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을 슬기롭게 조정하는 방법은?

<본능의 과학> 실전편
5
12.10.2021
박중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이번 똑똑한 서재는 <본능의 과학> 2번째 시간, 실전편입니다. 지난 화에선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능이 인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오늘날 어떻게 오작동할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본능이 잘못된 선택을 이끌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를 슬기롭게 조정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Situation🎈#1

생존 본능: 스트레스로 인한 어리석은 선택을 막는 방법은?

Guidance🚩

스트레스는 생존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존 본능이 발동한다. 도식화하면 '위협→스트레스→생존 본능'이다. 문제는 우리의 뇌는 감지한 위협과 실제 위협을 구분하는 데 서툴다는 점이다. 생명을 위협하진 않는 상황에서도 발동한다. 내버려 두면 일상이 스트레스로 잠식될 수 있다.

생존 본능의 발동은 빠른 결정을 내리게 한다. '기능'을 떨어트리는 게 문제다. 성급하며 이분법적 판단을 내리기 쉽다. 본능이 그렇게 설계됐다. 과거엔 도움 됐다. 눈앞에 곰이 나타났으면 출현 이유를 고찰하고 있을 게 아니라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복합적 사고를 해야 '생존'에 도움 되는 상황임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생존 본능 발동은 사고와 행동을 매우 단순화시킨다. 모든 선택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결정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주의 깊게 평가하지 못한다. 스트레스 물질인 코르티솔 수치가 오르면 IQ도 낮아진다.

Core Message✨

스트레스에 대한 '인지'를 줄인다.

Key Idea🗝

  • 본능이 판단한 위협을 그대로 신뢰하지 않는다. '위협→스트레스' 단계에서 결재를 호락호락하게 내 주지 말자.
  • 시간을 늘린다. 시간 압박은 오늘날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다. 그러나 시간은 상대적이다. 웹서핑이나 스마트폰 보기처럼 관성적이거나 패턴화된 행위는 시간이 빨리 간다. 의식적으로 새로운 감각, 경험 등을 주입해 뇌를 '기록 모드'로 바꾸자.
  • 급할수록 돌아간다. 본능에 따라 관성처럼 밴 '속도'를 잠시 늦추고 상황을 다시 평가한다.

Takeaway💡 스트레스 신호가 오면 의식적으로 '모험 알람'이 왔다고 사고를 전환해보는 것도 도움 된다.

Situation🎈#2

다양성 본능: 선택지가 많으면 좋을까?

Guidance🚩

선택지 자체가 부족했던 과거 다양성의 추구는 보험이자 축복이었다.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거나 번식, 생존 전략 수립 등에 유용했다. 그러나 이젠 선택지가 넘쳐난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불안과 불만, 결정 지연을 낳는다. 오늘날 일상화된 '선택장애'도 무한한 선택지와 다양성 본능이 충돌해 겪는 현상이다. A로 결정해놓고도 '역시 B가 나았나' 'C였으면 안 이럴 텐데'라는 식의 후회를 낳기도 한다. 지금 내린 선택보다 다른 선택이 낫다고 여기는 '극대화'(maximizing) 경향에 빠지기 쉽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잘못된 선택을 유도하기도 한다. 선택권이 너무 확장되면 뇌는 즉각적인 보상을 바라는 형태로 사고하고 정당화한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외치게 되는 흐름이다. 충분히 먹고도 다른 음식을 더 먹기도 한다. '감각-특정적 포만감'(sensory-specific satiety)을 추구하는 다양성 본능에 따라 다른 영양분을 찾는 것이다. "아이스크림배랑 빵배는 따로 있어" "1차는 회였으니 2차는 치킨이지"와 같은 표현도 다양성 본능의 발휘다.

Core Message✨

의식적으로 제약을 둔다.

Key Idea🗝

  • 제약을 두는 건 선택지를 줄여 효율성과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다. 진짜로 원하는 것이나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먼저 명확히 한 뒤 이를 제약의 기준으로 삼는다.
  • 조건을 설정하면 집중력과 문제해결력이 향상된다.
  • 결정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면 극대화 경향에 빠지지 않는다.
  • 몰입한다. '왕자'를 찾았다면 모든 개구리에 키스할 필욘 없다.

Takeaway💡 예산, 마감, 계획 등이 다양성 본능을 제어하는 데 기여하는 좋은 조건들이다.

Situation🎈#3

자기기만 본능: '나'는 믿을 만할까?

Guidance🚩

행동의 원인을 모른 채 자신을 정당화하는 자기기만은 인간의 보편적 본능이다. 인간은 타인과 자신에게 본능적으로 거짓말한다. 왜 그럴까? 자존감과 용기를 갖기 위해서다. 지나치게 냉정한 자기 객관화는 위험하고 무자비한 세상에 맞설 의욕을 꺾어 놓는다. 팩트가 폭행이고 무식한 놈이 용감한 이유다.

타인에게서 좋은 평가와 보상을 얻어내기도 한다. 당당함, 자신감, 문제해결력, 추진력으로 읽힐 수 있다. 심리적 위안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실수를 저지르거나 불행을 겪었을 때 '나만 그러는 거 아니잖아'라고 여기는 식이다.

심각한 경우 믿음과 인식, 행동이 모순을 일으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거짓말을 하면 암, 비만, 우울증, 중독, 도박의 위험도 는다. 그러나 자기기만 본능은 '나'를 속여 진실이나 기만 사실, 증거까지 지워내는 방식으로 진화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Core Message✨

인생의 시점을 1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3인칭 관찰자로 전환한다.

Key Idea🗝

  • 내 행동과 욕망 뒤에 숨은 궁극적 이유를 향해 '왜'인지 묻는다. "왜 나는 람보르기니를 갖고 싶어 하지?"
  • 이유의 설명이나 합리화보다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춘다.
  • 자신을 지나치게 신뢰하지 않는다. 스스로 정한 틀에 갇혀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초심자로 가정하거나,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여론이나 집단 지성을 빌리자.

Takeaway💡 기왕 자기기만에 빠질 거면 역이용하자. 이루고 싶은 바를 말과 행동을 통해 의식적으로 따라 해 스스로의 믿음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끈다. 플라세보(placebo) 효과를 얻자.

Situation🎈#4

오늘날 올바른 성 본능은?

Guidance🚩

인류는 성 본능에 따라 생존해왔다. 남성은 힘과 지위를 과시하고 여성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식으로 짝을 짓고 번식했다. 직장과 가정으로 영역이 구분되기도 했다. 사회화와 함께 강화되며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인류라는 종 확장에 기여하긴 했지만, 낡은 성 본능은 오늘날 갈등 요소로도 작용한다.

우리의 뇌는 위와 같은 과거 모습을 토대로 성 본능을 구성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오늘날엔 과거처럼 성에 따라 역할이나 영역이 구분되지 않는다. 낡은 본능과 시대적 변화의 충돌이다. 오늘날 성차별이나 갈등의 대부분은 성에 대한 낡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뇌의 무의식적 연상작용의 발로다. 부당한 평가를 하거나 불편할 이유가 없는데 뇌가 갖고 있는 성 본능과 괴리가 있어 혼란을 겪는 것이다.

Core Message✨

본능을 따르는 우리의 뇌가 새로운 연결망과 관점을 갖도록 행동과 사고를 다시 구성한다.

Key Idea🗝

  • 어떤 편견이 있는지부터 인식한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면 뭘 고쳐야 하는지도 모른다.
  • 어떤 상황이나 지칭에 대해 성별만 바꿔 대입해본다. 어색하다면 스스로 고정적인 성별 규범이 강한 것이다.
  • 여성 저자의 리더십 책이라든지 육아나 가사를 다룬 남성 저자의 책, 팟캐스트 등 성차별적 편견에 도전이 될 만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한다.
  • 인재를 채용할 때 성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항목을 삭제하거나 직무 관련 과제를 수행해본다.

Takeaway💡 여성에게 자신의 장점이나 성공적으로 해낸 업무 세 가지를 말해보게 하는 것도 낡은 성 본능을 깨는 좋은 훈련이다. 자신감이나 업무적 지위를 드러내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참고한 자료

똑똑 Clip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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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P. 수시로 스트레스받는 이유

우리 뇌는 위협이라고 '인식한' 사건에서 우리를 '보호'하려고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싸움-도피-경직 반응을 일으킨다.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거나, 바로 답장해야 하는 이메일 알람이 울리면 뇌는 생존 본능을 발동한다. 오늘날 우리는 조상들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린다. 그럼에도 생존 본능에 급급한 뇌는 점심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굶주린 호랑이 100마리쯤을 만난 것처럼 반응한다. 즉 우리 뇌는 과거와 전혀 다른 지금의 현실에도 예전과 똑같이 반응한다.

38P. 기록 모드로 뇌를 흔들어 깨우자

뇌를 통제하려면 뇌가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 주의를 기울일 새로운 행동을 하면 된다. "와! 이건 처음인데! 영상으로 기록해야지!"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오래된 신경 패턴은 중단된다. 그러면 이제 고농도 코르티솔로 몽롱해진 정신과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56P. 일상의 생산성을 올리는 다양성 소거법

예산이나 마감 기한 같은 제약 조건을 두면, 창의성이 늘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할 방법도 늘어난다. 가능성을 제한하면 집중력이 늘어나고 창의성이 향상된다. 무한히 다양한 일상의 업무에서 모든 방향으로 신경을 열어두는 대신, 인터넷 검색이나 브레인 스토밍 같은 특정 활동에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다.

82P. 먼저 믿고, 행동을 끌어내자

하버드대학교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이런 믿음을 '선행적 믿음'(precursive faith)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것을 '믿음으로 이끄는 행동'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의 행동이 무의식적인 믿음에서 출발한다는 증거를 그저 받아들이는 대신, 먼저 행동을 취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무의식적 믿음을 이끌어보자. ... 그러면 그저 앵무새처럼 무의식의 말만 따라 하는 우리 뇌를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115P.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이런 문제를 다룰 때는 성적 투자(sexual investment)에 대한 남녀 간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 2003년 『저널 오브 리서치 인 퍼스낼리티』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미소 짓거나 남성의 팔을 건드리기만 해도 남성은 이런 행동을 성적 진전을 바라는 신호로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짝짓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성 본능이 발휘되는 것이다.

120P. 성 편견을 드러내는 본능 중재 게임

1. 악수할 때 한 남자는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와, 아주 꽉잡으시는데요!" 과연 내가 남자라도 그렇게 말했을까?
2.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다 일어섰는데 그 남자의 반응은 이랬다. "와, 다리 엄청 멋지신데요! 앉아 계실 땐 그렇게 키가 크신 줄 몰랐어요." 이 말은 잠재적인 성적 신호일 뿐만 아니라, 내 키가 그 남자의 지위를 위협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3. 동료검토가 완료된 과학 논문을 인용해서 발표하는데, 아무 관련 없는 한 남자가 갑자기 끼어들어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말이야, 아가씨...." 남자가 끼어든 이유는 토론 주제에 대한 내 권위를 깎아내리고, '아가씨'라는 말을 얹으려는 것이었다.

225P. 의심이나 불확실성을 드러내더라도 강력한 리더의 모습

대신 침착하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는 기장입니다." 그리고 명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할 것이다. (1) 내가 아는 것("우리 비행기는 지금 난기류를 만났습니다"), (2) 내가 모르는 것("언제 이 기류를 벗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3) 문제에 답하고 해결하기 위한 행동("기류가 안정된 곳으로 가기 위해 관제센터와 교신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가 들어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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