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인의 유난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의 공정성·투명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기업문화에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언제적 평생직장 타령이야: "공개채용이 폐지되고 경력채용이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회사가 개인을 평생 책임져주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주장처럼 과거에 비교해 관계 유지 기간이 짧아진 회사와 직원의 관계 변화도 배경으로 지적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리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SNS는 나의 무기: SNS가 젊은 직장인들의 공론장 겸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즉각적으로 불만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 남아 휘발되지 않기에 여론 형성에도 용이하다.
산 넘어 산, SK하이닉스 '이번에는 인사평가': 사내 기술사무직 인사평가 제도인 '셀프디자인'에 대해 노조 측이 소송을 진행 예정이다.
네이버 & 카카오 너네 둘 얘기 좀 하자: 공교롭게도 지난달 25일 국내 빅테크의 양대산맥 네이버와 카카오의 수장이 각각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기업문화와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성과보상 시스템 및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기존 성과급 시스템은 물론 기업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졌던 인사평가 방식에도 근로자들의 입김을 반영하고 있다. 기준의 공정성과 과정의 투명함이 중요 가치로 떠올랐다.
고도 성장기와 제조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큰 힘을 발휘한 성과 기반의 물질적 보상이 경쟁만큼 협력과 공정이 중요해진 창의와 혁신, 융복합의 시대를 맞아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하이닉스, 성과급 기준 변경: 성과급 지급에 대한 근거를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해 기준을 투명히 알 수 있게 했다. 기본급 200%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우리사주도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삼아 사내 소통에도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기업도 공감하고 있다. 직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고, 평상시 소통을 나눌 창구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명하복에서 벗어나는 기업문화 흐름 속에서 올바른 수평적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동상이몽의 컴패니언 데이? : 성과급을 떠나 네이버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네이버 사내 간담회 '컴패니언 데이'에서 보여준 수뇌부의 문제의식이 미온적이며, 사측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의견이다.
"표현 수정할게"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간담회 당시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선별하는 모습을 보여 직원들의 의문을 샀다. '외부에 알리는 게 아니라 회사에 얘기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떠나라고 충고하고 싶다'는 김범수 의장의 말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피어리뷰에 관한 구체적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3월2일 사내 간담회에서 밝혔다. 장점은 유지하되 표현방식을 세심하게 고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LG유플러스 등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사원 청원': MZ세대 및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삼성전자는 '오감톡'이라는 사내 익명 게시판을 도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한 달 안에 5000명이 '공감' 버튼을 누르면 임원이 답변해준다.
MZ세대 말 듣는 LG유플러스: 임원이 저연차 사원에게 멘토링을 받는 '리버스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결과만 알려주던 인사 평가 통지 방식도 사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기업: 요즘 젊은 사원들 관리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야. 나 때는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했고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겼는데 말이야. 지금은 워라밸뿐 아니라 소통이나 보상 과정 자체에도 신경 쓸 게 많아졌어. 그래도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이니만큼 체질 개선으로 삼고 적응하려고 해.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불황 속에서 현실적인 생존 문제가 중요한 곳도 많아.
사원: 당연히 이야기됐어야 할 문제들이 이제서야 수면에 올랐다고 생각해. 고용 불황에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회사가 날 책임져 줄 것도 아니고. 당장 부조리한 처우나 보상을 받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거나 하다못해 그 기준이라도 알아야지. 그래야 일을 열심히 하든 이직을 하든 할 거 아니겠어? 옛날과 달리 SNS라는 의견 분출 창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젊은 팀장 및 과장: 격세지감은 오히려 우리가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어. 요즘 말로 '꼰대'라 부르는 선배 및 상사한테 일이며 근무 태도며 다 배워놨는데 새로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은 또 다르잖아? 그들의 사고방식도 이해는 가고 한편으로 멋있다고도 생각하는데 위아래로 치이는 내 입장도 고달프네.
SK하이닉스는 과거 2015년 직원들에게 연봉의 50%에 달하는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적 있다. 2014, 2015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 뒤엔 오늘날로서 상상하기 힘든 '하이닉스 사람들'의 투지가 있었다. 임직원이 단결해 10년이 넘도록 기업의 위기를 함께 헤쳐왔기 때문.
1983년 현대전자로 시작한 하이닉스는 해외 업체 난립과 IMF 외환위기를 맞아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고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불황이 시작된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임금을 4년 동안 동결했고, 구조조정이 아닌 사업부 매각 방식을 통해 직원 수를 1만명가량 줄였다. 남은 직원들은 순환 무급휴직제를 실시했다. 구내식당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가 하면 1달 이상 퇴근하지 않은 채 신기술 개발에 몰두한 연구원들도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워크아웃에서 2005년 벗어나지만,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 그러던 중 201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이닉스를 과감히 인수하고 지원하며 업계 성공 신화를 쓰게 된다.
주요 글로벌 기업은 특정 기간에 거둔 목표 달성에 대해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성과보상체계 RSU(Restricted Stock Unit)를 활용한다. 주식을 싼 가격에 살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도 대표적인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주요 사례에서 성과급은 기업이 거둔 실적에 따라 임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기에 실질적으로 추가적인 임금 성격이 강하다. RSU나 스톡옵션 지급과 같은 방식을 활용할 경우 지급액이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거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