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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해프닝에 담긴 복잡한 사정

오르면 늘어나는 건 세금...정부는 발표 번복

👀 한눈에 보기

담뱃값 인상을 두고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보건복지부는 10년 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대표적인 서민 소비 품목인 담뱃값을 올린다며 반발했다. 여기에 술값까지 올린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분노는 폭발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라며 논란을 진화했지만 후폭풍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정부는 왜 담배 가격을 올리려 했을까. 담뱃값은 2015년 이후 요지부동이었다. 여기에 손을 대기로 할 때는 반발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라는 데드라인을 제시했고,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목적을 내세웠다.

하지만 고려한 게 건강만은 아닐지 모른다. 담뱃값에는 금연사업이나 교육에 쓰이는 온갖 이름의 세금과 부담금이 녹아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응에 지출을 늘리면서 재정에 부담이 생긴 상황. 이에 담뱃값을 올려 걷히는 세금 규모를 늘리려 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정부는 발표를 번복했는데,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담배에 붙은 세금부터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큰 그림

청사진

OECD 수준으로 담배 가격 인상, 술값 인상도 검토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27일 브리핑을 열고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담배 가격을 세계보건기구(WHO) 평균 수준까지 올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WHO는 OECD 통계를 가져와 담배 가격을 발표한다.

OECD 평균은 7.36달러, 원화로 약 8200원이다. 현재 우리나라 담배 가격은 4500원으로 4달러 수준이라 대략 3000원 정도를 높여 8000원이 될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2030년까지 우리 국민의 건강 기대수명을 73.3세(현 70.4세)로 높이기 위해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또 주류에도 담배처럼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고, 용기에 모델 사진을 못 붙이게 하는 등 광고 기준을 손보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발표 바로 다음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항간에서는 세금 수입 증가를 노렸지만 반발이 크자 급히 진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당초 발표

담뱃값을 올리겠다, 이런 정책적 목표인 것이고요. 상황들을 봐가면서 구체적 시기와 부담 폭을 정하겠습니다.(보건복지부 브리핑 속기록)

보건복지부는 '10년간 계획'임을 강조하며 "구체적으로 언제, 얼만큼 올릴지는 정하지 않았다. 상황을 보며 시기와 부담 폭을 정하겠다"고 했다. 단숨에 확 올리진 않더라도 차츰차츰 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 담배 가격: OECD 평균에 근접하도록 건강증진부담금 인상 등으로 담뱃값 상향.
  • 담뱃갑: 담뱃갑에 담긴 경고 그림 면적 현행 30%에서 55%까지 확대. 광고효과를 막기 위해 색상·디자인 통일한 표준 담뱃갑 제도 도입.
  • 담배의 정의: '연초의 잎으로 제조', 즉 담뱃잎을 원료로 한 것만 담배로 정의하던 것에서 '연초 및 합성니코틴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담배와 전자담배 기기장치 등' 으로 확대.
  • 주류: 소비 감소 유도를 위해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등 가격정책 검토. 용기에 광고모델 부착 금지. 광고 금지 적용 매체 확대.

정부의 번복

사실이 아니다.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 추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 담배와 술은 많은 국민들이 소비하는 품목, 여러 측면에서 연구와 검토 필요.
  • 신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 단기간에 추진할 수 없어.
  • 가격정책의 효과, 적정 수준 및 흡연율과의 상관관계 등에 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토를 사전에 거쳐야 할 사항.
이슈와 임팩트
서민들은 울상, 나라 곳간은 빵빵해져

"세금 대부분인 담뱃값, 내 혈압도 오르네."

담뱃값 인상은 서민 경제에서 무척 민감한 부분으로 꼽힌다. 손을 댄다고 하니 반발이 큰 건 당연한 일이다. 현재 흡연율은 21% 정도다. 국민 5명 중 1명은 화가 단단히 날 수밖에 없었다.

물가 상승률 훌쩍 뛰어넘지만...과연 끊을까?

우리나라의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1% 정도다. 1000원짜리 물건이라면 10년 뒤에는 약 1100원이 된다. 하지만 담배 가격은 이와 비교조차 불가능하게 뛰어오를 뻔했다. 4500원에서 8000원이 되면 77% 정도가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담배 가격을 올린다고 흡연율이 반드시 내려가지는 않는다. 2015년 담뱃값이 마지막으로 오르기 전인 2010~2014년 5년간 남자 흡연율은 이미 하락세였다. 2010년 48.3%였던 남자 흡연율은 계속 떨어지다 2014년에 43.2%로 살짝 반등했다. 여기에 담배 가격이 오른  2015년 낮아졌던 남자 흡연율이 다시 높아진 사례가 있어 가격과 흡연율은 반드시 반비례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소득 낮은 이들에게 직격탄

6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2500원이던 담배값을 4500원으로 인상했다. 가격은 올랐지만 소득수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계층에서는 오히려 담배 사는 데 쓰는 돈이 줄었다.

담뱃값이 올랐다면 지출액도 같이 늘어야 한다. 저소득층에서 지출액이 줄어들었다는 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생계형 금연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금연 확대가 전반적으로 퍼지지 않고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집중됐다.

담배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피우는 경향이 있다. 2019년 19세 이상 흡연율을 소득별로 보면 '하' 그룹의 흡연율이 '상' 그룹의 두 배에 가깝다.

  • 소득 수준 '하' 흡연율: 26.9%,
  • 소득 수준 '중' 흡연율: 22.4%
  • 소득 수준 '상'  흡연율 13.7%

정부 발표가 그대로 추진됐다면 가계 살림이 어려운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을 뻔했다.

서민 술 '소주' 한잔도 부담스러울 뻔

술값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과도한 음주 문화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주류에 이전까지 부과하지 않던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는 방식을 거론했다. 이 경우 소주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소주 등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품목이라는 논란도 있다"며 "우선 연구와 사회적인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볍게 소주 한잔이라는 인사말이 부담스러워질 뻔했다. 과거 소주 출고가가 65원가량 올랐을 때 실제 술집에서는 1000원을 올려받는 곳이 많았다. 국무총리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면 서민들의 지갑은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다.

세수 증가로 나라 곳간은 두둑

담뱃값 인상이 실제로 추진됐다면 사실 가장 큰 수혜자는 정부다. 세수 확보에 숨통이 트인다. 담배 연기 한 모금에는 생각보다 많은 세금과 부담금이 녹아있다. 궐련형(불을 붙여 피우는 일반담배) 담뱃값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0개비 한 갑에서 15개비는 그대로 나라 곳간으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현재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들어가는 제세부담금은 총 3318원(73.7%)이다.담뱃값이 실제 8000원 수준까지 올랐다고 가정해보면,

  • 비율 74% 적용: 8000X0.74=5920원
  • 걷히는 제세부담금 액수: 현행 3318원→5920원

한 갑이 팔릴 때마다 약 2600원이 더 모인다. 2020년 궐련형 담배는 32억900만갑이 팔렸다. 구상대로 담뱃값을 실제로 올린다면 단순 계산으로 8조3434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가격 인상으로 인해 판매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쳐도 4조원의 세금이 더 걷힌다. 인천광역시의 올해 예산이 약 4조원이다. 광역시 하나를 일 년 동안 꾸릴 돈이 담뱃값 인상만으로 생길 수 있었다.

담뱃갑 그림 더 강해진다

정부가 번복한 것은 가격 인상에 대한 부분만이다. 담뱃갑에 그려진 경고 그림 면적 확대는 계획대로 추진된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2년마다 주기적으로 경고 그림을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매번 같은 그림이 있는 건 경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경고 그림을 바꾼 터라 다음 교체 시기인 2022년 겨울쯤에는 4분의 3을 차지한 경고 그림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담' 판촉은 사라질 듯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한 제품만을 담배로 칭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전자담배 기기는 지금까지 담배로 정의되지 않아 광고나 홍보, 판촉행사가 가능했다. 정부는 이 제품들까지 담배로 정의하기로 해 앞으로 화려한 전자담배 프로모션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계산기 두드렸던 사람들

담배회사 입장에서는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세금이 대부분이라지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액 증가로 겉으로 보이는 실적은 좋아진다. 보건복지부 계획 발표 당시 우리나라 담배회사 KT&G의 주식 가격이 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쟁의 도구로 쓰였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은 "힘든 시국에 마음 달랠 곳도 없는 우리 국민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반발이 커지자 진땀을 흘렸다.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린 데 이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며 논란을 진화했다.

스탯
우리나라 흡연율

현재 우리나라 흡연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9년 만 19세 이상 전체 흡연율은 21.5%로, 2014년 24.2%에 비해 2.7%p 낮아졌다. 남자와 여자 흡연율은 각각 35.7%와 6.7%였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혼란만 커진 해프닝

정부: 계획대로였다면 세수를 늘리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스스로 발표를 번복하며 없던 일이 됐다. 여기에 국민들의 십자 포화를 받으며 모양만 빠졌다.

흡연자: 화가 많이 났다. 정부의 입장 번복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정말 충격적이고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게 배신을 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담배회사: 희비가 교차한다. 담배 가격이 오르면 매출 자체는 늘어난다. 그러나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 축소로 타격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담배 연기 속 세금 어디에 쓰이지?

담배 한 갑에는 총 6가지의 세금과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이른바 '죄악세' 성격으로,  흡연으로 위험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지운다. 각 항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 돈은 어디에 쓰일까.

담배소비세: 이름 그대로 담배를 소비하는 이에게 붙이는 세금이다. 모인 담배소비세는 '지방세'라 소방 같은 지역 안전예산이나 도로 시설 개선 등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예산으로 사용된다.

지방교육세: 교육 활동에 쓰이는 세금이라고 보면 쉽다. 지역 학교를 관리하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 학교를 짓거나 수리하고, 교직원 인건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면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개별소비세: 어떤 물건을 살 때 매기는 세금이다. 얼핏 담배소비세와 중복되는 걸로 보이지만 지방세인 담배세와 달리 개별소비세는 국가 전체 세금으로 들어가는 '국세'로, 자세한 용도는 정부와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부가가치세: 영문으로 'VAT', 풀어쓰면 Value Added Tax다. 이름처럼 생산이나 유통 단계에서 만들어진 상품 가치에 부과된다.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개별소비세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사용처를 정할 수 있는 국세에 해당한다.

건강증진부담금: 가장 논란이 있는 항목이다. 건강증진부담금은 담배에만 부과되지만 흡연자들은 부담금이 금연 사업에 오롯이 쓰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19년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출결산액 약 3조9261억원 중 금연 사업에 지출된 금액은 1388억원이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교육 및 광고 ▲흡연피해 예방 ▲흡연피해자 지원 등 주로 금연사업에 이 기금을 사용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쓰인 돈은 3.5%에 불과해 불만이 크다.

폐기물 부담금: 쉽게 담배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으로 보면 된다. 유해물질이나 유독물을 함유하고, 재활용이 힘든 제품에 대한 처리 비용을 뜻한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2014년 12월, 편의점은 뜨거웠다

담배 가격이 마지막으로 인상됐던 건 2015년 1월1일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일제히 2000원 올랐다. 2014년 연말 담배 판매점들은 때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다. 사재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편의점에 몰렸다. 일부는 1인당 1~2갑으로 판매를 제한하는가 하면, 자취를 감췄던 개비 담배 판매가 부활했고 말아 피우는 담배를 찾는 이들도 있었다. 사재기한 담배를 인터넷에서 팔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나왔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호주: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담배갑 형태를 바꿔 금연을 유도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무광고 포장법'(Plain Packing)을  도입했다. 담배 로고나 상표를 표시하지 않아 브랜드 이미지나 광고효과를 지우기 위해서였다. 가격도 무척 비싸 한 갑당 약 2만5000원에 달한다. 이중 세금 비중은 80%에 가까워 담배 판매는 호주정부 세수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다.

미국: 주(州)별로 담배 가격이 다르다. 이는 각각의 주세 비율이 달라서다. 저렴한 곳은 5달러에서 비싼 곳은 13달러에 달한다. 비싼 곳은 13달러에서 저렴한 곳도 5달러가 넘는다. 우리 돈으로 6000원에서 1만3000원까지 주별로 담뱃값이 두 배가량 차이가 나기도 한다. 평균은 8달러 정도다. 2016년 펜실베이니아주는 담뱃세를 1달러 인상했고, 캘리포니아는 2017년 87센트였던 담뱃세를 2달러 올려 파장이 컸다.

일본: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라 가격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한 나라라는 게 일본의 특징이다. 야외나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등장했지만, 건강보다는 '매너'에 방점을 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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