라타려다가 체포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프랑스 영사관에서는 사우디 국적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영사 경비원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3주 전에는 파리 근교의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Samuel Paty)가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는 수업에서 무함마드를 풍자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가 참수당했고, 지난달엔 샤를리 에브도 옛 사옥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프랑스 정부는 강경 대응 시사: 사뮈엘 파티의 참수 사건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거친 언행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의 비난은 물론, 이슬람 국가 내에서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서구와 이슬람 문화권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익숙한 양상이 보인다.

🔥 왜 중요한가?

혐오와 다양성, 그 사이: 관용, 표현의 자유, 그리고 문화 충돌은 다문화와 양극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국제 사회에서 중심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에 대한 마땅한 지탄과 몇몇 극단주의자로 인해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확산하는 조짐에 대한 우려가 섞여 전 세계적으로 복합적인 토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민의 규모가 점차 늘고 있는 한국도 반(反)이슬람 정서와 이민자 홀대·차별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야 할 시기가 온 만큼, 이번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토의도 관심 있게 볼 가치가 있다.

큰 그림
프랑스서 잇따라 일어나는 극단주의 테러

최근 프랑스서 일어난 테러 사건: 프랑스는 2015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자로부터 크고 작은 수십 건의 테러의 표적이 되어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살인 사건은 공립학교와 교회 — 다수의 프랑스인에게 국가 정체성의 중심이 되는 장소에서 일어나 충격과 상심이 크다.

  • 2020년 10월: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흉기 테러가 일어나 한 명이 참수되고 2명이 숨짐
  • 2020년 10월: 프랑스 교사 사뮈엘 파티(Samuel Paty)가 파리 교외의 학교 밖에서 참수당함
  • 2020년 9월: 찰리 헵도(Charlie Hebdo)의 전직 사무실 근처에서 두 사람이 칼에 찔려 심각한 부상을 입음.
  • 2019년 10월: 급진화된 경찰 컴퓨터 운영자 미카엘 하폰, 파리 경찰 본부에서 경찰 3명과 민간 노동자 1명을 찌른 총에 맞아 사망
  • 2016년 7월: 두 명의 공격자가 프랑스 북부 루앙의 교회를 습격해 사제 자크 하멜(Jacques Hamel) 살인
  • 2016년 7월: 이슬람 국가(ISIS, Islamic State) 테러단체가 자행했다고 주장한 공격에서, 총잡이가 니스에서 바스티유 날을 축하하는 군중 속으로  대형 트럭을 몰아 86명 사망
  • 2015년 11월: 총잡이와 자살 폭탄 테러범이 파리의 바타클란 콘서트 홀, 주요 경기장, 레스토랑 및 바에 동시다발적 공격을 시행하여 13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 부상
  • 2015년 1월: 두 명의 이슬람 무장 세력이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실은 주간지 찰리 헵도(Charlie Hebdo)의 사무실에 침입해 12명 살인

마크롱의 강경 대응

프랑스 유명 주간지 찰리 헵도에서 출간해 이미 과거 테러 사건의 방아쇠가 된 만평을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는 명목 하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이유로, 무참히 살해당한 당한 프랑스의 교사 사뮈엘 파티.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국가의 세속주의 이상에 대한 이슬람 급진주의의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계몽된 이슬람"과 "공화국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이슬람"을 촉구했다. 그리고 급진적이라고 판단되는 이슬람 단체들을 더 쉽게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극단주의와 폭력을 조장하는 모스크나 조직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를 조장한다?

무슬림 국민을 소외시킨다: 사실 이슬람 주요 단체가 최근 테러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정권에서 수사하고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대부분의 이슬람 단체는 최근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전혀 없다.

그래서 마크롱이 공개석상에서 이슬람을 비판하는 어조의 발언을 한 것과 더불어 정권이 지나치게 억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오히려 프랑스 인구수의 10%를 차지하는 무슬림 국민을 배척하고 소외시키는 행위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이슬람권 국가의 반발: 특히 마크롱이 "계몽된 이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에 대하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터키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연일 비판하며, 이슬람권 국가의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호소했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요르단 등이 이에 호응해 일부 상점에서 프랑스 제품을 진열대에서 치웠고,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권 이슬람 국가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反)프랑스 분위기가 일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사진
라이시테 (Laïcité), 프랑스의 세속주의 철학

라이시테 (Laïcité)

정치와 종교의 분리: 프랑스는 헌법 1조에 정교 분리를 적시할 정도로 ‘라이시테’(Laïcité, 세속주의)의 철학을 중시한다. 종교를 풍자하거나 조롱하는 신성모독 행위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 절대왕정만큼이나 가톨릭교회를 대상으로 삼았던 프랑스 혁명 당시 발달한 개념으로, 세속주의 원칙은 프랑스의 공적 생활을 지배하는 철학이다. 정부 소유의 건물에는 십자가를 달 수 없으며, 학교에서도 물론 기독교를 설교하는 일은 없다.

과거와 다른 요즘: 인구가 대체로 동질적이며 종교를 믿는 사람이 적었을 당시에는 라이시테를 실천하기 쉬웠다. 그러나 식민주의 시대 이후 현재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600만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그리고 무슬림 여성 중 일부가 착용하는 히잡, 수영장에서 입는 부르키니(Burkini), 학교에서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할랄 음식 등 이슬람권 문화의 도래는 프랑스의 라이시테 철학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켰다.

평등주의 사상인가, 차별과 배제의 구실인가

이론적으로 라이시테는 종교적 신념을 사생활의 일부로 정의하면서 평등주의를 장려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세속주의가 무슬림을 다른 종교인에 비해 차별하는 구실이 되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라이시테 원칙에 의해 "과시적인 종교적 상징"은 학교를 비롯한 공적 공간에서 금지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래서 머리를 일부 가리는 스카프의 일종인 히잡은 금지되는데 비해 십자가 목걸이는 허용되는 경우가 있는 등, 무슬림에게 편향적으로 억압적인 규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매일 미사를 지내며, 거의 모든 프랑스 공휴일은 가톨릭 성일이다. 할랄 음식은 학교 식당에서 허용되지 않지만 유대인을 위하여 돼지 고기가 없는 식사는 거의 항상 제공된다.

이뿐 만 아니다. 라이시테는 1905년 공식적인 법으로 제정되었는데, 그래서 이전에 지어진 교회와 회당은 국가 소유가 되어 공적 자금으로 관리된다. 그러나 무슬림은 대부분 그 이후에 프랑스에 왔기 때문에 모스크는 정부 자금을 받지 못한다.

임팩트
스탯
숫자로 보는 이야기

프랑스가 당한 테러리즘: 지난 8년간 테러 조직이 계획한 공격 36개를 포함하여 260명이 사망했다.

표현의 자유: 프랑스인의 59%는 신성모독도 표현의 자유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무슬림 국민 중에서는 19%만이 동의한다.

마크롱 정권의 강경 대응: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의심되는 외국인 231명을 추방했으며, 구호단체 51개를 포함한 다수의 이슬람 단체를 수사해 다수 폐쇄할 예정이다.

이슬람권의 반발: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무려 50,000명이 반프랑스 시위에서 마크롱 대통령 형상의 인형을 불태우며 프랑스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레바논,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의 이슬람권 국가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걱정거리
이슬라모포비아의 민낯

배척되는 무슬림 국민?

프랑스는 포용적이고 관용적 문화의 원칙을 내세우지만, 동시에 공화국 내에 별도의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동화주의 이민정책을 표방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1872년부터 인구 통계에서 종교와 인종 등을 밝히는 조사를 금지했는데, 이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 소수자 우대 정책이나 다문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동화주의 국가관과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 사건이 일어난 후, 무슬림들이 나서서 "계몽된 이슬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프랑스의 내무장관 제랄드 다르마닌(Gérald Darmanin)도 마크롱의 발언에 발맞춰 이슬람주의를 "내부의 적"이라고 표현하며, 극단주의자로 간주되는 무슬림 단체와 모스크를 패쇄하자고 제안하고, 심지어 할랄 음식 진열대를 없애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리고 이미 극단주의자로 간주된 외국인 231명을 추방했으며, 외국인 이슬람 사제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발의됐다.

마크롱의 성명과 내무장관의 발언은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도 반발을 샀지만, 무엇보다도 프랑스에 사는 600만명 무슬림 시민에게 당혹감을 안겼다. 대부분 폭력을 거부하고 비난하지만, 테러리스트로 분류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강경한 대응이 프랑스를 분열시키고 이슬람을 배척시켜, 무슬림 청년을 더욱 극단주의로 내몰 것이라는 전문가의 우려도 있다.

엉뚱한 대상에게 지나치게 강경한 대응?

다르미안 내무장관은 250여 개의 강제 수사가 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개인을 상대로 이루어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공화국의 적에게는 자비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발언했다. 문제는 이것이 누구를 향한 메시지였는지다. 일례로, 다르미안은 수사의 대상이 되어 패쇄될 위기에 처한 51개의 이슬람 구호 단체 중 하나인 '이슬라모포비아 반대 연대(Collective Against Islamophobia)'를 "공화국의 적"으로 규정했지만, 수사 결과 이슬람 극단주의와 전혀 연루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사뮈엘 파티를 살해한 테러범은 18살 체첸 난민으로, 특정 이슬람 집단과 연관성이 밝혀진 바가 전혀 없다.

이해관계자 분석
진실의 방: 팩트 체크
말말말
이슬람권 지도자의 비판
"마크롱은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 사람 마크롱이 무슬림과 이슬람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터키 대통령
“지금은 마크롱 대통령이 필연적으로 급진화로 이어질 양극화를 부추기는 대신 극단주의자들에게 치유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 기회다.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이슬람을 공격함으로써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과 전 세계의 수백만 무슬림들을 공격하고 상처를 입혔다.”
임란 칸(Imran Khan) 파키스탄 수상
"테러리즘을 이슬람과 결부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자 이슬람의 가르침을 모욕하며 전 세계 무슬림의 감정을 해치는 것이다."
쿠웨이트 외교부 성명
일기예보
유럽의 이슬람 극단주의 위협

이슬람 극단주의의 위협은 실제로 얼마나 클까?

유럽 내 테러로 인한 사망은 최근 2012년과 비교해 70% 감소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자) 음모는 21건 발생했다. 4건은 실패했고, 14건은 저지됐으며 3건만 시행됐을 뿐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음모는 전년의 24건, 2017년 33건에 비해 감소했다.

이같은 테러 건수는 2015∼2016년의 유럽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권총과 트럭을 이용한 잇따른 테러 공격으로 수백 명의 희생자를 냈던 것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규모다. 당시에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통치하면서 서방을 공격목표로 삼고, 유럽에서 건너온 청년들을 훈련시킬 캠프가 있었던 만큼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다.

IS의 위협은 크게 사그라들었지만, 유럽 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다. 특히 프랑스에선 지난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인한 체포가 유럽의 절반 수준인 200건 이뤄졌다. 중학교 교사의 참수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슬람 극단주의와 서방 세계의 충돌 양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프랑스와 이슬람권 국가의 관계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슬람에 대한 강경 대응 발언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던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도 유럽의 지도자들과 더불어 잇따른 테러 소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자행된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우리는 테러와 폭력에 맞서 프랑스, 특히 니스 주민들과 연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슬람 문화권의 맹주로 꼽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애도와 함께 프랑스와의 연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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