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토론 시리즈

미국 대선 2020: 선거 제도

선거인단 제도는 민주주의에 적합한가?

배경

진보 성향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최근 5번의 대선 중 4번, 전국민의 과반수 표를 얻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12년동안 공화당 대통령이 집권했다. 왜 미국에서는 국민으로부터 더 적은 표를 얻더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매우 독특하게,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뤄진다. 선거 당일에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지만, 사실은 각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에게 투표하는 구조다. 그리고 일반 유권자의 의사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이 다시 모여 투표함으로써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주지사, 시장, 지방 검사 등 투표로 뽑히는 모든 공직자는 직접선거를 통해 당선되는데 왜 대통령만 간접적으로 뽑는 것일까? 그리고 선거인단 제도는 과연 현대 민주주의에 적합한 절차일까?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제도가 운영되는 방법

각주의 선거인단 수는 인구 규모와 대략 일치한다. 각 주를 대표하는 의원(하원 의원과 상원 의원)의 숫자와 동일하다. 캘리포니아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다 (55명). 반면 와이오밍, 알래스카와 같이 인구가 적은 주에는 최소 3명이 배정된다. 이렇게 총 538명의 선거인단이 있으며, 대통령 후보자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270표 이상의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각주의 유권자 투표를 이긴 후보자에게 모든 선거인단 투표를 몰아서 수여한다. 예를 들어, 한 후보가 텍사스에서 50.1%의 득표율을 획득하기만 해도 38개 선거인단 표를 모두를 받게 된다. 그런데 만약 후보자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겨도, 같은 숫자의 선거인단 표를 얻게 되는 것이다. 각 후보가 받는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 표를 나누는 주는 두 개(메인과 네브래스카)뿐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받은 투표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후보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6개 주에서는 선거인단이 유권자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에게 투표를 하도록 강제하는 법이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그래서 종종 선거인단이 오히려 해당 주에서 패배한 후보(또는 2016년 당시 버니 샌더스처럼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에게 투표를 하는 매우 드문 경우도 있다.

선거인단 제도의 역사

미국은 어쩌다가 이렇게 독특한 대통령 선거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을까?

일반 국민에게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맡기면 안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엘리트주의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첫째, 소위 말하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18세기 유권자, 특히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대선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국가를 타락하게 만드는 "우매한 민중"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노예제의 흔적: 직접 선거제에 반대하는 연설에서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은 “참정권은 남부 주보다 북부 주에 훨씬 더 널리 퍼져있다. 그리고 남부 주에는 흑인이 많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하며, 미국은 연방 국가기 때문에 각 주의 발언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남부는 북부에 비해 투표권이 없던 흑인 노예 인구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직접 선거제가 불리했던 것이다. 그래서 같은 연설에서 제안된 선거인단 제도의 초안에 노예 인구를 포함시켜 각주의 인구를 계산함으로써, 대선에서의 남부 주의 영향력을 늘렸던 것이다.

선거인단 제도의 문제점

선거인단 제도는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은, 시대에 뒤쳐진 제도라는 비판을 오랜기간 받았다.

비민주적이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 민주당 후보에 비해 전국적으로 300만 표를 적게 받았지만, 선거인단 표를 더 받아 당선되었다. 2000년, 앨 고어(Al Gore) 민주당 후보와 조지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의 경합에서도 부시가 총 득표에서는 뒤처졌지만 선거인단 표를 더 받아 당선됐다. 이렇게 더 적은 표를 받고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문제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각주의 유권자 투표를 이긴 후보자에게 모든 선거인단 투표를 몰아서 수여하기 때문에, 특정 주에서 소수의견을 가진 유권자의 숫자가 다른 주의 다수 표보다 많아도, 그 사람들의 의견은 아예 무시된다. 보수 지역에 사는 진보 유권자나 진보 지역에 사는 보수 유권자의 목소리는 선거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거인단 제도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주에게 불균형적으로 표 우위를 준다. 인구에 비례해서 선거인단을 구성하지만, 인구가 적은 주에 최소 3명의 표를 보장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이런 주는 대다수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집권 지역이기 때문에,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제도이기도 하다. 예컨대 와이오밍주는 135000명당 선거인단 표가 1개, 그런데 캘리포니아는  411,000명당 1개라서, 사실상 와이오밍주에 사는 한 사람의 표가 캘리포니아에 사는 3명의 표와 같은 무게를 가진다.

각 주의 유권자 표가 가진 영향력을 나타낸 지도

특정 주의 결정에 의해 선거의 향방이 가려진다: 이러한 제도 때문에, 전국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를 확보하려고 하기보다는 선거인단 표를 전략적으로 노리는 것이 대선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주의 유권자 표가 실질적으로 같은 영향력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권자 투표가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으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선거인단의 표가 많은 주를 표적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는 왠만하면 진보 성향의 후보자를 뽑기 때문에, 경합 지역이 아니다. 그에 비해 펜실베니아는 역사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를 오간 전적이 있기 때문에, 경합 주(일명 Swing State)가 되어 후보자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다. 결국 몇 개 주의 투표 결과가 대선의 향방을 가리게 된다. 사실상 경합 주에 살지 않는 사람의 표는 의미가 없게 되는 구조다. 최근 2020년 대선에는 전국적으로 무려 80%의 유권자 투표가 대통령을 결정하는데 전혀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공식 절차에 의해 바꾸기 매우 어렵다: 61%의 미국인이 선거인단을 없애는 것을 지지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주,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주에 영향력을 더 많이 부여하는 구조상, 공화당에서는 이를 반대한다. 그런데 선거인단 제도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66% 과반수를 넘겨야 하며 38개 이상의 주 의회에서 승인해야 한다.

문제는 상원 자체도 선거인단 제도가 가지는 인구 대표성 불균형의 특성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원은 인구수 비례 대표자지만, 상원은 각 주마다 2명의 대표자를 둔다. 그래서 3800만명을 대표하는 15개 주의 상원의원이 30명인데, 그걸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인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상원의원이 2명이다. 심지어 워싱턴 D.C.와 푸에르토리코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은 아예 없다. 무려 4000만명의 국민이 상원에서 대표자가 없는 것이다. 이 지역들에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 인구가 상대적으로 밀집해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국적으로는 상원에서 흑인이 백인에 비해 75%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고, 히스패닉은 55% 수준이다.

이러한 구조상, 공화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백인과 경합 주에 사는 유권자에게 어필을 함으로써 대선과 상원 모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선거인단 제도를 바꾸기 어려운 이유다.

쟁점

선거인단 제도를 없애야 하는가?

바이든

선거인단 제도는 민주주의에 적합하지 않다

배경 설명에 언급 되었듯이, 선거인단 제도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주장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과반수의 의견을 무시한다: 지금까지 5개의 대통령 선거 (1824, 1876, 1888, 2000, 2016)에서 후보가 전국 투표에서 패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과반수의 의지를 무시하는 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경합 주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역사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모두에게 투표한 경력이 있는 14개 가량의 경합 주의 유권자는 다른 주의 유권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관심과 고려를 받는다. 대선 후보자들은 텍사스나 캘리포니아와 같은 비 경합 지역은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 결국, 특정 주에 사는 국민의 의견이 다른 주에 사는 사람보다 더 비중 있게 반영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투표할 의지를 꺾어버린다: 위 두가지 이유로, 결국 모든 유권자의 투표는 동일한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 경합 주에 살지 않으면 선거의 최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기 때문에, 비 경합 주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 부족(그리고 그러한 주에 대한 후보자의 관심 부족)은 미국의 낮은 투표율에 크게 기여한다.

트럼프

선거인단 제도는 연방 국가에 적합한 선거 제도다

연방 국가의 주 대표성을 장려한다: 선거인단 제도는 소규모 주에 목소리를 제공한다. 대통령이 전국 과반수 투표로 선출된다면 후보자들은 더 인구가 많은 지역에 맞춰 정책을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오와에 사는 농부나 메인에 있는 어부들의 의견은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캠페인 비용 절감: 대선 후보자들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주의 선거 운동에 많은 시간이나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화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텍사스를 건너뛰는 경향이 있듯이 민주당 후보는 진보적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캠페인을 하지 않는다. 선거인단을 폐지하면 미국의 선거 자금 문제가 더욱 악화 될 수 있다.

쟁점

바이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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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