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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 바뀐다는데…그 속내는?

문이과 통합, 융합인재 육성 해답 될까
1/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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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3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방식이 바뀐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구분을 두지 않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융합형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문과와 이과 칸막이를 없애야 융합인재 육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아래 수능 구조를 개편해 문이과 통합을 유도하기로 했다.

EBS 연계율이 현행보다 낮아지고 한문/제2외국어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도 확대된다. 대입의 핵심 요소인 수능이 바뀌는 만큼 교육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계열 경계를 허무는 통합이라는 취지가 수능 제도 변경으로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 왜 중요한가?

여전히 수능에 초점 맞춘 우리나라 교육

수능 방식이 바뀐다고 하니 교육계는 들썩일 수밖에 없다. 대입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묵직하다. 이른바 '탈계열'을 통해 융합형 인재를 기르겠다는 목표가 바뀐 수능으로 달성될 수 있을지 들여다봐야 한다.

수능의 여전한 존재감: 우리나라에서 대입은 일종의 시험대로 자리해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입시 성공=인생 성공'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학벌타파라는 구호는 이른바 명문대 졸업장 앞에서 힘을 잃기 일쑤다.

특히 수능은 대입 관문의 대명사로 꼽힌다. 대입은 수능 위주의 '정시'를 비롯해 논술이나 학생부종합전형 등으로 이뤄진 '수시'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수시도 일정 등급 이상의 수능 성적을 요구하는 등 수능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자세히 들여다볼까

융합형 인재 양성 위한 교육과정 개편:  인문·사회·과학기술 기초소양을 길러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현 정책 기조다. 정부는 이에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카드로 '교육과정' 개편을 들고나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문이과 통합을 녹였다. SW 교육을 의무화해 코딩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융합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맥락으로 이뤄졌다.

수능 고쳐야 학생들이 따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뼈대가 나오자 교육계는 수능 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이 대입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서 교육과정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실제 공부 방법을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수능 영향력 상승: 현재 대입 전형 비율은 수시 77.0%, 정시 23%다. 단 수시에도 일정 등급 이상의 수능 점수를 요구하는 '최저학력 기준'이라는 게 있다. 또한 정부는 2018년에 통합형 수능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각 대학에 2022학년도 정시 수능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에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정부는 2023학년도까지 정시 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하향선을 다시 조정했다. 결국 대다수의 학생은 수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역으로 보면  교육과정과 함께 영향력이 강한 수능 구조를 바꿔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셈이다.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한 3년 예고제에 따라(현 4년 예고제) 교육부는 2018년 8월 이 같은 방향의 대학입학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2019년 8월 12일 2022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공개하며 방안을 구체화했다.

큰 그림
청사진
추진 계획 및 정책 설명

학생의 적성에 따른 선택과목 제도 + 계열 타파 등 크게 두 축으로 문이과 통합을 도모한다.

'공통과목+'선택과목' 개념을 살펴보면, 필수과목은 모든 수험생이 공통으로 치른다. 여기에 학생이 원하는 선택과목을 덧붙여서 함께 보는 형태를 말한다. 국어·수학·직업탐구 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치러진다.

  • 국어:  '독서'와 '문학'은 모든 수험생이 응시해야 하는 공통과목이다.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과목 중 하나를 수험생이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 수학: '수학Ⅰ'과 '수Ⅱ'가 공통 과목이다. 이 밖에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과목 중 하나가 선택과목이 된다.
  • 사회탐구·과학탐구:  사회탐구(인문계열)와 과학탐구(자연계열) 과목 총 17개 가운데 계열 구분 없이 최대 2개를 선택하면 된다.
  • 직업탐구: 2과목을 응시할 경우 전문 공통과목인 ‘성공적인 직업생활’을 필수로 응시하고, 계열별 선택과목 5개 중 1과목을 선택해 응시한다. 1과목만 본다면 계열별 선택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이 밖의 변화

  • EBS 연계율이 현행 70%에서 50%로 낮아진다. EBS 연계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보다 EBS에만 집중해 학교 수업을 파행시킨다는 비판이 있었다. 단 취약계층 학생들의 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폭 축소가 아닌 소폭 축소로 가닥이 잡혔다.
  • 한문/제2외국어는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치른다. 시험 난이도가 낮은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 현재 정시에서는 대학에 따라 탐구영역을 한문/제2외국어 점수로 대체하기도 한다.
임팩트
수능 바꿔 융합인재 키우겠다는데 가능? 교육계 갑론을박

교육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찬성하는 측은 고교에서 문이과를 두루 공부할 수 있고,  계열을 넘어 상상력과 창조력을 기를 수 있어 융합인재 양성이 수월할 것으로 본다. 제2외국어 영역의 쏠림 현상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색한다.

반대 측에서는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과목 개설의 어려움을 비롯해 과연 문이과 통합이 융합인재 양성에 적합하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의 요구에 따라 선택과목을 고를 텐데 과연 이게 진정한 선택이냐는 주장이다. 여기에 사교육 과열도 문제로 꼽는다.

문이과 사고 두루 갖춘 학생 키운다

인문학과 과학기술 융합한 인재 양성: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구분이 명확했던 상황서 통합이라는 목표 자체는 긍정적이다. 사회탐구 과목을 공부한 학생도 자연계열 진학을 꾀할 수 있고, 반대로 과학을 배우고 인문계열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해서다. 예를 들면 고교 시절 사회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물리학도가 됐을 때 생각의 폭이 넓을 것은 자명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인문·사회·과학기술에 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한다'는 목표도 그래서 나왔다.

제2 외국어 쏠림 현상 해소: 이제까지는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있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 잘하는 학생이 드문 과목으로 쏠리는 사례가 있었다.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아랍어는 '로또'라 불릴 만큼 쏠림 현상이 심했다. 하지만 절대평가에서는 예년처럼 설렁설렁 공부해서는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아랍어뿐 아니라 다양한 제2외국어 과목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상향 평준화도 도모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우려

대학 입맛 따른 과목 선택: 문이과 통합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대학이 선택과목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대학 반영과목에 따라 쏠림현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학생은 A 선택과목을 보고 싶어도 대학이 B 선택과목만 반영하기로 했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B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취지와 달리 대학에 맞춰 선택과목을 정해야 하는 셈이다.

사교육 과열과 쉬운 과목 편중: 현재 고3 학생들은 고2 때부터 선택과목을 골라 이수하고 있다. 앞서 선택과목을 고를 때 컨설팅을 받는 등 사교육 과열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매년 되풀이  될 수 있다.  학습 부담이 덜한 과목으로 편중되는 것도 걱정거리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쉬운 과목으로 학생들이 쏠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흐름으로는 청신호와 적신호 사이에 가깝다. 말은 선택과목이라지만 실제로는 대학이 요구하는 과목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문이과를 통합하겠다는 취지가 흐려질 수 있는 셈이다.

스탯
2022 수능 변화 언제부터 준비됐나
걱정거리
이해관계
정부는 밀어붙이지만 교육계는 '글쎄'

정부: "국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학생 중심 교육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2018년 8월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했던 말이다. 선택과목으로 학생의 개성을 살려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겠다는 기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생·학부모: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원하는 과목을 골라 공부하고 수능에 활용할 수 있는 건 좋다. 하지만 선택과목 조합에 따라 지원가능 대학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 되려 대입 전략을 짜기는 더 어려워졌다. 사회탐구 과목을 본 학생이 자연계열 학과에 갔을 때 생길 수 있는 기초 부족 문제도 걱정이다.

사교육계: 학원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대입 정책이 요동칠수록 불안한 학부모의 눈길은 사교육으로 쏠리게 된다. 복잡한 입시전략을 짜야 해 입시 컨설팅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정시 비율 확대로 수능 대비 강의도 증가할 전망이다.

대학: 대학은 환영보다는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다. 특히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자연계열로 진학했을 때 부담이 커진다. 대학 입장에서는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로 인해 이른바 '기초반'을 만드는 상황도 예상된다.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정부 드라이브에 부응하느라 캠퍼스는 반대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진실의 방
수능 영향력 정말 강해지나

수시·정시 비율 그대로 보면 안 돼!: 현재 표면적으로는 수시의 비율이 훨씬 높다.  지난 2021학년도 대입의 수시와 정시 비율은 각각 77%, 23%. 올해 대입에서는 정시 비율이 24.3%로 높아지고 수시 비율은 75.7%로 내려간다. 비율로 보면 소폭 변화로 보이지만 숨겨진 디테일은 따로 있다.

주요 대학이 정시 확대 이끌어: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정시) 비율은 전체 모집인원의 39%에 이른다.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는 모집 비율은 27.9%다. 합치면 전체 모집인원의 67%가 수능 영향권에 놓인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려면 10명 중 7명은 반드시 수능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갈수록 증가할 가능성 ↑: 내년에는 정시 비율이 더 늘어난다. 정부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비중이 45%를 넘었던 서울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올리라고 했다. '권고' 형식을 빌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권을 주지 않는다. 대학들은 정시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지역 대학의 입시 영향력이 큰 만큼 수도권이나 지방대도 정시 확대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우리나라 입시 변천

우리나라 입시 변천은 해방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잦은 제도 변경으로 부침을 겪었다. 대입에 성공해 '개천에서 용 나기'를 원하는 바람은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 1962년에 도입된 국가고사 제도는 '국가고사 성적+대학별고사+면접' 등 총점으로 합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처음으로 교육과정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시기였다. 하지만 국가고사 탈락에 따른 대량 미달사태와 대학 자율성 저해 비판이 일며 도입 1년 만에 '국가고사(자격고사 성격)→대학별고사'로 바뀌었다.
  • 예비고사: 1969년부터 1980년까지는 예비고사 세대다. 대학은 대학별고사를 실시하고, 정부는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 교과목 중심으로 대입 예비고사를 치르는 방식이다. 독특한 점은 예비고사 점수를 낼 때 필기시험에 체력장 점수를 합산했다는 점이다.  1972년까지는 '예비고사→대학별 고사', 1973년부터는 '예비고사+대학별고사 총점'으로 당락을 결정했다.
  • 학력고사: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정부는 대입 예비고사를 대입 학력고사로 개편했다. 철저하게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구분하던 시기다. 체력장 점수 합산도 여전했다. 이 시기 논술(대학별고사)이 신설된다.
  • 수능: 1994학년도부터는 수능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수능은 아직까지도 대입의 핵심요소로 활용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수능은 매해 11월 셋째 주 목요일 시행이 관행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학사일정이 연기돼 12월에 치러졌다.
먼나라 이웃나라
외국 입시는 어떨까

일본:  가까운 일본은 '센터시험'이라는제도를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시행했다. 풀 네임은 '대학입학자선발 대학입시센터시험'이다. 국·공립대학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센터시험을 봐야 한다. 사립대학은 센터 시험을 보지 않고 대학 자체고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응시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2021학년도부터는 센터시험을 '대학입학공동테스트'로 전환하면서 국어와 수학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정한 채점의 어려움과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서술 문항 도입은 보류됐다.

프랑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는 전 세계적으로 암기식 교육의 폐해를 해소하는 시험으로 꼽힌다. 만점을 20점으로 두고 10점 이상을 받으면 국공립 대학 입학자격을 준다. 객관식 시험은 없고 논술형 문항으로만 구성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민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일각에서는 논술형 문항에 따른 정성평가의 불공정 문제도 제기된다.

미국: 미국 대입은 우리나라로 치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가깝다. 수능 성격에 해당하는 SAT나 ACT 같은 표준 시험을 비롯해 에세이, 추천서, 대외활동 등을 두루 살펴 대입 성적에 반영한다.  지난 2019년에는 빈곤율, 범죄율, 부모의 학력 수준 등을 점수화해 일종의 가산점을 주는 '역경점수' 도입을 추진했으나 좌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