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수치심 때문이었다

가까우면서도 낯선 감정인 수치심 이해하기
5
1.21.2022
이한나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대체로 어디가 아픈지 스스로 명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내 마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끔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특히 이유 없이 불쑥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날 때, 끝없는 번아웃에 허덕인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어디서부터 스스로를 성찰하고 보살펴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그 답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이번 똑똑한 서재에서 함께 읽어볼 책은 일자 샌드의 <나의 수치심에게>입니다.

Target🎯

스스로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몹시 궁금하고 이를 탐구해보고 싶은 누구나.

Author✍

저자 일자 샌드는 국내에서도 널리 사랑받은 책 <센서티브>와 같이 통찰력 있는 심리학 서적을 다수 출간한 작가이자 심리상담가, 교수,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울과 불안, 강박 등 다양한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의 기저에 ‘수치심’이 있음을 소개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Situation🎈

‘코로나 블루’

인류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전염병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건강 상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인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고, 집에 있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게 된 오늘날의 상황이 외로움과 우울,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를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축소하는 것은 현 상황과 개인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미 개개인의 마음에 내재돼 있던 문제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비로소 발견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Takeaway💡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와 개인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개인의 정신적인 질환 역시 그 중 하나며 이를 가볍게 넘기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에게 내면의 성찰이 필요한 이유

한 개인이 갖는 심리의 문제들은 다양한 양상을 띠면서 그 삶을 좌우하게 된다. 고립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크게 경험하게 되는 외로움이나 불안, 우울, 강박의 원인이 오롯이 현 상황에만 있다고 보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을 수 있다. 어쩌면 그것들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세력을 확장해 왔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나 타고난 기질,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생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Takeaway💡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어려움은 사실 오랜 시간 지속돼 왔을 수 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성찰이 필요하다.

Guidance🚩

어쩌면 ‘수치심’이 근본 원인일 수 있다

저자는 <나의 수치심에게>를 통해,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갖게 된 ‘수치심’이 그 원인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개인의 수치심을 촉발하는 상황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 겉모습: 몸이나 신체,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공간의 좋지 않은 모습
  • 감정: 부정적인 감정이나 긍정적인 감정 모두 개인에 따라 촉발 요인이 될 수도 있음
  • 필요/욕구: 타인에게는 감춰야 할 것 같은 필요나 욕구
  • 처지: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어려운 처지일 때
  •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 마음속에 있는 이상적인 이미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 부당한 대우: 타인이 나에게 범하는 부당한 대우
  • 약점/의존: 모든 형태의 부족함과 무력감
  • 막연한 기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수치심을 느낌
  • 타인의 수치심에 대한 동일시: 수치스러운 사람들과 함께일 때
  • 잘못된 일의 목격: 자신과는 상관없지만 수치스러운 상황을 목격했을 때

이처럼 수치심을 유발하는 요인이나 환경은 매우 다양하며, 이에 따라 어떤 인간의 무의식은 크게 동요한다.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

저자는 흔히 헷갈리기 쉬운 개념인 수치심과 죄책감을 비교하며 이를 명료하게 개념화한다. 죄책감이 자신의 행동이나 현재의 상황 등 그 원인이 명확한 감정이라면,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 전체와 관련된 감정이다. 어떤 의미일까. 죄책감이란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느끼는 것이며, 그 문제가 해결되면 대체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수치심은 죄책감과 달리 인과관계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자그마한 실수를 저질렀을 뿐인데도 곧장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감정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 감정은 자신의 존재 전체를 향한 위협이 된다.

책의 1부는 이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선 개념인 ‘수치심’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한다. 그리고 그 수치심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2부에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책의 내용을 즉각적으로 본인에게 적용해볼 수 있도록 질문이나 제안이 정리돼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내면의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Core Message✨

부모의 양육 태도에 크게 좌우되는 자아상과 수치심

만약 당신이 사소한 일에도 수치심을 쉽게 느끼거나 남들과 나누지 못하는 마음의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는 당신의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아이는 가장 가까운 성인인 부모를 통해 세계를 배우고, 자기 자신을 형성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건강한 ‘미러링’과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그 자리에 마음의 구멍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구멍은 인지하기도, 메우기도 어렵지만 개인의 삶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부분이 건드려지면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마음의 ‘공간’ 위에 덮이는 거짓 자아

마음의 구멍, 즉 빈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메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짜 자아를 일상 속에서 꽁꽁 숨겨두고 사회생활에 적합한 자아, 즉 거짓 자아를 만들어낸다. 강하고, 유능하며, 어떤 어려움에도 단단해 보이는 그런 거짓 자아는, 결국 거짓이기에 한계가 있다. 오히려 거짓 자아가 강해지면서 진짜 자아와의 괴리가 더 커져 심리적인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또한 타인과의 친밀한 교류도 가로막아 대인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근본적인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거짓 자아가 아닌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진짜 자아를 직면하고, 그 안의 빈자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기저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뿌리를 뽑아내지 않으면 거짓 자아에 의존해 빈껍데기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ummary🧵

내면에 잠재돼 있는 수치심의 공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은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꿈과 환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만족하며, 타인과 진솔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돼 보다 행복한 삶에 가까워지는 지름길로 접어들게 된다. 자기감(sense of self)에 빈자리가 있는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느라 힘을 다 써 타자나 자신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치심이 생겨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만약 부모와의 관계 등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었던 요인들에 의해 수치심을 가지게 되었더라도 노력을 통해 충분히 해결해나갈 수 있다.

저자는 ‘수치심’이라는, 다소 모호한 감정을 최대한 명확하게 드러내 보이며 독자의 내면에 있는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책이 제시하는 질문과 해결 방안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오랜 시간 우울, 불안 등의 문제로 고통받았으며 치료나 상담을 지속해 오고 있다면, ‘수치심’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다음은 수치심을 극복하고 건강한 자기감을 가질 수 있는 Key Idea🗝를 알아보는 실전편, <나의 수치심에게>②로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똑똑 Clipping📌

똑똑한 서재만의 보너스! 혹시 어쩜 이리 핵심만 짚었는지 중요 부분에 쏙쏙 밑줄이 그어진 헌책을 만나본 경험 있으신가요? 애서가라면 눈이 뒤집히는 횡재인데요. 똑똑한 서재에선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핵심 클리핑을 메모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똑똑이 그어드린 밑줄을 통해 도서 이해 및 구매에 참고해보세요.

35P. 죄책감과 수치심은 엄밀히 다른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과하고 꽃을 선물한다거나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등 그 일을 만회할 만한 보상을 제공하면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수치심은 다르다. 수치심은 떼어 낼 수 없을 만큼 금세 착 달라붙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회의하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47P. 타인의 사랑으로 자라나는 건강한 자기감

자존감과 자기감이 굳건하다면 수치심 때문에 그토록 쉽게,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존감과 자기감은 타인이 나를 사랑으로 대할 때 자라난다.

60P. 자기감의 빈자리에서 싹트는 수치심

누군가가 온전히 봐 주지 않은 부분들에는 자기감의 공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모여 만성적인 수치심의 토대를 형성한다. 만성적인 수치심은 내가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없거나 뭔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항상 들게 한다.

77P. 부모님에게 지지받지 못했다면, 스스로를 지지해주자.

자신의 생각에 대해 누군가 함께 뒷받침해 주고 도와준 경험이 있어야만 설령 모든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내는 상황이라도 스스로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만약 부모가 당신을 알아봐 주고 지지해 주지 못했다면 당신은 내적 지지가 부족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그 내적 지지를 쌓아야 한다.

109P. 거짓 자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치심이라는 근본적 문제

남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는 행동이 사실은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덜어 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고 때로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점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애정 어린 눈빛을 마주할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우리는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다.

피드백

피드백

이어지는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