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활용②

비즈니스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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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2021
박중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메타버스는 분명 아직 오지 않은 미래입니다. 그럼에도 그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AR과 VR 같은 핵심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들 역시 현실세계를 재현하는 가상세계라는 메타버스의 사명을 달성하기엔 갈 길이 멀지만, 지금 현실세계엔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을 돌아봅니다.

배경

스며들기 시작하는 메타버스 기술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AR과 VR을 아우르는 XR이라든지 데이터 처리, 네트워킹,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융·복합될 것을 전제로 하죠.

이들 기술은 메타버스도 메타버스지만 현재 산업을 이끄는 혁신 기술이기도 합니다. 각기 개별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기술들이 발전에 따라 실제 산업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과거 게임이나 가상세계 구현 등 B2C(Business to Customer) 분야에 머물렀다면 점차 B2B(Business to Business), B2G(Business to Government)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시장을 견인하는 동력인 동시에 현재 우리 삶의 일하는 방식과 경험을 바꾸고 있죠.

핵심 키워드로 주지하면 좋을 것은 AR과 VR입니다. 둘은 가상으로 현실을 구현한다는 점에 공통항이 있죠. 현실에서 증강된 정보를 받느냐(AR), 가상에서 현실 같은 경험을 하느냐(VR)의 차이인데요. 그럼 어떤 걸 가상으로 감쪽같이 구현해내 혁신을 이루는지 살펴볼까요?

내용

메타버스 기술이 가져오고 있는 변화

제조, 시뮬레이션을 통한 비용 절감

AR과 VR 기술이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것은 제조 영역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조의 선행 단계인 디자인과 개발입니다. 실제로 장비나 설비를 만들기에 앞서 VR로 모델을 구현해 시뮬레이션해 보는 겁니다. 설계나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이 때문에 미국 제조리더십위원회는 제조업의 미래 키워드 중 하나로 '가상제조모델'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으로 구현한 가상공장의 모습. (출처: 엔비디아 유튜브 NVIDIA Omniverse - Designing, Optimizing and Operating the Factory of the Future 캡처)

실물로 제작할 필요 없이 필요한 대부분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기에 비용 절감은 물론 시공간의 제약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협업과 수정도 바로바로 가능하다는 동시성 및 상호작용성도 갖추고 있죠.

현장 관리에도 용이합니다. 여기에는 AR이 활약합니다. AR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면 태블릿이나 휴대폰도 들고 다닐 필요 없습니다. 부품의 정보나 재고 현황, 도면, 공장 가동 상태 등을 즉각 확인할 수 있으며, 제품 결함이나 중요 정보 역시 알아서 알려줍니다. 조작이나 구동에 필요한 매뉴얼, 가이드를 열람하는 기능도 제공하고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BMW는 '가상공장'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설계, 디자인, 주행 경험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에 가상 엔진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 수많은 공장의 기술자들과 디지털 세계에 구현한 공장에서 실시간 협업을 이룰 예정이죠. 시뮬레이션에는 에픽게임즈로부터 맞춤 엔진을 제공받고, 디지털 협업에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생산 비용의 절감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래차 경쟁에서 중요한 과제입니다. 자동화된 가상제조 환경은 BMW뿐 아니라 폭스바겐, 포드,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라면 모두 확립에 나섰죠. XR 기술은 직원 교육에도 용이한데요. 작업에 위험이 따르거나 기술 교육 여건이 어려운 경우에도 VR 기기를 쓰고 가상으로 훈련해볼 수 있습니다.

유통, 직접 봐야 사시겠다고요?

유통 역시 XR 기술의 실험과 적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영역입니다. 게다가 유통은 매출과 직결되는 '전선'입니다. 그 모양새도 굉장히 전투적이죠. 실험도 빠르고 적용도 빠르고 포기도 빠릅니다. 그만큼 변화와 진화가 신속합니다.

해결 과제도 명확합니다. '쇼루밍'(Showrooming)이라는 말이 있죠. 구경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 최저가로 하는 쇼핑 행태입니다. 아무리 온라인 쇼핑이 저렴하고 간편해도 포기 못 하는 게 있죠.

옷이나 신발, 안경, 색조화장품, 인테리어나 가구 등은 일반 소모품이나 공산품과 달리 제공되는 정보만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안 맞거나 안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죠. 직접 입어보고 신어보고 껴보고 발라보기 위해 매장으로 향합니다.

제품(좌)과 제품을 AR로 시착한 모습(우). 시착은 대체로 신체가 잘 드러나는 사진을 촬영해 올리면 여기에 AR로 입히는 식이다. (출처: DressX 틱톡 캡처)

그러나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이러한 경험이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XR은 현실에 준하는 정보를 가상으로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문제 해결에 딱이죠. 첨단 AR 기술로 투영한 이미지를 이용하면 가상으로 시착이 가능합니다. 매장에 가지 않고도 맞는지 안 맞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거죠. 이는 소비자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온라인 쇼핑의 지상과제를 해결합니다. 반품도 줄여주죠.

온라인 쇼핑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VR로 매장을 재현해 방문하지 않고도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건데요.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을 재현한 'VR판교랜드'를 오픈했습니다. VR 기술을 통해 전 층을 돌아볼 수 있고, 행사정보나 전시도 볼 수 있습니다. 명품 매장엔 VR 쇼룸을 마련해 진열 상품까지 둘러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VR 기술로 건물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모델하우스를 짓고 분양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주택 전시관을 재현해 기능을 대신하죠. 세부 구조나 자재 옵션 등도 확인할 수 있고요. 해결하는 페인포인트는 역시 비용 절감입니다. 구조물을 짓거나 관리에 드는 비용을 아끼고 접근성도 높일 수 있죠.

직방, 다방과 같은 부동산 정보 업체도 VR로 구현한 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결합해 프롭테크로 업계를 재정의할 만큼 활발히 이용되는 모양새인데요. 방문한 것처럼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주변 시설이나 환경까지 체크할 수 있어 이용자의 편익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아직은 직접 방문을 100% 대체하긴 어려워 보이지만 언젠가 '집 보러 다닌다'는 건 옛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일, 사무실 꼭 나와야 하나요?
온라인 협업 툴 게더타운 이용 모습. (출처: 게더타운 홈페이지 캡처)

마지막으로 소개하려는 것은 가상 협업 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열풍 속에 재택 및 비대면 근무가 늘고 이에 따라 가상 협업 툴도 발전하고 있는데요. 아예 가상으로 업무공간을 대체하는 시도도 나타납니다.

직장인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더타운도 이 중 하나입니다. 언뜻 보면 그래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애들 장난인가 싶죠. 그런데 게더타운의 핵심은 뛰어난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아바타를 움직이면 실제로 대상과 교류할 수 있는 거죠.

게시판 앞에 가면 부서 공지사항이 뜹니다. 다른 사람 옆으로 다가가면 화상 채팅이 켜지고, 멀어지면 다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도 들리지 않죠. 거리도 미묘한 것이 다섯 발자국 정도로 구현해놨습니다. 이 밖에도 회의실로 이동하면 회의 기능이 켜지도록 하고, 각각 업무 기능에 알맞게 연동할 수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실제로 직방은 오프라인 미팅 공간인 '직방 라운지' 외에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게더타운으로 출근합니다. 코로나 시국이 지나가도 유지한다고 하죠.

핵심

물리적 한계가 사라진다

메타버스가 몰고 오는 변화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 한계가 사라집니다. 산업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사람 손으로 일일이 하거나 대면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경험을 기술로 대체한 것이 살펴본 사례들의 공통점입니다. 이것이 각각 상황에 맞게 비용 절감, 편의성, 현실의 재현 등 좀 더 가까운 효용 언어로 변환될 뿐이죠.

변화는 무궁무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모든 회사가 오프라인 사무실이 아니라 게더타운으로 출근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엄밀한 현실성은 차치하고 행복회로를 돌려보죠. 일단 사무용 오피스의 공실률이 오르고 땅값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온갖 인프라가 몰려 있긴 하지만 강남이 비싼 이유도 주요 회사가 몰려 있기 때문이죠.

이미 오프라인에 필요한 사무공간은 줄일 수 있으면 줄이는 흐름입니다. 디지털로 전환하거나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사례도 이미 늘었죠. 공간에 물리적으로 제약이 없다면 직장인 역시 근거지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멀리 살거나 해외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부담이 없겠죠. 외출이 줄어든다면 의류나 화장품 소비, 교통량이 줄어들 수도 있겠고요.

업무공간은 현실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하나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날 때 따라올 수 있는 변화들입니다. 물론 마냥 행복한 일만 가능하진 않을 텐데요. 해결해야 할 과제나 문제점에 대해 다음 화에서 짚어봅니다.

키워드

디지털 트윈

현실세계에 실재하는 것을 디지털 공간에 리얼하게 재현해 놓는 기술입니다. 도시, 건축물,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으로 구축해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되죠. 현실 공간을 가상 디지털로 똑같이 본 따 그야말로 '쌍둥이'를 만드는 겁니다.

시뮬레이션과 피드백 과정을 통해 단일 과정이 아닌 복잡한 공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활용합니다. 제조업에 많이 이용되며, 디지털 트윈에는 기계나 설비의 노후, 손상까지 재현되죠. 현실 대상에 바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 다음은 다가오는 메타버스와 마주하며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보는 '메타버스는 정말 세상을 바꿔놓을까?'가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도서

<메타버스 비긴즈>, 이승환 지음, 굿모닝미디어, 2021.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 최형욱 지음, 한스미디어, 2021.

<메타버스의 시대>, 이시한 지음, 다산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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