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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중국산 비빔밥 먹는 소리하네

한국 드라마 속 '도 넘은' 중국 PPL, 이대로 괜찮을까
4/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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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저도 봤습니다.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가 한국에서 중국 즈하이궈 비빔밥 먹방하는 모습을요. 드라마에 몰입하려면 '정말 기구한 운명이로군...' 해야겠지만 잘 되진 않았습니다. 홍차영은 저 구하기도 힘든 걸 어디서 사온 걸까요. 빈센조 중국산 비빔밥 먹은 사연,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 한눈에 보기

  • tvN 인기드라마 <빈센조>에 비빔밥과 유사한 중국산 인스턴트 제품이 간접광고(PPL)로 등장했다.
  • 누리꾼들은 '이러다 비빔밥도 중국 거라는 소리 나오겠네'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시청을 거부하겠다는 의견까지 나오며 논란이 번졌다.
  •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빈센조 제작진은 해당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와 남은 PPL 잔여분 취소를 검토 중이다.

🔥 왜 중요한가?

중국은 김치, 아리랑, 한복 심지어 손흥민까지 자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떼를 써왔다. 빈센조 PPL 논란 역시 우리 것을 자기네 것으로 우기는 중국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과거 <태양의 후예>로 어엿한 한류스타가 된 송중기가 인기 드라마에서 중국어가 적힌 비빔밥을 먹는 모습은 해외에 비빔밥이 중국 음식이라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빈센조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로도 방영 중이다. 중국 투자사의 자본공세 앞에 그간 한류열풍의 효자 노릇을 해온 우리나라 드라마가 '문화공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큰 그림
청사진

높아진 한국 드라마의 위상?

한국 드라마에 외국 PPL이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K-드라마의 홍보효과가 엄청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PPL을 넣었음에도 사실상 한국시장을 노린 건 아니라는 점도 흥미롭다.

홍차영은 저걸 어디서 구한 거야: 빈센조에 등장한 즈하이궈의 인스턴트 비빔밥은 중국 내수용 식품이다. 자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생산된 제품이라 국내에선 구하기도 어렵다.

한국 드라마 틀지도 않을 거면서 왜 투자한 거야: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합의에 반발해 한국 콘텐츠를 중국에서 볼 수 없게 규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른바 '한한령'인데,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정작 방영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본토에 나오진 않더라도 한국 드라마에서 화제가 되면 인터넷을 통해 광고효과는 충분하다. VPN으로 우회 접속해 보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 나오면 아시아가 다 봐: 큰 그림은 결국 K-드라마가 갖고 있는 한류의 위상에 기대 아시아 시장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다.

  • 중국뿐은 아니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미국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가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 보인 공격적인 PPL 전략을 기사로 보도했다. NYT가 집계한 써브웨이의 한국 드라마 PPL 사례는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 17개 작품이다. 이후 써브웨이는 중국, 대만 등에서 글로벌 매출 상승효과를 봤다.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한국 드라마에 중국 기업 PPL이 등장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4년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타오바오 애플리케이션으로 식당을 예약하는 장면이 나온 게 최초다. 2016년 tvN 드라마 <도깨비>에는 중국 RIO의 칵테일이 등장했고, 지난해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즈하이궈의 컵밥 먹는 장면이 나왔다. 이외에도 중국 PPL이 등장한 드라마는 SBS <닥터 이방인>, KBS2 <프로듀사>, MBC <W>,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랑의 불시착> 등 다수다.

특히 지난달 4일 종영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은 이번 사태와 유사한 논란이 일었다. 여고생이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즈하이궈의 훠궈를 먹는가 하면, 버스 정류장이나 편의점에는 중국어로 된 광고가 가득했다. 중국 시청자들이 PPL 장면을 캡처해 "국산 드라마 보는 느낌"이라는 반응을 SNS에 올릴 정도였다. 이번 빈센조 PPL은 제품이 한국 전통음식인 비빔밥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커졌다.

무시 못할 수준 이른 중국 자본

드라마 빈센조 제작진이 즈하이궈와 맺은 PPL 계약 금액은 4억원가량이다. 빈센조 제작비에는 약 2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PPL로 충당하는 제작비 비율은 10~20% 정도로, 빈센조 제작비에 대입하면 20~40억원을 PPL로 충당했다고 볼 수 있다. 즈하이궈로부터 받은 4억원은 빈센조 전체 PPL의 10~20%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뻗쳐오는 중국의 손아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 중국 돈이 흘러든 것은 PPL뿐만이 아니다. 중국 텐센트는 지난해 JTBC 스튜디오에 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네이버나 카카오를 비롯해 주요 엔터사 지분도 차지했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을 중국에 방영하며 세계 정상급 OTT 플랫폼으로 올라선 아이치이는 한국 드라마 판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 이유: 포화 상태가 된 미국, 유럽 OTT 시장을 떠나 아직 블루오션인 아시아로 글로벌 OTT 경쟁 무대가 옮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시장 내 높은 인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 중국 OTT의 공격적 움직임이 자국 소프트 파워 향상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플랫폼 역시 기술패권 경쟁의 무대라는 지적이다.
임팩트

중국 자본에 휘둘릴 우려

'중국 드라마 같다'는 볼멘소리는 벌써 나오고 있다. 자금난에 외국 돈을 안 받을 수 없으니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서도 외국 광고를 봐야 하는 것이다. 제작 자율성이나 볼 권리에 대한 자유가 약해지고 있다.

쓰읍, 이러면 우리 투자 못 해: 지금은 다행히 상품에 대한 노출을 고민하는 정도지만,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중국 기업이 관여하게 되면 문제는 커진다. 내용에도 간섭하게 되니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중국의 편향된 이해관계가 대중에 잘못된 인식을 전달할 우려가 있다. 만약 한한령이 풀린다면, 수익원도 확장하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 역시 커진다.

  • 중국 맞춤 드라마: 과거 한한령 이전 방영된 태양의 후예의 경우 중국의 사전심의제를 통과하기 위해 100% 사전 제작됐다.
  • 내 뮬란은 이렇지 않아: 중국 자본이 영향력을 발휘해 콘텐츠 질이 떨어진 사례는 지난해 9월 개봉해 소위 '폭망'한 영화 <뮬란>이 대표적이다. 뮬란이 '기'(氣)를 사용하는가 하면 엔딩 크레딧에는 공안 당국과 공산당 선전부에 대한 감사 메시지가 담겼다.

깊어지는 제작사의 고민

여기도 코로나: 치솟는 제작비와 OTT 등장에 따른 플랫폼 다양화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어려워진지는 꽤 됐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불러온 불경기는 물론 방역을 위해 제작기간 및 예산까지 추가되는 바람에 더욱 힘든 시기를 맞았다.

계약의 신중함: PPL이 든든한 자금책인 와중에 논란이 생겨 진행하는 데 신중함이 더해졌다. 빈센조의 경우 다행히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PPL 잔여분 집행을 취소하면 제작비에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이다.

퀄리티 유지 어려움: 차후 중국 기업과 PPL 계약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배우 몸값은 줘야 하니 제작비가 모자랄 경우 포기하게 되는 것은 완성도를 위한 추가지출이다. 후반 작업으로 분류되는 CG작업이 대표적이다.

  • OTT와 계약해서 제작하면 광고 필요없어?: <킹덤> <스위트홈>과 같이 OTT와 계약해 만들어지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노골적인 PPL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OTT 측이 제작비 전부를 부담하고 제작비의 10~20%를 제작사에 마진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적재산권(IP)도 OTT 소유다.
스탯
오늘날 드라마 제작사 수익 구조

과거에 비해 드라마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면서 옛날옛적 방송사 혼자 부담하던 것에 비해 그 구조도 세밀해졌다. 제작비의 30~50%까지 부담하는 거대 드라마 제작사(스튜디오드래곤, JTBC콘텐츠허브 등)가 등장했으며, 판권이나 VOD 수익, OTT향 매출 등도 공유한다. 쉽게 보면 제작비를 메꾼 초과 금액이 마진, 즉 수익이 된다.

걱정거리
이해관계
한국 드라마 속 PPL을 바라보는 눈

드라마 제작사: 현재 드라마는 하면 할수록 손해보는 상황이라 PPL로 손실을 메꿀 수밖에 없다. 골라서 받을 상황이 아니다. 방식을 좀 더 고민해야겠지만, 단순히 외국 상품을 보여준다기보다 일종의 외화벌이라는 걸 시청자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시청자: 문제는 PPL이 아니라 밥 말아먹은 개연성이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최소한의 상도덕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가릴 건 가려 받았으면 좋겠다. 이러니까 광고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더 좋아진다.

외국자본: K-드라마는 글로벌 노출이 가능해 홍보에 아주 그만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만큼 입김을 발휘하기도 쉬워서 더 좋다.

진실의 방
논란 소식 접한 중국의 반응은?

중국 언론과 여론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중국 관영매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7일 빈센조 중국 PPL에 대한 한국 누리꾼 공분 소식을 전하며 "어려움을 겪는 TV드라마 제작을 광고로 돕는 건 새로운 자본과의 협력"이라며 돌려 비판했다. 보도를 접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더했다. "즈하이궈가 쓰촨 풍미전골을 선보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라며 '엄포'를 놓는가 하면, "비빔밥은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방법"이라는 비하 발언도 나왔다. '광고수익을 제공했으니 좋은 일 아닌가?' '이건 문화교류다. 우리도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음식 먹는 장면을 보지만 소란 피우지 않는다'라는 짐짓 '점잖은' 반응도 있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E.T.가 혹한 그 초콜릿!
ⓒ 2002 Universal Studios (유튜브 캡처)

PPL(Product PLacement)은 뜻 그대로 풀이하면 '상품 배치'다. 원래 PPL은 영화를 제작할 때 미장센을 위해 장면마다 필요한 소품을 배치하는 일이었다. 초기에는 기업에 소품을 요청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PPL의 주도권이 오히려 기업에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한 상품이나 브랜드가 소비자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직접적인 매출 상승 효과까지 나타나자 기업이 먼저 자사 제품 사용을 요청하며 제작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1982년 영화 <E.T.>에서 주인공 엘리엇이 외계인 E.T.를 유인하기 위해 숲에 뿌렸던 허쉬사의 '리즈 피스' 초콜릿은 영화 개봉 3개월 만에 매출이 65% 넘게 증가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대만 영상 콘텐츠 산업의 몰락

"개작두를 대령하라!" 포청천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기억나는가. 1990년대 국내에 인기리 방영한 <판관 포청천>은 대만 드라마다. 한국판으로도 제작됐던 <꽃보다 남자> 역시 대만 원작 드라마다. 이토록 한때 드라마 강국이었던 대만은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 자본이 대만 영상 콘텐츠 산업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먼저 발단이 된 것은 자국 내 방송사 간 치킨게임이었다. 1999년 대만 정부가 케이블 방송에 광고시간을 늘려주고 규제도 완화하자 100여개의 케이블 방송사가 난립했다. 경쟁은 심해지고 광고시장은 잘게 쪼개져 자금난이 심해졌다. 돈이 없으니 프로그램 질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하거나 과거 방송을 다시 트는 등 자체 제작 콘텐츠는 거의 사라졌다. 이때 침투해 대만 영상 콘텐츠 산업의 목줄을 쥔 것이 중국의 자본력이다. 콘텐츠 판권은 물론 PD나 작가 등 핵심 인재 및 기술력을 모조리 사들인 것이다. 자본은 중국 방송을 염두에 둔 콘텐츠에만 흘러 들어갔다. 중국 영상 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판관 포청천에서와 같은 개성은 이제 대만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