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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배상 판결...피해자 눈물 닦을 수 있을까

일본 정부에 책임 물어, 진정한 사과 뒤따를까
5/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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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이 흘려온 눈물이 이번에는 그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법원에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승리했다. 이른바 높으신 분들의 합의가 아닌 진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린 판결이다. 속앓이만 했던 할머니들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이 피어났다. 소녀였던 이들의 머리카락은 이미 희끗희끗 해진 지 오래. 이번 판결이 가진 의미를 되짚어 본다.

👀 한눈에 보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한국 법원의 1심 선고가 이달 초 내려졌다. 사법부가 실제 피해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손을 들어줬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여러 건이지만, 판결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녀였던 위안부 피해자들이 할머니가 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법적으로 손해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제부터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뒤따를지 미지수인 데다 국제 범죄 판결의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 왜 중요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우리나라 소녀들에게 몹쓸 짓을 한 사건'으로만 끝낼 수 없는 이슈다. 식민지 여성 성착취, 전쟁범죄, 각국 정부의 스탠스 등 여러 사안이 집약돼 있다. 전쟁에서 파급된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게 바로 위안부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도 배상에 무게를 둘지, 아니면 국제 소송의 한 중요 사례로 바라볼지까지 시각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릴 수도 있다.

이제까진 '합의'일뿐 '판결'이 아니었다

위안부 문제는 얼핏 보면 이미 매듭지어진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두 차례의 큰 합의가 이뤄지며 사과와 배상이 모두 이뤄진 듯한 느낌을 받아서다.

1965년의 한일청구권 협정:  1965년 12월28일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은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 배상액을 5억달러로 정했지만 일제 강점기에 입은 각각의 피해를 세밀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경제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위안부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피해를 단순히 5억달러로 '퉁' 친 굴욕외교라는 평가까지 내린다.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 2015년 12월28일 발표된 이 또한 역시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한 양국 외교 채널의 합의 성격이 강했다.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재원으로 '화해치유 재단'이 설립되긴 했지만 당사자의 실제 의사가 담기지 않은 합의라는 한계점을 가진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인 2017년 민관 합동으로 검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을 다시 검토한 뒤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해치유 재단도 결국 2018년 해산됐다.

  • 전쟁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이처럼 합의 성격으로만 위안부 피해 문제를 바라보던 것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피해자가 위법하게 받은 손해를 배상받아야 하는 범죄'로 인정한 것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 다른 소송 기준 될 수 있어:  다른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 일본과의 관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 일본과의 관계도 지켜볼 점이다.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일본의 자세와 향후 손해배상 절차, 외교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큰 그림
청사진

일본 "너희가 함부로 우리를 심판해?"

판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라는 점에서 '주권면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주권(국가)면제는 '주권국가가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 상 개념이다. 주권이 있는 나라(일본)가 다른 나라(한국)의 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냐는 것.

앞서 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지난 2013년 우리나라 법원에 1인당 1억원씩 총 1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을 신청한 것은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한 소송(재판)보다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본은 헤이그 송달 협약을 들며 조정을 거부했다. 해당 협약에는 ‘자국의 주권이나 안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항은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2015년 10월, 할머니들은 정식 소송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고, 첫 재판은 지난해 4월에야 열렸다.

법원 "반인도적 행위에 주권면제 적용 NO!"

이때 바로 주권면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반인도적 행위’, 쉽게 말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일이라 주권면제 적용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주권면제 이론 뒤에 숨어서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모든 사안에 주권면제가 적용되면 어떤 나라가 인권에 반하는 중범죄를 저질러도 제재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피해자 요구 따른 손해배상 OK!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 피해자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본은 앞서 한일청구권 협정이나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정부 간 합의로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협상력, 정치적 권력을 가지지 못하는 개인에 불과한 위안부 피해자들로서는 이 사건 소송 외에 구체적인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요원하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요구를 법으로 판단해 실질적인 손해배상이 가능토록 했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 입장을 위주로 한 두 합의와 차이가 있는 이유다.

'국제사법재판소' 카드 만지는 일본

일본 정부는 유엔(UN)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 간의 법률적 분쟁을 국제법을 적용해 해결하는 기관이다. 우리나라가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아 등 국제관습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만큼 이곳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단 한국 정부가 제소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일본 입장에서는 골치다.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더라도 만약 한국의 손을 들어주면 대외적 타격이 더 커진다.  위안부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걱정이다.

임팩트
반인도적 범죄 처벌, 성역 없다

반인도적 국제 범죄는 국경 없이 철퇴

판결은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다른 유명 사례는 '페리니 사건' 판결이 있다. 독일 나치에 강제 동원됐던 이탈리아 포로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배상 소송이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독일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위안부 판결도 페리니 사건에 이어 ‘국가주권'이라는 개념 뒤에 숨어 국제적인 반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국가에 경종을 울린 사례가 될 수 있다.

일본이 뿔났다

일본과의 관계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이미 두 차례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클리어'했다고 보지만 판결은 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항소하지 않겠다는 게 일본 입장이다. 배상을 위해 우리 정부는 일본 재산인 한국 내 공관 시설 등을 압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데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검토와 별개로 한국 정부에 직접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는 상황이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판결 이후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통화해 유감 입장을 전하고 시정 조치를 강구해달라고 했다.

할머니들의 '눈물' 닦을 수 있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해당 소송을 제기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 중 7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복잡한 집행 절차 등 난관이 많은 배상금 자체를 떠나, 이들의 상처를 인정했다는 점이 할머니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일본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는 점은 '진정한 사과'를 원하는 할머니들에게는 숙원으로 남는다.

재판부는 이들의 고통을 인정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일본)의 불법행위가 인정되고,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배상받지 못한 사정을 볼 때 위자료는 원고(위안부 피해자)들이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탯
양국이 바라본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식은 상반된다. 합의 후 반년 뒤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부정적이라고 본 사람이 많았다. 일본 국민은 긍정적 평가가 부정적 평가의 두 배가 넘었다.

  • 한국인: 부정적 37.6%-어느 쪽도 아님 34.3%- 긍정적 28.1%
  • 일본인: 긍정적 47.9%-어느 쪽도 아님 30.4%-부정적 20.9%-무응답 0.8%
걱정거리
이해관계
한일 정부와 피해자, 시민단체 생각은?

한국:  정부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외교부는 논평을 내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의 공식 합의임을 상기한다고 밝힌 점, 외교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한 점은 외교 분쟁을 의식하는 대목이다.

일본: 스가 총리는 결단코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은 남관표 주일 대사를 불러 직접 항의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비정상 사태가 발생했다는 표현까지 쓰며 화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는 일본으로서도 부담이 있어 신중론이 나온다.

피해자 할머니들: 진정한 사과에 이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총 16명에 불과하다. 할머니들은 하루라도 빨리 사과를 받아야 한다.  이번 판결과 별개로 故 김복동 할머니 등 20명이 낸 피해배상 소송 선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 나눔의집,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위안부 문제 관련 시민단체들은 입장문을 내고 "기념비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인권 보호의 새 지평을 내렸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바로 배상하고 진정한 사죄와 추모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실의 방
일본, '진심으로 사죄' 있었나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일본이 이제 조금 더 빨리 진심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번 판결에 기뻐하는 건 진정한 사과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내가 살아 있을 때 사죄를 해야 되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일본 생각과 달리 피해자들은 한 번도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럼 일본은 전혀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사실 일본은 담화 등으로 여러 차례 미안함을 표했다. 다만 진정한 사과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제까지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사죄와 반성을 표현했을까.

  • 고노 담화: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함을 표하는 '사과'의 의미에 가장 가까운 사례다.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군의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이른바 종군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 무라야마 담화: 전쟁 책임을 인정한 담화에 가깝다. 일본 패전 50주년 기념일인 1995년 8월15일 나온 담화로 무라야마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에 손해와 고통을 줬고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게 골자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로부터 15년이 흐른 2020년 8월15일 신(新)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이 나라(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과로 여기지 않는 이유

겉으로 보기에는 사과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노 담화가 그렇다. 하지만 사과는 피해자가 제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의미가 있다. 잘못을 명확하게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일은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계속해서 사과하고 있다. 독일 총리가 직접 희생자 추모비를 찾아 무릎을 꿇기도 했다.

앞서 일본의 담화들은 사과 표현은 담겼지만 독일처럼 피해자 앞에서 진정어린 사죄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위안부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담화 내용보다 후퇴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힘들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한국도 자유롭지 못해

우리나라 부끄러운 역사도 사과해야

우리도 전쟁범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베트남 전쟁 파병에서 베트남 여성을 한국군이 성폭행을 저질러 '라이따이한' 문제를 낳았다. 라이따이한은 베트남인이 한국인을 칭하는 '따이한'과 혼혈을 말하는 '라이'를 합친 말이다.

이 밖에 민간인 학살도 저질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베트남과의 정상회담에서 유감 표명을 했지만, 명확한 사죄의 뜻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해외 전쟁범죄 사례는?

페리니 사건: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끌려가 강제 노역한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독일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강행 규범을 위반한 국제범죄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판결에 불복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12년 독일의 주권면제를 인정했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결정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다시 위헌(최상위법인 헌법에 반함) 결정을 했다.

미군의 아프간 전쟁 포로 학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해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의혹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조사를 허가했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은 물론 미군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포로 고문이나 민간인 살해, 성폭행 같은 전쟁범죄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것.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와 달리 국제형사재판소는 범죄자 개인을 기소할 수 있다. 100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난 위안부 가해자들과 달리, 이 사안은 조사 결과에 따라 당사자 처벌이 가능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범죄 가능성을 조사하는 국제형사재판소 인사들을 상대로 경제적 제재와 여행 제한을 승인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