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와 배달의 민족의 합병 저지당하다

먹거리 플랫폼 사업의 독과점 위험
에디터의 노트

👀 한눈에 보기

국내 음식 배달 앱 업체 1위 배달의 민족과 2위 Delivery Hero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1월 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업체의 인수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 방침을 알렸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회사인 Delivery Hero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두 회사 간의 인수합병을 금하는 조치다. Delivery Hero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59.7%)과 2위인 요기요(30.0%)가 합병한다면 (코로나 발생전 지난 12월 양사의 점유율은 98.7%에 달했다) 독과점이 발생해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을 무시하고 Delivery Hero가 강제로 합병한다면,어마어마한 양의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점유율 90%를 자랑하는 대형 공룡 배달 앱은 탄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 왜 중요한가?

플랫폼 비지니스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국내외에서 플랫폼 비지니스(Platform Business)의 시장 독점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정부가 페이스북과 구글을 상대로 독점 관련 새로운 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플랫폼 비지니스: 사업자(공급자)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기에 소비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형태를 말한다. 각종 플랫폼 비지니스는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기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그리고 우버 등이 대표적 플랫폼 비지니스다.

우아한 형제들과 Delivery Hero의 합병 무산은 대한민국 플랫폼 비지니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높은 시장 점유율의 인터넷 플랫폼 회사는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독점법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인터넷 플랫폼 회사의 과도한 시장 점유율을 노린 인수합병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는 2001년 이베이(eBay)의 G마켓 인수(시장점유율 87%)를 허락했던 때와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공정 거래 위원회는 이베이가 거래 수수료를 3년간 동결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했다.  따라서, 플랫폼 서비스 간 합병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성장해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는 플랫폼 기업에도 반독점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큰 그림

합병은 아냐!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합병으로 시장가격은 상승하고 서비스의 질은 하락할 것이다.

  • 입점 수수료 상승: 새로운 공룡 앱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게 되면, 입점 수수료를 높일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식당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새로운 앱에 입점을 해야 한다. 따라서, Delivery Hero는 입점 수수료를 높일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이는 입점 기업의 수익 하락 또는 음식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재로서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 배달 업체 수수료 하락: 새로운 공룡 앱의 독점 공급은 배달 수수료를 낮춘다. 공급 독점으로, 배달 업체 간의 경쟁은 지속되지만 공급 업체 간의 경쟁은 사라져 배달 업체는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현재, 열악한 라이더의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든다.
  • 배달 업체의 투자와 서비스 하락: 현재 대한민국의 배달 업체는 출혈경쟁 중이다. 다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막대한 양의 자금을 사용하고 있는데 독점 기업의 등장은 투자를 중단하게 한다. 또한, 더 좋은 서비스보다는 높인 마진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다.

합병은 오라이!!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합병은 더 좋은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다.

  • 거래 비용의 하락: 거대 공룡 앱은 소비자가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앱에서 식당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생산자 또한 두 가지 앱에 등록할 필요 없이 한가지 앱에서 비지니스가 가능하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래 비용을 줄여준다.
  • 미래 투자 저해: 쿠팡과 Delivery hero가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하는 이유는 미래에 독점기업으로의 지위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독점 기업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투자가 저해될 수 있다.
  • 배달 업계는 경쟁 중: 배달 플랫폼 서비스는 점유율이 높아도 항상 경쟁에 노출된다. 실제로, 낮은 점유율로 시작한 쿠팡이츠는 물류 서비스의 노하우를 결합한 새로운 배송 방법과 음식 포장부터 도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관리 시스템을 통해 단기간에 강남 기준 점유율 40%를 달성했다. 따라서, Delivery Hero와 배달의 민족 합병은 경쟁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플랫폼 비지니스의 성장 동력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우버 같은 플랫폼 비지니스는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플랫폼 비지니스의 성장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기반시설의 도움이 크다.

  • 편리성: 소비자가 스마폰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바로 결제 가능
  • 접근성: 우버 기사나 배달의 민족 배달원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GPS로 인해, 익숙치 않은 도시에서 영업 또는 배달 가능
  • 효율성: 플랫폼 회사는  알고리즘과 스마트폰 사용을 통한 정보축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가능
  • 확장성: 대형 IT회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별도의 큰 비용 없이 기업 확장 가능

플랫폼 비지니스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기 쉽다.

  • 규모의 경제: 플랫폼 비지니스는 초기 서비스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서비스가 구축되고 나서 서비스 확장 시 별도의 비용이 필요치 않다. 구글 알고리즘 개발 비용은 매우 비싸지만, 새로운 소비자가 참여해도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 네트워크 효과: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우버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더 많은 소비자에 접근하기 위해 우버를 이용하는 운전기사가 많아진다. 또한, 운전기사가 늘어나면 소비자는 배차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우버를 이용할 유인책이 늘어난다. 이러한 선 순환은 반복된다. 배달 앱 또한 마찬가지다. 입점 식당이 늘어나면, 소비자는 큰 이득을 보고, 새로운 소비자의 유입은 입점 식당에 이득을 주는 선 순환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술적 우위를 가진 플랫폼 비지니스 기업은 초반 시장 점유율을 이용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기 쉽다.

그렇다면 독점 기업은 무조건 규제해야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기업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의 서비스 혹은 상품보다 가격을 낮추거나 질을 향상한다. 하지만 독점기업은 경쟁사가 없어, 가격은 높이고 질은 낮춘다. 소비자는 대체재가 없다면 가격이 비싸고 질이 낮아도  물건 혹은 서비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독점 기업은 규제해야한다. 하지만, 모든 독점기업이 시장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특히 플랫폼 비지니스의 경우에는 독점 기업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있다.

독점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

  • 편의성: 한 플랫폼에 많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있다면, 여러 플랫폼을 방문할 필요가 없고 가격 비교도 편리하다.
  • 양질의 정보 제공: 사용자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플랫폼 내 서비스(음식점, 운전기사, 영화)에 대한 평가가 정확해진다. 따라서 거대 플랫폼이 소형 플랫폼보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 낮은 진입장벽: 일반적 회사는 용지 매입과 공장 설립 등 초기 진입 비용이 많이 들지만, 플랫폼 비지니스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코딩 교육의 보급으로 초기 진입 비용이 낮다. 또한 소비자의 타 업체로 이동 또한 클릭 한 번에 가능해 신생 업체의 진입이 용이하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은 항상 경쟁에 노출되어 있어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Amazon과 Alphabet은 미국에서 연구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이다. 6위와 7위는 Microsoft와 Apple이고 Facebook은 14위에 있다. 2018년 이 다섯 기업은 총 700억 달러(70조 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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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의 매서운 성장

쿠팡이츠의 성장

쿠팡이츠의 성장 속도는 놀랍다. 2020년 초반에 강남 지역 점유율 10%였던 쿠팡이츠는 현재 강남지역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성공 요인은, 쿠팡 물류 시스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빠른 배송에 있다. 쿠팡은 배달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배달 대행사를 이용하지 않고 쿠팡 라이더스를 높은 단가에 직접 고용한다. 라이더의 직접 고용은 쿠팡이츠가 음식 픽업부터 배달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줬다. 따라서 쿠팡이츠는 배달의 민족과 다르게, 배달 시간을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의 배달 시간은 주로 40~50분으로 표시되지만, 쿠팡의 치타 배달은 10~20분 내에 가능하다). 손정의 회장의 Vision fund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자본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모델이다. Vision fund의 사업 모델 자체가, 초반 출혈 경쟁 승리 후 독점에 따른 이윤 창출 극대화에 있어 쿠팡의 선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쿠팡이츠는 배달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문제는 쿠팡이츠의 수수료가 배달의 민족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수료를 높이지 않겠지만 쿠팡이츠가 경쟁에서 이긴다면 수수료를 더욱 높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Delivery Hero와 배달의 민족 합병을 막음으로써 배달의 민족이 쿠팡이츠와 자본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쿠팡이츠가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수수료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

타임머신: 과거 사례
한국의 인수합병 허용 사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국내 최대 항공사 대한항공과 국내 2위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2018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고, 코로나바이러스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력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이를 타파하고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다. 합병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세계 7위 수준의 운송량을 갖춘 대형 국제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합병된 항공사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게 되지만, 국내 항공시장에서 점유율 60%에 육박하게 돼 독과점으로 인한 국내 운임률 상승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항공업계 독점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미국은 4개의 대형 항공사가 국내 운임의 80%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유럽은 3개의 대형 항공사가 4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미국 항공사의 승객 한 명당 마진은 22.40달러이고 유럽은 7.84달러다. 높은 마진이 질 좋은 서비스를 보장하지 않는다. 2016년 Skytrax가 발표한, 세계 항공사 상위 30위 회사 중 미국 국적 항공사는 1개, 유럽 국적 항공사는 9개가 있었다. 요약하면, 항공업계의 높은 점유율은 가격은 높이고 서비스는 떨어트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합병

1998년, 현대자동차는 1997년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던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그 결과 현대 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기아차는 인수된 직후, 당기순이익 6조 6500억 원 적자에서 2조 2,543억 흑자로 대폭 개선됐다. 판매 대수는 41만대에서 254만대로 급증했다. 인수 이후 11년간 기아차는 13.6%라는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도요타 6.7%, 폭스바겐 6.1%) 높은 수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국내 점유율 82%를 육박해, 국내에서는 배짱 경영을 한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