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대화'를 만드는 방법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어른의 문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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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2021
박중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Target🎯

'개싸움'으로 흐르는 대화가 넌덜머리 나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남는' 대화를 하고 싶은 이.

Author✍

두 저자 피터 버고지언제임스 린지는 각각 철학과 교수, 수학 박사다. 둘은 온갖 상황과 사람을 수없이 마주하며 생산적 대화를 이끄는 방법을 연구했다. 피터는 교도소 수감자 및 종교적 강경주의자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대화 기법을 개발했다. 제임스는 정치관, 종교관, 도덕관이 전혀 다른 이들과 대화한 경험을 칼럼과 책으로 발전시켰다. <어른의 문답법>은 그들이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경험적 보고서다.

Situation🎈

말이 안 통하는 대화

말이 잘 통하는 대화는 그냥 하면 된다. 문제는 말이 안 통하는 대화다. 저자들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믿음 또는 도덕관, 정치관이 나와 너무 달라서 대화해봤자 도저히 소득이 없어 보이는 경우"를 '말이 안 통하는 대화'로 규정한다. 대화할 마음이 아예 없는 경우는 논외로 친다. 폭력이나 위협으로 반응하거나 아예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가 듣지도 않는 사람과 대화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말이 안 통하는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

저자들이 서문에서 스스로 정의하는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와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이다. 믿음은 중요하다. 믿음은 말과 행동의 기준이 된다. 게다가 사람들이 가진 믿음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각각 서로 다른 믿음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의 행동 기준이 된다. 하지만 모두가 옳은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믿음은 바뀔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행위인 대화(conversation)는 이를 수행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의 믿음을 교정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Guidance🚩

<어른의 문답법>의 길잡이

'설교 대결'을 지양하고 생산적 대화를 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논리학, 응용인식론, 심리학, 수학 심지어 인질 협상이나 전문 협상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한 36가지 기법을 통해 대화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가이드 라인'은 두 저자의 다양한 대화 사례와 함께 제공된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필요한 기본 애티튜드부터 각양각색의 상황을 풀어가는 기술적 지침까지 다양하다. 책의 구성은 기본적 소양에서 구체적 상황으로 발전하는 형태를 띤다.

난이도에 따라 '기본' '초급' '중급' '상급' '전문가' '달인' 6개 장으로 구성됐다. 1~4장에서는 대부분의 대화와 논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으며, 후반부에는 5장 '생각이 닫혀 있거나 완고한 사람', 6장 '자신의 믿음을 수정할 의향이 없는 이념가'(ideologue)까지 대상으로 한다.

Core Message✨

'남는 대화'는 '얼마나 많은 교집합을 그리는가'에서 온다

말이 안 통하는 대화를 개싸움이 아닌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대화의 전제를 동일하게 이끄는 데 있다. 같은 자리에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니라 '동상동몽'(同床同夢)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36가지 기법 역시 다양한 상황에서도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전략적 변용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딴 데 보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대화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럴 때 비로소 '남는 대화', 생산성 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방법론을 풀어내는 것이 <어른의 문답법>의 핵심이다.

어려운 일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화들을 가만히 떠올리면 알 수 있다. 많고 많은 대화 중 소통이 오가는 '진짜 대화'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하나다. '대화'라는 무대에 오르는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다. 주지했던 책 속 언어를 빌리자면 서로 가진 "믿음"이 달라서다.

인지하고 있는 대화의 목적이 다를 수도 있고, 가진 시간이나 정신적 여유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같은 단어라도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해석할 수 있다. 지식이나 정보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각기 다른 정서나 신념이 원인일 수도 있다.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대화의 장벽들이다. '어른의 문답법'이란 이러한 '장벽'을 인지하고 주체적으로 허물어 대화의 무대를 편평하고 고르게 하는 시도다.

Takeaway💡 "개싸움"은 왜 일어나는가?

  •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대화할 때 일어나는 게 개싸움이다.

Key Idea🗝

어른의 대화를 위한 5가지 아이디어

이 책의 목적은 설교나 말싸움에서 이겨 먹는 게 아니다. 대화의 장벽을 허물고 가급적 같은 '무대'에 서기 위한 노력이지만 그렇다고 평화로운 스머프 마을처럼 모두 같은 '색'을 띠자는 것도 아니다. 언제 어떤 상대방을 만나더라도 효율적으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리적 고찰이다. '어른'의 대화를 위한 주요 아이디어를 5가지로 골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무엇을 위한 대화인지 목표를 인식하고 잊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말과 행동을 조율한다.
  2. 대화에 오르는 주요 용어의 정의를 확인하고, 질문을 통해 중간중간 흐름을 정돈한다.
  3. 대화의 방향이 합의되기 어렵다면 무리하게 끌어가지 않는다. 대신 서로 의견을 일치할 만한 요인이나 사실에 주목해 논의를 진전시킨다. 탓하기보다 기여 요인을 찾아보는 쪽으로 프레임을 돌린다든지, 수치나 척도를 도입하는 것도 대화의 교착을 해소하거나 쟁점을 압축하는 데 도움 된다.
  4. 상대방을 압박하는 시도는 논리와 진실에 기반하더라도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 차라리 상대방의 '믿음'에 근거한 반증을 모색한다.
  5. 이도 저도 어렵다면 대화의 키를 상대방에 대한 이해로 돌린다. 책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인식 원리"에 주목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 상대방이 어떤 원리에서 그러한 말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Summary🧵

실제 <어른의 문답법> 속에서는 훨씬 다양한 기법을 다양한 대화 사례로 엮어 소개한다. 기법뿐 아니라 주의를 요하거나 권장하는 표현, 상황, 행동에 대한 실질적 팁도 얻을 수 있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상호신뢰관계,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라거나 설교를 위한 내 안의 '메신저'(messenger)를 잠재우라는 등의 내용도 대화 외적으로 대화를 장악하는 좋은 조언이다.

각 장에서 소개하는 기법들은 분명 점진적으로 난이도와 수준이 오른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스킬을 꺼내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에 상관없이 요점의 공통항을 발견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 대화가 가능한 상태를 조성하고 상대방을 동참시킨다.
  • 목표로 한 대화의 생산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비판에는 자격(조건)이 있다.

다음 똑똑한 서재는 실제 사례에 책 속 대화 기법을 적용해 보는 실전편, <어른의 문답법>②로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똑똑 Clipping📌

똑똑한 서재만의 보너스! 혹시 어쩜 이리 핵심만 짚었는지 중요 부분에 쏙쏙 밑줄이 그어진 헌책을 만나본 경험 있으신가요? 애서가라면 눈이 뒤집히는 횡재인데요. 똑똑한 서재에선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핵심 클리핑을 메모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똑똑이 그어드린 밑줄을 통해 도서 이해 및 구매에 참고해보세요.

74~75P. 서로의 극단성을 경계하면 의견을 모으기 쉽다

정치적, 도덕적 주제를 놓고 대화할 때는 상대와 도덕적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면 항상 도움이 된다. 무슨 대화를 할 때건 의견 일치를 쉽게 볼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편' 극단주의자들이 도를 넘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89P. 기여 관점으로 전환하는 방법

3. 우리 편의 나쁜 행동을 지적받았을 때 "그건 양쪽 다 마찬가지"라고 응수하지 않는다.
양쪽 다 마찬가지라는 말은 기여 분석에서 남 탓하기로 되돌아가는, 방어적 행동이다.

116P. 퇴로는 쿨하게 열어주자

2-1. 퇴로에서 통행세를 걷지 않는다.
퇴로를 열어주는 척하고는 상대방이 물러나면(생각을 바꾸면) 벌주지 말자. "이제야 알겠어?", "내가 그렇다고 했잖아!"

129P. 흑백논리에 갇히지 않으려면

이렇게 묻자. "얼마나 그런지 궁금해서 그런데,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의 가부장성을 10점 척도로 9점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몇 점 정도지?" 미국이 10점 척도로 단 2점이라고 해도 "미국 사회가 가부장제 사회"라는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처럼 척도로 말해달라고 요청하면 '맞다/아니다' 식의 흑백논리를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138P. 막히면 좁혀라

9. 대화의 범위를 한정한다.
대화가 벽에 부딪히면 이렇게 말한다. "대화가 제자리걸음인 것 같네. 양쪽 편에서 다 동의할 만한 주장/정보/근거만 언급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143P. 품격 있게 비판하는 방법

'래퍼포트 규칙'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방이 말한 것보다 더 명확히 정리한 다음에 반대 의견을 밝히라는 규칙이다.

146P. 래퍼포트 규칙의 효과

먼저 상대방의 견해를 명확하게 재정리하면 내가 상대방의 견해를 이해하려고 진심으로 노력했음을 알릴 수 있다. ... 합의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대화가 막히거나 분위기가 과열될 때 합의점을 되돌아보고 라포르를 형성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상대방에게 배운 점을 언급하는 세 번째 규칙은 상호 학습과 존중의 자세를 권하는 효과가 있다.

156P. 반증 모색하기, 그 믿음이 잘못일 수 있는 조건은?

상대방이 자기 믿음이 잘못일 수 있는 조건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반증 가능한 믿음을 가진 것이다.

249P. '먹히는' 용어로 돌파하자

"프레임 바꾸기란 상대방이 하는 말의 골자를 파악해 더 유용한 개념으로 '번역'하는 것을 뜻한다." 대화가 벽에 부딪히기 전에 미리 프레임을 바꿔보자. 상대방의 도덕적 직관에 와닿는 용어로 주제를 다시 표현해보자.

316P. 생산적으로 오류를 지적하는 방법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지금으로부터 약 350년 전 『팡세』에서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Pascal, 1670/1958).
"상대방의 오류를 보이고 고쳐주어 소득을 보려면, 그가 사안을 어느 쪽에서 바라보는지 알아야 한다. 그가 바라보는 쪽에서는 대개 옳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옳음을 인정해주되, 옳지 않게 되는 쪽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자기가 착각한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면을 보지 못한 것임을 알고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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